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삶 내길

생활

by 하모남



무엇을 위해 살고 있는가. 누구를 위해 사는 것인가. 어떻게 사는 것이 잘 사는 것인가. 나이가 들어가며 누구나 한 번쯤은 스스로에게 이런 질문을 하게 된다. 특히 정년을 앞둔 가장이라면 더욱 그런 생각을 하게 될 것이다. 가끔 혼자 있는 시간에는 많은 상념에 잠길 때가 있다.

사람마다 살아가는 모양새는 제각기 다르다. 무엇을 추구하며 살 것인가도 각자의 몫이다. 정답이 없는 인생에서 정답을 스스로 찾으며 사는 것이 우리네 인생이다.

며칠 전 SNS에서 짧은 글 하나가 눈에 들어왔다. 어느 40대 후반 여성의 이야기였다. 그녀는 어려운 가정에서 태어나 고등학교를 졸업한 뒤 직장생활을 하다가 한 남자를 만나 결혼을 했다. 결혼 후에도 직장생활을 하며 두 아이를 키웠다.

그런데 어느 날 몸이 아파 병원에 갔고, 의사로부터 청천벽력 같은 말을 듣게 된다. 대장암 말기라는 진단이었다. 그 후 그녀는 얼마 지나지 않아 숨을 거두게 되었다.

세상을 떠나기 1주 전, 성당 신부님과 나눈 대화의 내용이 많은 사람들의 눈시울을 적시게 했다.

그녀는 죽음을 앞두고 보니 남편에게도, 자식들에게도 전혀 미안하지 않다고 했다. 이유인즉 남편은 집안일을 돌보지 않았고, 자신은 청소부 일을 하며 아이들을 대학까지 보냈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남편에게도, 자식들에게도 미안하지 않다고 했다. 그러나 가장 미안한 사람은 다름 아닌 자기 자신이라고 말했다.

지금껏 살아오면서 고생만 했다는 것이었다. 맛있는 소고기 한 번 마음껏 먹어 보지 못했고, 좋은 옷 한 번 제대로 입어 보지 못했고, 좋은 곳으로 여행 한 번 가 보지 못했다는 것이었다. 그런데 덜컥 큰 병에 걸려 죽음을 앞두고 있다는 사실이 너무도 서러웠다는 것이다.

그래서 자기 자신에게 너무 미안하다고 했다. 평생을 살면서 단 한 번도 자기 자신을 위해 잘해 주지 못한 것이 너무 가슴 아프다는 말이었다.

우리는 지금 어떻게 살고 있는가. 그 이야기를 접하며 다시 한번 나를 돌아보게 된다. 한 집안의 가장이라는 이유로, 아내의 남편으로, 부모님을 모시는 아들로, 자식들을 책임지는 아버지로서 나 아닌 주변만을 위해 살아오지는 않았는지 생각하게 된다.

이제는 나를 돌아보고, 나에게 위로와 격려가 필요한 시기라는 생각이 든다. 가끔은 맛있는 것도 먹고, 좋은 옷도 아끼지 말고, 가고 싶은 곳이 있으면 여행도 하면서 천천히 늙어가야 한다. 그것이 후회 없는 인생일 것이다.
내일 해야지 미루기보다, 생각이 나면 바로 실행에 옮겨야 한다.

60년 가까운 세월을 살아보니 긴 세월 같지만 한편으로는 너무나 짧은 시간이었다는 것을 느낀다. 이제 허리를 펴고 이마의 땀을 닦아 내며 먹고살 만해지니 부모님은 떠나셨고, 아이들은 각자의 길을 찾아 떠났다.

덩그러니 아내와 둘만 남은 커다란 집이 왠지 쓸쓸해 보일 때가 있다. 아직 출근할 직장이 있다는 것에 감사하면서도, 다람쥐 쳇바퀴처럼 바쁘게 살고 있는 내 모습을 볼 때마다 이렇게 사는 것이 정답인가 스스로에게 묻게 된다.

30년 넘게 내 곁을 든든하게 지켜 주는 따뜻한 아내가 있어 고맙고 감사하다. 가끔 아내와 함께 살아온 지난 세월을 이야기할 때가 있다.

아내는 지금이 제일 좋다고 한다. 힘들고 어려웠던 지난 시간들을 어떻게 살아왔는지, 생각하면 할수록 잘 이겨낸 지금이 너무 좋다고 말한다. 부모님의 건강 문제로, 아이들의 공부와 취업 문제로, 직장의 소소한 일들로 한숨짓던 지난 세월의 흔적이 얼굴에 고스란히 남아 있다.

머리가 희어지고 주름진 아내의 얼굴을 바라볼 때면 감사하면서도 측은한 마음이 든다. 더 따뜻한 마음으로 안아 주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아직까지 건강하니 큰 문제는 없다. 그러나 어느 날 갑자기 건강을 잃는다면 어떻게 될까. 건강할 때 건강을 지키려고 부단히 노력하지만, 인생이 내 마음대로 되지 않으니 쉽지 않은 것이 우리네 삶이다.

자기 자신도 돌보지 못하고 앞만 보고 열심히 살다가, 어느 날 큰 병으로 세상을 떠난다면 너무나 후회스러울 것이다.

유한한 삶을 살면서 후회되지 않는 인생을 늘 생각하며 살아야겠다. 무엇보다 후회하지 않기 위해서는 매 순간 주어진 시간에 최선을 다해야 한다. 놀 때는 노는 일에, 사랑할 때는 사랑에, 일할 때는 지금 하는 일에 최선을 다하자.

무엇보다 내 주변에 있는 사람들에게 향기를 남기며 살아야겠다. 나의 말 한마디, 가벼운 행동 하나에 누군가 상처받지 않도록 조심해야 한다.

그리고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나를 사랑하는 일이다. 지금껏 잘 살아온 내 자신에게 상을 주어야 한다.

인생은 즐겁고 기쁜 일보다 힘들고 어려운 난관을 이겨내야 하는 시간이 더 많은 것 같다. 어느 누구와도 비교하지 않으며, 스스로에게 주어진 내 삶과 내 길에 더욱 매진해야겠다.

이제 남아 있는 시간을 스스로 즐거운 인생으로 선택해야 한다. 내가 무엇을 원하는지, 무엇을 할 때 즐거운지 알 때가 되었다.

오늘을 더 즐거운 시간으로 만들어 가자. 좀 더 내 내면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자. 오늘이 좋다. 내일이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