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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근이세요

생활

by 하모남


요즘은 휴대폰 하나면 모든 것이 해결되는 세상이다.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손에서 휴대폰을 놓지 않는다. 영화관람, 공부, 정보획득, 물건구입, 좋아하는 노래 듣기와 배우기 등등 정말 많은 분야에서 휴대폰은 유용하게 쓰이고 있다. 이젠 휴대폰이 없는 세상은 상상할 수 없는 세상이 되었다. 그러나 막상 휴대폰으로 무엇을 하는 시간이 많으냐고 물으면, 대부분 너튜브를 보거나 SNS, 은행업무, 물건구매 등 몇 개의 한정된 앱만 쓰지, 더 많은 기능과 가치를 잘 모르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휴대폰에 깔려 있는 앱을 들여다보면, 그 사람의 라이프 스타일을 알 수 있다. 나는 음악을 좋아하니 음악에 관한 앱들이 여러 개 있고, 글쓰기를 하니 글쓰기에 관련된 한글사전, 메모장, 등이 있고 쓴 글을 사진으로 옮기는 앱을 많이 사용하고, 또한 책을 구입하는 앱을 주로 사용한다. 많은 앱 중에서 자주 이용하는 앱이 당근마켓이 있다. 당근마켓은 내가 사용하다가 싫증이 나거나, 필요하지 않은 물건을 저렴하게 이웃사람들과 나누는 플랫폼이다. 아내와 나는 당근마켓을 수시로 이용하고 있다. 가격이 착하면서도 이웃들에게 살 수 있어 정감이 간다.


이곳으로 이사를 하고 한참 거실의 화초를 구입하던 시기가 있었다. 아내는 거실에 큰 화분을 놓고 싶어 했다. 꽃가게나 식물원에서 구입하려 하니 가격이 만만치 않았다. 그래서 중고 마켓인 당근마켓을 찾아보게 되었다. 내가 필요한 물건을 사전에 정해 놓으면, 그 물건이 뜨고 알림을 설정해 놓았더니 알람이 왔다. 뱅갈고무나무였다. 이사를 가시는 분이 더 이상 키우지 않아 당근에 내어 놓는다고 했다. 크기도 적당하고 가격도 매우 착한 가격이었다. 주말에 약속을 정하고 집으로 찾아갔다. 젊은 부부가 살았는데 맞벌이로 바빠 식물에는 관심이 부족한 듯했다. 아내와 내가 집으로 찾아가니 집안은 이사준비로 어수선했다. 거실 한 구석에 서 있는 뱅갈고무나무는 주인의 사랑과 관심이 부족한 듯, 잎은 삐뚜러 지고 생기가 없이 초라한 모습으로 거실 한구석에 서 있었다. 그래도 화분은 고급 스러 화분에 심겨있었다. 그렇게 집으로 고이 모셔와 우리 집 식구가 되었다. 한 동안 관리가 되지 않아서 인지 비 맞은 수닭처럼 헐벗은 모습이 보기가 안타까웠다.


우리 집에 이사 온 고무나무는 아내의 지극정성으로 이젠 부잣집 아들 같이 싱싱하고 윤기가 흐르는 아이로 바뀌었다. 사람뿐만 아니라 살아있는 모든 것은 사랑과 관심이 필요하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아내는 수시로 거실 화초들을 쳐다보며 영양제를 주거나, 잎을 닦아주면서 정성으로 화초를 돌본다. 마치 엄마가 아이를 키우는 것처럼 사랑과 정성으로 돌보고 있다. 식물도 사람의 마음을 아는지 풍성하고 싱싱한 잎으로 보답해 주고 있다. 요즘은 고무나무를 볼 때마다 기분이 좋다. 군데군데 구멍이 나 있던 곳에는 새로운 잎들이 나와 자리를 채우고, 철사를 이용해 모양을 잡아가며 이젠 제법 멋진 녀석이 되었다. 그러한 모든 과정을 옆에서 지켜보면서 많은 것을 생각하고 배우게 된다. 세상살이가 사랑과 정성 없이는 아무것도 올바르게 익어가지 못한다는 것이다. 비록 말 못 하는 식물일지라도 주인의 사랑과 정성이 정말 중요하다는 것을 배운다.


요즘도 가끔 필요한 물건이 생기면 당근마켓을 기웃거린다. 가끔은 무로로 나눔을 실천하는 사람들도 많다. 나도 이사오기 전에 사용하던 식탁과 의자를 이사올 때 가지고 와서 사용하다가 당근에 나눔으로 내놓은 일이 있었다. 당근에 올리고 얼마 되지 않아 연락이 왔다. 집 주변에서 작은 식당을 운영하시는데 식탁이 필요했다고 한다. 책상유리까지 깨지지 않도록 테이프로 고정해서 드렸다. 식탁을 가지고 가시는 사장님은 연실 고맙다고 말하면서, 자기가 운영하는 식당에 한번 들리시면 식사라도 대접한다는 말을 들으니 너무 기분이 좋았다. 내가 폐기물로 처리를 하면 돈을 내고 처리해야 하는데, 필요한 분에게 드리니 너무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당근에서 거래가 성사되어 약속한 장소에 나가 있으면, 물건을 파는 사람과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는 짧은 시간이 마치 시집을 보내는 부모마음 같은 생각이 들 때가 있다. 그동안 나의 손때 묻은 추억이 그 물건에 고스란히 남아 있다. 그래도 그것을 필요로 하는 사람에게 잘 보내 새로운 좋은 추억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당근이세요' 하면서 처음 만나는 사람과 쉽게 가까워질 수 있는 것은 그 물건이 이어주는 인연 끈 이라 생각하니 더 정겹고 즐겁다. 주변사람들과 서로 물건을 나누며 정답게 사는 세상이 아름다운 세상이 아닌가 생각해 본다. 오늘이 좋다. 내일이 기대된다. 당근이세요? 안녕하세요. 잘 쓰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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