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다는 것은 도전의 연속이다. 노를 젓지 않으면 한치도 앞으로 나갈 수 없는 것이 우리네 삶이다. 무엇인가에 도전한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시간을 내야 하고 노력과 정성을 들여야 하고, 재정적으로 뒷받침이 필요하다. 이 세 가지 중에 하나라도 부족하면 배울 수 없다. 나는 어려서부터 그림 그리기를 좋아했다. 잘 그리지는 못했지만, 스케치북에 붓과 물감, 색연필을 이용하여 색을 칠하는 것이 좋았다. 국민학교 시절에는 숙제가 많았다. 그중에서도 그림 그리기는 제법 소질이 있었다. 방학숙제로 그림일기를 쓰고, 우리나라 팔도 지도를 그림으로 그리는 숙제도 했던 기억이 있다. 나와 막내 동생과는 다섯 살 차이가 난다. 하루는 좁은 방에서 내가 그림숙제를 하고 있는데, 동생이 다 완성되어 가는 그림숙제를 망가뜨렸다. 몇 시간을 들여 정성을 들인 것인데, 망가뜨렸으니 정말 화가 났다. 나는 울며 불며 동생을 혼내고 부모님께 투정을 부렸다. 다시 어렵게 그림을 그려 무사히 숙제를 완성했던 일이 지금도 생생하다. 부모님은 잘못그린 그림도 잘 그렸다고 늘 칭찬해 주셨다. 그 칭찬의 힘이 오십이 넘은 나이에도 나를 그림의 세계로 이끌게 되는 것 같다.
작은 아이가 초등학교 3학년 때 미술학원을 다녔다. 그때 나도 작은아이와 미술학원을 함께 다닌 일이 있었다. 15년이 넘은 일이다. 그 당시 짧은 기간 그림을 그리며 정말 행복했던 기억이 있다. 그때 좋았던 느낌을 잊지 못한다. 수채화와 유화를 조금씩 경험했다. 캔버스에 그림을 그린 것이 지금도 우리 집 거실 한편에 걸려 있다. 그때부터 지금까지 그림을 꾸준히 그렸으면 지금은 전문가 수준이 되었을 텐데..... 계속하지 못한 것이 못내 아쉬움으로 남아 있다. 언젠가는 다시 시작해야지 했는데 기회가 왔다. 내가 근무지를 옮기고 조금 적응이 되어 갈 때, 우리 사무실 앞에 도서관 관장님과 가까워지게 되었다. 우연히 취미에 대해 이야기를 하다가 시에서 운영하는 여성회관에서 저녁에 그림 그리기 프로그램이 있다는 것과, 남자는 수강료가 조금 감면된다는 정보를 듣게 되었다. 바로 확인해 보니 수강신청 기간이었다. 바로 수강신청을 하고 다음날부터 배우러 갔다. 20여 명의 수강생 중에 나는 유일한 남자 수강생이었다. 화가이신 교수님과 나만 남성이고 나머지 분들은 여성분들이었다. 배움에 있어 남녀가 무슨 상관이냐는 생각이 들었지만, 아내는 못내 기분이 좋지 않은 표정이었다. 그래서 함께 음악활동을 하는 교수님께 함께 배울 것을 제안을 드렸더니 흔쾌히 수락을 하셨다. 교수님은 이번 8월이면 정년퇴직을 하신다. 때마침 취미를 찾고 있었는데, 그림 그리기 제안에 함께 배우게 되어 너무 기분 좋았다.
매주 목요일 저녁에 3시간 그림을 그릴 수 있다. 수강료도 매우 저렴하다. 1년에 4학기로 운영된다. 이제부터 꾸준히 하는 일만 남았다. 그림을 배울 수 있는 마지막 기회라고 생각하고 열심히 배워야겠다. 나의 열정에 시간과 노력 재정적인 것을 들여야 한다. 교수님은 유화를 배울 것을 추천하셨다. 재료비로 30만 원어치를 구입했다. 이제 두 번째 수업을 했다. 분위기도 매우 좋다. 밝고 따듯한 분위기와 화가 교수님의 넉넉한 웃음과 표정이 마음에 들었다. 오래오래 꾸준히 하다 보면 나도 언젠가는 전시회장에 내 그림을 전시할 수 있는 날을 그려보며 꾸준히 도전해야겠다. 무엇인가에 도전한다는 것은 설레고 기대되는 일이다. 언젠가 TV프로그램에 90대 할머니가 그림을 그리는 것을 보았다. 늦게 그림에 입문하여 지루하지 않은 노년을 보내는 것을 보며, 노후에 꼭 배워야 하는 것으로 그림을 반드시 시작하기로 마음먹었던 적이 있었다.
시작이 반이다. 이제 또 하나의 도전이 시작되었다. 무엇인가 도전을 하면 반드시 그것에 대한 보답이 온다는 것을 알기에, 너무 신나고 기분 좋게 도전을 하게 되었다. 생각만 하다가 이렇게 좋은 시설에서 좋은 분들과 그림을 배울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너무 행복하다. '무엇이든 꾸준히 3년을 배우면 혼자는 즐길 수 있고, 5년을 꾸준히 하면 남 앞에 나설 수 있고, 10년을 꾸준히 하면 남을 가르칠 수 있다'는 가르침을 믿으며 다시 한번 힘차게 도전하려 한다. 정년퇴직 이후의 나의 삶은 문학을 즐기고 음악을 통해 즐거운 시간을 갖고, 그림을 그리며 작품을 나누는 그런 멋진 인생을 고대해 본다. 내가 즐겁고 주변이 즐거운 삶, 그것이 내가 진정 꿈꾸는 노년의 시간이다. 배우지 않으면 즐기지 못하다. 백세시대에 퇴직 후 40년이라는 길고 긴 시간을 어떻게 무엇을 하며 보낼 것인가? 나 스스로에게 질문을 하고 대답을 해본다. 내가 하고 싶은 일에 지금부터 열심히 배워야겠다. 기회는 자주 오는 것이 아니다. 퇴직까지 약 5년 정도 남았다. 퇴직할 때는 내 그림이 전시장에 당당히 걸려 있는 모습을 상상하며, 한발 한발 천천히 걸어가야겠다. 삶은 즐기는 것이다. 즐겁지 않으면 인생이 아니다. 즐기기 위해서는 배우지 않으면 안 된다. 가치 있고 품격 있고 존경받는 노년을 위해, 오늘도 공부를 게을리하지 말야겠다. 배울 수 있어 행복하다. 새로운 근무지에서 새롭게 도전하는 그림공부에 최선을 다해 천천히 걸어가야겠다. 오늘이 좋다. 내일이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