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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kb 하우스 Aug 11. 2022

15. 글을 마무리하며,
도시에서 혼자되지 말자

[에세이] 들풀언덕 _ 부모와 살던 집을 기억으로 남기며

  어려움을 어느 정도 예상하고 부모님이 여동생의 아파트에 임시로 들어갔지만 마주한 문제는 예상보다 쉽지 않았습니다. 여러가지 불편한 일들이 합쳐지면서 문제를 키웠는데 여기에는 우리가 생각하지 못한 부분이 한가지 있었습니다. 그것은 바로 도시의 공원이었습니다. 부모님이 시골집에서 아파트로 옮기면서 생기는 불편은 당연한 것으로 여기고 있었지만, 집 근처에 넓은 공원이 있어 이곳이 어느 정도 위안을 줄 것으로 생각했는데 그렇지를 못했던 것입니다. 혁신도시가 들어서면서 새로 공원이 만들어지긴 했지만 인공적이다 보니 금세 식상해져 버린 것입니다. 산책을 나가는 코스를 바꿔도 보고 밤낮을 바꾸어 나가도 보았지만 맘 편히 다닐 다른 곳이 없다 보니 부모님은 더 그렇게 느낀 것 같습니다. 여기에 더해 방에서 생활하게 된 두 마리의 반려견 산들이도 갑자기 바뀐 환경에 받은 스트레스가 아버지의 심기를 더 날카롭게 만들었습니다.


  동생이 부모님이 시내에 살게 될 것을 고려해 새집 주변에 공터를 빌려 농사를 소일거리로 지을 수 있게 해놓아 채소를 키우기 시작하면서 무료함을 줄일 수는 있었습니다. 새집으로 이사를 가더라도 산들이와 같이 생활할 예정이라 산들이와 부모님 양쪽 모두 도움이 되는 방향을 찾고자 노력했습니다. 어떻게 해도 한쪽은 불편함을 감수해야 하는 상황이 반복되었습니다. 그런데, 여기서 산들이에게 별도의 공간을 만들어 주자는 의견이 동생으로부터 나왔습니다. 1층에 산들이의 공간을 별도로 만들어 휴식과 놀이를 할 수 있게 해주자는 것이었습니다.


  작은 아버지가 재미로 보라며 카톡으로 숏츠 영상을 보내와 감사하다는 메시지를 이모티콘을 넣어 보내고 전화를 했습니다. 안부와 함께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다 보니 대화의 주제는 자연스럽게 부모님의 이사와 새집에 대한 것으로 흘러 갔습니다. 그러면서, 새집이 완공이 되면 좋은 날을 잡아 친척들까지 다함께 모일 수 있게 하겠다고 했습니다. 새집의 완공과 이사가 7월 중순으로 정해지면서 공정은 더 빠르게 진행되었습니다. 새집이 완공되는 대로 친척까지 함께 모이려 하는 데는 그동안 코로나로 만나지 못한 이유도 있지만 추석까지 미루어 분주한 분위기에 치르는 분위기 역시 피하고 싶어서입니다. 고향의 어른들 또한 같이 모셔 따뜻한 식사를 대접할 생각입니다.


  부모님이 타지에 새집을 지어서 살게 된다는 것은 다른 의미로 도시에서 혼자가 된다는 것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새로 짓는 집에는 부모님이 혼자되지 않게 가능한 한 많은 좋은 사람들이 찾아오게 하고 싶습니다. 모양새만 갖춘 새집이 아니라 새로운 생명이 계속해 숨쉬는 공간이면 좋겠습니다. 작년 10월 울릉도 가족여행을 하게 되면서 시작된 이야기는 7월 새집의 완공을 1주 정도 앞두고 글을 마무리 하려고 합니다. 팔순 부모님이 보여준 용기와 실행을 보면서 그들의 행동을 글로 옮기면 좋겠다는 생각에서 시작하여 많은 것들을 회상해 볼 수 있는 뜻 깊은 시간이었습니다. 그리고, 이 과정은 부모님에 대한 자식의 경외 외에도 나의 먼 미래를 미리 들여다 볼 수 있는 기회의 시간이자 감사의 시간이었습니다.


  1년만에 하는 아버지의 위암 검진이 서울 병원에서 7월말에 있을 예정입니다. 이때는 장남인 내가 내려가서 모시고 갈까 생각 중입니다. 그러면서 가까운 데라도 구경하고 맛난 음식도 대접하면서 이제는 위로가 아닌 칭찬을 해드리고 싶습니다. “그동안 잘 해오셨으니, 앞으로도 잘 해 나가실 거라고~.” 아무쪼록 검사 결과가 좋게 나오면 좋겠고 도시에서의 삶도 즐겁고 편안 했으면 좋겠습니다. 도시에서도 혼자가 아닌 가족들과 친구들 그리고 새로운 취미들로 그들의 인생이 아름답기를 바라며 ‘들풀언덕(Horse Hills) _ 부모와 살던 집을 기억으로 남기며’를 마무리합니다. 소중한 시간 내어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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