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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은 즐겁다

취미

by 하모남


어려서부터 노래가 좋고 음악이 좋았다. 흔치 않았던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던 음악은 참 신기했다. 노래의 가사를 들으면 내 마음을 대변하는 느낌이 들었다. 좋아하는 사람이 생기면 사랑의 노래를, 이별을 할 때는 이별 노래를, 슬플 때에는 슬픈 노래를, 기쁠 때는 기쁜 노래가 좋았다. 그렇게 음악은 나를 위로해 주기에 충분했다. 중학교시절 큰집 형이 기타를 치는 모습이 그렇게 부러웠다. 그러면서 나도 고교시절 어렵게 장만한 기타와 하모니카는 나를 기쁘게 하는 도구가 되었다. 혼자서 기타와 하모니카를 배울 때는 너무 신났다. 그렇게 시작된 음악은 내 삶의 일부분이 되었다. 장교가 되어 군생활을 할 때는 생활이 바빠, 음악이나 취미생활을 할 만한 생각조차 못했고 여유도 없었다. 동대장이 되어서도 음악을 잊고 살았다. 그러다 어머니와의 이별은 삶이 그다지 길지 않다는 것을 느꼈다. 좀 더 즐겁고 의미 있게 살아야 한다는 생각으로 음악을 다시 시작했다. 내가 잘할 수 있는 악기가 무엇인가 생각하다가 찾은 것이 하모니카였다. 하모니카는 다른 악기에 비해 크기도 작고, 휴대가 용이해 언제 어디서도 나의 기분을 대신할 수 있는 좋은 악기다. 들숨과 날숨으로 부는 하모니카는 누구나 불면 소리를 낼 수 있어 쉽게 접근할 수 있다. 모든 악기가 그렇듯이 잘한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꾸준한 연습만이 즐길 수 있다.


이젠 하모니카는 내 삶의 일부가 되었다. 살아가면서 누구에게나 한두 가지의 취미가 있다. 취미생활은 지루한 일상에 한줄기 활력을 주기에 충분하다. 우리 나이에는 무엇을 할 때 나는 재미있고 즐거운지, 스스로를 뒤돌아 볼 때가 되었다. 30,40대에는 아이들 키우고 먹고살기 바빠 취미에 그다지 관심이 없다가도, 50대에 들어서면 이젠 좀 먹고살고, 아이들도 부모 손에서 벗어나니 진정 내가 하고 싶은 취미활동을 찾게 된다. 그러나 혼자서는 오랜 시간 취미생활을 할 수 없다. 처음에는 굳은 마음으로 시작하지만, 실력이 잘 늘지 않는 자신을 볼 때는, 나는 이 악기와 맞지 않는다고 생각하며 방치하다가, 끝내 포기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꾸준히 악기를 할 수 있는 방법은 동우회나 평생교육원 같은 곳에 꾸준히 나가는 것이다. 꾸준히 하다 보면 실력도 늘고 무대에도 설 기회가 생기게 된다. 그러다 보면 다른 사람과 비교하게 되고, 자신의 부족한 점을 알고, 열심히 연습하다 보면 점점 발전하는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나는 요즘 같은 취미로 함께 하는 사람들과 보내는 시간이 많다. 그 시간은 무척 즐겁다. 특히 음악을 취미로 하는 모임이라서 즐거움은 배가 된다. 하모니카 단원들과 매월 함께 연주회를 갖는다. 너무나 기분 좋다. 매월 2곡을 연습해서 무대에 서서 발표를 하는 시간이다. 음악과 한다는 것은 소리의 즐거움이고 행복의 순간이다. 즐겁지 않으면 노래를 부르거나 악기를 연주하기가 어렵다. 동기생 밴드를 통해 음악을 하는 동기들이 가끔 연주 영상을 볼 수 있었다. 음악과 함께 너무나 멋진 인생을 사는 모습이 보기 좋았다. 동영상을 공유하며 서로의 멋진 인생을 응원하던 참에, 부천에서 음악실을 운용하는 동기가 앞장서서 공주에서 어렵게 첫 모임을 갖게 되었다. 이름하여 '사관학교 악기동우회 정기연주회'다. 전국 각지에서 재능 있는 동기들이 한걸음에 달려와 주었다.


마침 석가탄신일이라 주중에 있는 휴일이었다. 오후에는 비가 온다는 예보가 있었지만, 어렵게 잡은 기회이기에 강행하기로 했다. 공주에 있는 무대가 있는 글링핑장이었다. 다행히 집에서 출발할 때는 날씨가 화창했다. 너무 기분이 좋았다. 한 시간 남짓 달려 도착했다. 부천에서 내려오는 회장님의 차에 음향장비가 가득 실려 있었다. 장비가 준비되고 현수막을 붙이니 그럴듯한 무대가 금방 만들어졌다. 함께 점심식사를 하고 간단히 회칙을 정했다. 앞으로 일 년에 두 번씩 만나 음악과 함께 동기생의 우정을 나누기로 했다. 회의가 끝나고 각자의 악기로 한두 곡 씩 연주의 시간을 가졌다. 다들 멋진 음악을 선물해 주었다. 하루아침에 그런 실력에 도달하지 않았다는 것을 알기에, 곡이 끝날 때마다 박수가 절로 나왔다. 오후 늦게 비가 내리기 시작했지만, 우리들의 음악에 대한 열정은 식을 줄을 몰랐다. 그렇게 서로의 기량을 마음껏 발휘하고, 삼겹살파티로 저녁식사를 맛나게 했다. 저녁 늦은 시간까지 음악을 나누며 즐거운 시간을 가졌다. 처음 만남이었지만 처음답지 않게 즐거운 시간이었다. 젊은 청춘을 함께 한 동기생들이었기에 쉽게 가까워질 수 있었다. 거기에는 음악이라는 공통점이 있었다. 앞으로도 가끔 만나 음악을 나누며 행복하고 멋진 인생을 그려 본다. 오늘이 좋다. 내일이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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