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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행

친구

by 하모남


나는 지금 누구나 걷고 있는가. 함께 걸을 수 있는 사람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감사이고 행복이다. 한 세상 살아간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중년의 나이에 되어 보니 다시 젊은 시절로 돌아간다는 것은 누구나 주저하기 마련이다. 불투명하고 끝이 보이지 않는 인생길을 어떻게 살아가야 하나 고민하고, 눈물로 지새워야 하는 날들이 그만큼 많기 때문이다. 아이들이 성인이 되고 내가 지천명을 지나 보니, 가끔 살아온 날들을 되돌아보는 시간들이 많아졌다. 그동안 나와 부딪치고 인연을 맺은 사람들 덕분에, 오늘 내가 이 자리에 서 있다는 생각을 하니 한 사람 한 사람이 소중하지 않은 수 없다. 모든 살아있는 것들은 누구를 만나느냐가 정말 중요한 것 같다. 특히 사람과 환경 등... 지금 이 평화로운 시기에 대한민국에 살고 있다는 것이 고맙고 감사하다. 내가 태어난 60년대 말만 하더라도 모든 것이 불비한 시절이었다. 비포장길에 먼지가 펄펄 날리던 신작로 길, 비가 오는 날에는 고무신이 질퍽한 길에 빠져 학교 가는 것 자체가 고생이었다. 그래도 우리 부모님 세대들의 피땀으로 발전된 나라에서 큰 걱정 없이 살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복이 많은 사람이다. 또한 내가 태어나고 살아온 시기가 전쟁이나 혼란의 시대가 아닌 것만 해도 감사해야 할 일이다.


사람은 환경에 적응하며 살아간다고 하지만, 빠르게 변해가는 환경에 잘 적응해 가며 살아온 것이 기적이다.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누구를 만나느냐가 중요하다. 그중에서도 세상에 태어나 처음 만나는 부모님이야말로 나의 모든 것을 결정짓는 매우 중요한 첫 번째 만남이다. 내가 선택할 수 없는 만남이지만, 좋은 부모님을 만나는 것은 나의 삶에 정말 많은 영향을 끼치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검소하고 근면 성실한 부모님 밑에서 부족함 없이 살아올 수 있었던 것에 감사할 따름이다. 그러한 DNA를 그대로 물려받아 내가 아이들을 키우는 데에도, 그 유전자는 알게 모르게 전해지고 있는 것 같다. 그다음은 친구이다. 부모님은 나와는 한 세대 앞사람이다. 나와 평생을 함께 살아갈 사람은 친구이다. 그 친구에는 첫 번째가 아내다. 성인이 되어 스스로 자립하여 한 가정을 꾸려 살아가는 데 있어서, 아내는 그 누구보다도 중요한 사람이다. 아내의 모든 것은 나와 연관이 되어 있고, 내 삶에 있어 정말 많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서로 힘을 모아 험난한 세상을 헤처 나가는 데에는 아내의 역할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나만 믿고 따라와 주는 아내에게 좀 더 세심한 배려와 관심과 사랑이 필요한 때가 되었다는 것을 느낀다.


다음은 마음을 털어놓고 미래를 함께 고민할 수 있는 친구다. 많은 친구들이 있지만 마음을 터 놓고 허심탄히 소통할 수 있는 친구는 그리 많지 않다. 나와 사상과 이상이 비슷하고, 올바른 생각으로 열심히 사는 친구, 배울 점이 많은 친구. 세상에 법 없이도 살 수 있는 친구. 기본과 상식이 통하는 친구. 세상을 밝게 바라보며 미래를 꿈꾸는 친구. 그런 친구가 있다는 것은 정말 행운이고 행복이다. 전주에 내려와 산지 올해로 20년이 되었다. 동기생인 초이스 친구를 알게 된 것이 정말 행운이다. 가정적으로나 사업마인드나 정말 배울 것이 많은 친구다. 항상 긍정마인드로 살아가는 친구에게 많은 것을 배우고 있다. 친구도 자주 만나고 대화를 많이 해야 서로를 이해할 수가 있다. 그래서 친구와 월 1회 만나 배낭을 메고 가까운 곳을 천천히 트레킹을 하기로 했다. 함께 걸으며 자연에서 인생의 정답을 찾아가는 걷기 동행 프로그램이다. 21년 2월부터 시작했으니 이젠 3년 하고도 6개월이 되어 간다. 꾸준히 길을 걸으며 전주 주변의 여러 곳을 걸었다. 한옥마을, 남고산성, 위봉산성, 구이저수지, 심포항 해안가, 백제 미륵사지, 임실 옥정호 등 많은 곳을 함께 걸으며 자연과 벗이 되고, 친구와 벗이 되어 길을 걸었다. 차를 타고 지났으면 볼 수 없었던 주변의 경관들과 꽃과 나무, 그곳에 숨은 이야기들을 찾아 인생의 정답을 찾는 노력을 하며 걷고 있다.


누군가와 함께 걷는다는 것은, 나도 그를 닮아 간다는 것이다. 친구는 나의 또 다른 얼굴이다. 내가 오늘 누구를 만나느냐에 따라 내가 어떤 사람이 되는가가 결정짓는 것이다. 자녀들을 하나 둘 떠나보내고 그 빈자리를 친구가 채워주는 시기인 것 같다. 힘들고 어려운 인생길에 내 이야기를 들어주고, 진실된 마음으로 조언을 해 줄 수 있는 친구가 있다는 것은 행복이다. 함께 걷은 후에 먹는 막걸리 한잔은 보약이다. 문학을 좋아하고 음악을 좋아하는 친구, 걷는 것을 좋아하고 사람을 좋아는 친구, 그런 친구와 함께 걸을 수 있어 인생길이 신난다. 팔월의 무더위가 지속되는 구이저수지 둘레길을 좋은 마음으로 걸었다. 좋은 친구가 있어 더위마저도 긍정으로 보아주는 친구의 모습에서 삶의 깊이를 다시 한번 보게 되었다. 무더위에 더욱 무성하게 자라는 푸른 나무와 잡초 각가지 꽃들을 보며, 이 무더위에도 감사하며 최선을 다해 살아가는 자연에서 또 다른 삶의 자세를 배운다. 함께 걸은 후에 먹은 들깨 삼개탕의 맛은 우리들의 가슴 한편에 깊은 향기 같은 추억으로 오래오래 남을 것 같다. 친구가 좋다. 오늘이 좋다. 내일이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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