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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kb 하우스 Sep 11. 2022

07. 충돌을 해야 해결되는 것이 있다

[에세이] 나는 퇴사에 실패했다

  충돌이라고 하면 갈등과 대립과 같은 부정적인 것들을 떠올리게 되지만, 충돌이 새로운 해결책을 만들어 내기도 합니다. 사람마다 세대마다 의견이 다르고 이것이 갈등과 충돌로 이어지기도 하지만, 입자는 충돌을 통해 새로운 입자와 새로운 솔루션을 만들어 냅니다. 충돌로 새로운 만남과 결과물이 탄생하는 것입니다. 이를 비교해 보면 충돌을 통해 상쇄되고 사라지는 것보다 합쳐지고 만들어지는 것이 더 많게 느껴집니다. 퇴사로 남을 설득하거나 상대에게 좋게 받아들여 지기는 쉽지 않은 상황에서 나는 퇴사라는 충돌에 대해 아직까지 그럴싸한 방법을 못 찾고 있습니다. 여기에 잘된다는 보장도 없다 보니 누구 하나 퇴사를 반기는 사람도 없이 걱정하는 사람들뿐입니다. 나도 인맥찬스를 써서 문제를 해결해볼까 여러 가지로 궁리해 보았지만 단기책에 불과하다는 생각과 내가 하고 싶은 일과 무관할 수 있음을 알고는 결국 포기하였습니다.


  기록으로 남는 것이 없다면 한사람의 인생과 존재 자체가 세상에 남지 않는다고 합니다. 이것에 답하듯 오현종 작가는 한사람이 죽은 뒤 남는 건 단 몇 줄에 밖에 안된다고 했습니다. 그런데, 이 마저도 한사람이 겪은 수많은 만남과 헤어짐, 깊은 두려움과 외로움 같은 고된 시간은 기록되지 않는다고 합니다. 깊은 우물이나 동굴 속에서 고뇌하며 살아가야 한다면 우리는 세상을 더욱 소원하게 느낄 수 있을 것입니다. 두려움과 외로움의 시기일수록 더더욱 스스로를 따사로이 돌보는 마음이 필요한 이유입니다. 자신의 노력으로 나를 기억할 수 있게 기록을 글로 남기는 습관이 필요해 보입니다.


  나는 아침부터 ‘일의 정의’를 찾기 위해 종이를 꺼내 놓고 정말 긴 시간을 나와 충돌시켰습니다. 그런데도 나는 제목만 써 놓고 하루가 끝날 때까지 단 한 줄도 써내려 가지를 못했습니다. 이것은 어려운 주제였고 나의 가치관까지 새로 바꾸어야 실현 가능한 과정임이 분명해 보였습니다. 결국 ‘일의 정의’가 아닌 ‘일의 기준’으로 제목을 바꾸면서 생각을 새롭게 다시 정리할 수 있었습니다. 내가 맨 먼저 내린 결론은 두번째로 하는 일은 첫번째와 달라야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이렇게 다른 일을 하면서 경쟁에서 살아남고 오래할 수 있는 일을 찾고자 합니다. 이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작게 시작하는 것으로 하나의 생태계를 만들어 세상과 조화하며 사는 인생을 만들고 싶습니다. 현재 내가 가진 것을 소중하게 대하면서 지금의 것이 시간이 지나면 바뀌거나 거쳐 가는 단계의 것이 아닌 나의 생활과 습관으로 살아갈 수 있어야 할 것 같습니다. 최고의 부자가 즐기는 맥도널드 햄버거와 오래된 집 그리고 자동차에 만족하는 워런 버핏의 모습을 배우고 닮으며 살고 싶습니다. 이렇듯 인생에 대한 질문에 대한 답은 스스로에게 물으며, 세상에서 가장 멀다는 머리에서 가슴까지의 거리를 가장 가깝게 다시 연결시키며 인생을 살아 보고 싶습니다.


  오늘은 일에 대한 생각을 이렇게도 해보고 저렇게도 해보면서 내가 들고 가기에 가장 알맞은 크기를 찾고자 노력하며 보낸 하루였습니다. 이렇게 고심하며 잠시 누웠다가 다시 꿈을 꾸었는데, 나는 하얀 신발을 스키삼아 신고서 넓은 도로 위를 달렸습니다. 아스팔트와 밀착되어 움직일 것 같지 않던 두발이 움직이며 앞으로 나아가면서 나도 신이 나서 두 팔을 휘젓는 꿈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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