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
세상 모든 일에는 때가 있다. 때는
시간의 어떤 순간이나 부분을 말한다. 때를 잘 활용해야 하는 것처럼 산다는 것은 그때그때, 순간순간을 잘 살아내야 한다. 새봄에는 일제히 눈을 뜨고 물을 맘껏 마시고, 꽃을 활짝 피워야 한다. 꽃을 피워야 벌나비와 바람에 의해 수정이 되고, 좋은 열매를 맺을 수 있는 것처럼 말이다. 농부들이 새봄이 되면 땅을 일구고 씨앗을 뿌려야 알찬 열매를 수확하는 것처럼 무슨 일이든 때는, 삶에서 가장 중요한 순간이며 시기다. 젊어서는 공부해라, 공부해라 하시던 부모님의 말씀의 의미를 잘 몰랐다. 공부하면 왜 좋은지, 무엇 때문에 공부를 해야 하는지 보다, 공부하라는 말이 잔소리로 들리던 때가 있었다. 나이가 들어보니 그때 더 열심히 공부를 할 걸, 하는 생각이 들 때가 있었다. 내가 성인이 되어 결혼을 하고 아이들을 키워보니, 부모님이 말씀하시던 '공부해라'는 말은 잔소리로 들릴 것 같아, 공부를 왜 해야 하는지에 대해 강조했던 것 같다. 공부보다 가성비가 높은 것은 없다. 1~2년 공부를 해서 평생을 먹고 산다면, 그것보다 가성비가 좋은 것이 있겠는가. 그래서 공부의 중요성에 대해 더 열심히 강조했다.
사람의 기운에는 활기, 생기, 용기, 슬기 등이 있다. 이러한 많은 기운들은 땅에서 올라와 발바닥으로 들어와 다리를 걷처, 낭심을 머물다가 가슴을 지나고, 입과 머리를 지나 하늘로 올라간다고 한다. 기운의 머무는 것에도 다 때가 있는데, 십 대까지는 두 다리에 기운이 머물고, 이삼십 대에는 낭심에 머무니, 그때가 되면 가정을 이루고 자녀를 양육해야 한다. 또한 기운이 낭심을 지나 가슴에 머무는 시기가 사오십대라고 한다. 이때는 가정과 사회를 위해 열심히 일을 할 때다. 육칠십이 되면 기운이 머리에 머무니, 그때에는 지난날에 대한 노하우를 후세들에게 잘 가르치고, 베풂과 나눔의 덕으로 세상을 살아야 한다고 어느 책에서 배운 생각이 난다. 매우 공감을 하며 읽은 적이 있었다. 아이들이 직장에 갓 들어가 자리를 잡으려고 힘쓰고 있다. 나이가 서른이 되어가니 결혼에도 신경을 써야 하는 시기다. 그래서 아이들에게 아빠로서 꼭 당부한 일이 있다. 너희들이 지금 할 일은 직장에 잘 적응하고, 좋은 남자를 만나 연애에 집중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요즘 두 아이가 연애에 집중하고 있다. 지금 그 시기에 무엇보다 중요한 일은 좋은 사람을 만나는 일이다.
좋은 사람이란 어떤 사람인가. 서로 마음이 통하고 내 인생을 걸어도 후회하지 않을 확신이 있는 사람, 평생 나와 희로애락을 함께 할 수 있는 사람이다. 행복한 결혼 생활을 하기 위해서는 무시하지 못하는 것이 경제적인 안정이다. 경제적으로 안정이 되어 있지 못하면, 더 행복하고 즐거운 일들을 만들어 가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학생 때는 학생의 본분은 공부다. 학교를 졸업하면 좋은 직장을 잡는 것이 큰 일이다. 아이들이 공부할 때 집안의 모든 일을 아이들에게 집중했다. 먹고 입고 자고 공부하는 것에 가장 기본적인 것에 문제가 없도록 뒷바라지를 해 주었다. 다행히 부모의 마음을 잘 알고 따라와 준 아이들에게 그저 감사하고 고맙다.
나이가 들어가니 무엇보다 때의 중요성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이젠 아이들은 각자가 자기 인생을 개척해야 할 때가 되었다. 부모의 조언도 중요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스스로 서는 것이다. 지금껏 잘해 왔으니 각자 자기의 길에서도 슬기롭게 잘 헤쳐 나갈 것이라 믿는다.
이제는 내 차례다. 정년퇴직을 4년 반정도 앞두고 있다. 지금 이 시점에 나는 무엇을 해야 하나. 나 자신에게 가끔 질문을 한다. 한 번도 살아보지 않은 긴 노후의 시간을 무엇을 하며,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 것인가. 내가 직장생활을 하는 40년이란 세월만큼, 마지막 40년이란 시간이 온전히 나에게 주어졌다. 아이들을 키우는 일에서도 벗어났다. 결혼을 하고 각자의 길을 갈 수 있도록 약간의 경제적 지원만이 남았다. 지금부터가 진짜 내 삶이고 내 인생이다. 탈무드에 공부하는 사람이 가장 지혜로운 사람이라고 했으니, 일단 그 말을 믿고 하고 싶은 공부에 매진하고 싶다. 문학과 체육, 음악, 미술, 그리고 변화하는 시대에 발맞추어 IT분야도 좀 더 공부해야겠다. 지금도 나름 열심히 배우고 있지만, 좀 더 체계적으로 꾸준히 배워야 한다. 혼자서는 오래가지 못한다. 시스템 안에 들어가 꾸준히 지속적으로 해야 한다. 우리 부모님 시대에는 먹고사는 문제가 가장 중요한 시대였기 때문에 새로운 것을 배우시지 못했다. 그러나 우리 세대는 다르다. 무엇이든 할 수 있다. 생각만으로 그치지 말고, 몸으로 직접 부딪치며 도전해야 한다. 그래야 우리의 미래가 더욱 찬란하게 빛날 것이라 확신한다. 지금 나는 무슨 생각을 하며, 누구를 만나고 있는가. 다시 한번 나 자신을 가다듬어 본다. 오늘이 좋다. 내일이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