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
아이들이 중고등학교를 다닐 때, 나는 나만의 서재방을 갖고 싶다고 꿈꿨다. 음악과 책을 사랑하는 나에게, 그 공간은 놀이터이자 쉼터였다. 아이들과 아내에게 폐를 끼치지 않기 위해, 나는 방이 네 개 있는 아파트로 이사를 결심했다. 그런 마음 덕분인지, 그 꿈은 현실이 되었다. 새로 분양한, 넓고 쾌적한 방 네 개짜리 집으로 이사한 지 벌써 8년이 되었다.
평생 직장생활을 해야 집 한 채라던 선배의 말이 떠오른다. 알뜰히 모아 마련한, 내 생애 세 번째 집이다. 이제 이곳에서 평생을 살아갈 생각이다. 네 식구는 각자의 공간을 갖게 되었고, 무엇보다 내 서재방이 생겼다는 게 너무 행복했다.
커튼도 내가 원했던 것으로 골랐다. 숲 속에 와 있는 듯한 느낌을 주기 위해, 울창한 나무와 오솔길이 있는 롤스크린을 달았다. 그 커튼을 내리면 마치 숲 속에 있는 듯한 평온함이 느껴졌다. 그 사진을 볼 때면, 숲에서 새소리를 들으며 새들과 함께 노래하는 기분이 들곤 했다.
매년 생일이면, 아이들과 아내는 내 방에 작은 선물을 하나씩 놓아주었다. 편안한 의자, 벽면을 가득 채운 책장 등, 하나씩 쌓여갔다. 음악을 사랑하는 나는 앰프와 스피커에 대한 애정도 깊었다. 같은 음악이라도 좋은 스피커로 들을 때, 그 감동은 더욱 깊었다. 그렇게 조금씩 모은 장비들이 방 안을 채워갔다.
시간이 날 때마다 나는 서재에서 나만의 시간을 보낸다. 기타를 치고, 하모니카를 연주하며, 때로는 반주기에 맞춰 노래도 부른다. 주변에 방해가 되지 않도록 조심한다. 다행히 새 아파트라 방음이 잘 되어 있다.
날씨 좋은 계절엔 공원에서 버스킹을 하지만, 겨울엔 방 안에 머무는 게 못내 아쉽다. 그래도 매주 토요일, 동호인들과 연습실에서 마음껏 음악을 할 수 있어 행복하다.
얼마 전, 정기 모임에서 총무님이 새로운 장비를 준비하셨다. 삼성 하만의 JBL올인원 스피커였다. 평소 관심 있던 장비다. 크기도 작고 음질도 뛰어나 자주 이동하는 나에게 딱 맞는 장비였다.
작년에 탁구장에서 봤던 장비였는데, 총무님이 산 걸 보니 더 간절해졌다. 아내에게 말하니, 이미 여러 장비가 있는데 또 사냐고 잔소리했다. 결국 지금 있는 장비를 처분하고 구입하라는 것이었다.
여러 번 고민 끝에 사는 것이라고 말하니 아내도 흔쾌히 허락했다. 예비 큰사위가 삼성에 근무해서, 직원가로 살 수 있는지 알아보았다. 다행히 시중가보다 저렴하게 살 수 있었다. 큰맘 먹고 주문했고, 아내에게 용돈을 빌려 살 수 있었다.
며칠 뒤, 카톡으로 배달 완료 메시지가 도착했다. 기분이 설렜다. 동호회 총무님이 쓰던 장비보다 더 사양이 높은 장비였다. 3일 만에 도착한 장비와 함께, 나는 장비를 옮길 가방도 주문했다. 퇴근 후 집에 돌아가 보니, 아내가 내 방에 장비를 고이 옮겨 놓았다. 설레는 마음으로 포장 박스를 열고, 사용 설명서를 읽으며 바로 테스트했다.
역시나 기대했던 대로, 작지만 엄청난 출력과 선명한 음질이 방 안을 가득 채웠다. 하나의 취미를 지속한다는 것은 재정적 부담이 되지만, 나는 이것을 나를 위한 투자로 여긴다. 고등학교 시절, 기타를 갖고 싶어 용돈을 모아 어렵게 장만했던 기억. 그때의 기타는 나에게 큰 위로였다. 그 작은 시작이 지금도 나를 기타에 쉽게 다가가게 한다.
취미는 전문적이기보다는 즐기기 위해 존재한다. 인생에 음악이 곁에 있다는 것은 큰 행복이다. 기쁠 때는 기쁨의 음악으로, 우울할 때는 차분한 음악으로, 음악은 나를 어루만진다.
힘들고 어려운 삶의 길에서, 누가 시킨 일이 아닌, 내가 진정으로 하고 싶은 일에 집중할 때, 우리는 비로소 행복을 느낀다. 취미생활은 스트레스를 풀고, 일에 집중할 수 있게 하며 불안을 떨쳐낼 수 있는 에너지를 준다. 꾸준히 새로운 것을 배우다 보면 치매 예방에도 도움을 준다.
무엇보다 내 재능을 나누는 순간, 나는 자신감을 얻고, 사람들과 깊은 유대감을 형성한다. 이런 건강한 취미는 삶의 질을 높이고, 활력을 더해주는 중요한 요소다.
새로 구입한 장비로 더 많은 사람을 만나고, 더 멋진 연주를 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내가 기분 좋으면 세상도 더 밝아 보인다. 오늘이 좋다. 내일이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