[에세이] 들풀언덕 _ 부모와 살던 집을 기억으로 남기며
카톡으로 동생이 건축중인 공사 사진을 몇 장 받았습니다. 사진에는 건축의 기초 공사인 터파기 공사가 한창 진행중이었습니다. 몇 일 후 다시 보내온 사진은 건축의 바닥 철골 공사까지 마친 상태였습니다. 부모님이 살게 될 새집은 이제 설계를 마쳐 공사를 시작하려면 아직 몇 주의 시간이 더 필요했기에 나는 이것을 다른 공사 현장의 사진이라 여겼습니다. “아직 겨울인데 공사를 일찍 시작하네?”라는 인사로 안부를 전화로 물으니 동생은 “여기 부모님 집이야.”하며 격양된 목소리로 대답했습니다. 봄이 되면 일이 겹쳐 바빠질 것에 대비해 동생은 서둘러 공사를 시작했던 것입니다.
부모님도 초대를 받아 새집이 들어서게 될 공사장을 벌써 여러 번 다녀왔습니다. 그들이 이렇게 변화에 적응해 나가는 모습이 보기 좋습니다. 우리의 삶이 더 풍성해지고 아름다워지는 데는 한마음이 되어 변화를 지켜봐 주고 응원해 주기 때문일 것입니다. 새집의 공사가 빠르게 진행되면서 어머니는 시골집의 매매도 서두르게 되었습니다. 먼저 집을 보고 간 손님의 요청으로 결과를 기다렸지만 별다른 연락이 없어 계약을 하는데 시간이 많이 걸릴 것을 예상했지만, 거짓말처럼 덜컥 집이 계약되면서 상황이 급하게 돌아갔습니다. 집을 보러 온 손님에게 계획보다 빠른 3월달에 집을 비워주기로 하고 매매 계약을 한 것입니다. 3월달이면 새집의 완공까지 수개월이 남아 다른 머물 곳을 찾아야 했기 때문입니다. 집을 보러 온 그분의 사연을 듣고 배려를 알고 나니 부모님이 왜 이 계약에 망설임 없이 동의했는지를 알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신기하게도 이분의 이야기에도 운세와 깊은 연관이 있었습니다.
집을 보러 온 분은 아내가 지금 암으로 수술을 받고 병원에 입원중이라 했습니다. 걱정을 안고 찾아간 철학관에서 지금 사는 곳에서 동쪽 방향으로 가서 살면 건강이 회복될 거란 말을 들었다 했습니다. 그렇게 찾던 중 부모님의 집이 마음에 들어 했다고 했습니다. 그렇게 해서 아내가 퇴원하는 3월에 이사를 하는 것으로 가닥을 잡았습니다. 아저씨가 운수업으로 집을 많이 비우게 되니 부모님이 새집으로 이사를 가기 전까지는 지금 살고 있는 집의 별채에서 지내고 이사짐도 두는 것으로 이야기가 되었습니다. 동감과 배려에 부모님이 계약을 하면서 불편함을 감수하기로 했습니다. 이렇게 밭에 이어 부모님의 집까지도 예상보다 빠르게 매매가 되었습니다. 매매가 되면서 부모님은 틈나는 대로 정리를 시작했고 이삿짐도 부담스럽지 않게 줄이고자 했습니다. 깨끗한 가구와 가전은 동네에서 이를 필요로 하는 분에게 나누는 것으로 짐을 줄였고 가져가야 할 것들은 창고로 옮겨다 놓았습니다. 꽃이며 화분들까지도 서둘러 정리하다 보니 아직 이사하지 않았음에도 집은 생기를 잃은 횅한 모습으로 바뀌었습니다.
고향의 마을은 개천을 따라 도로가 새로 생기면서 과거의 모습이 많이 사라졌습니다. 개천을 따라 길게 늘어섰던 낮은 담장의 집들이며 넓은 마당의 창고까지 허물어지고 포장이 되면서 낯선 곳으로 바뀌어 버렸습니다. 동네의 안쪽도 사정이 비슷해 모습도 추억도 같이 사라지고 있습니다. 그래도, 부모님의 집만큼은 그곳에서 지금의 모습을 오랫동안 지킬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시간이 지나서도 이 집을 바라보며 추억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이와 함께 우리 가족을 아는 많은 분들이 이 집을 보면서 더 많이 그리고 더 오래 이 집과 함께 우리 가족을 추억해 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