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기

생활

by 하모남


요 며칠 감기로 고생했다. 3주 연속 주말이면 장기리 운전을 했다. 친구노릇, 아빠노릇, 아들노릇을 하기 위해서였다. 신체리듬이 깨진 것 같다. 좀처럼 감기 같은 것은 걸리지 않는 체질인데, 한번 걸리면 오래간다. 지난겨울에 독감예방 주사도 맞았다. 이제 나이 들어가는 것인가. 운동부족인가. 아내는 연실 잔소리다. 운동 부족이라고... 감기가 만병의 근원이라고 했는데, 너무 무리했으니 휴식이 필요하다는 몸의 신호인 것 같다. 병원에 가서 3일 치의 약을 처방받아먹었는 데도 호전이 없다. 그래서 다시 가서 원장님께 차도가 없다고 말씀드리니 코로나 검사를 해 보자는 것이다. 검사를 해보니 다행히 코로나는 아니다. 다시 5일 치의 약을 처방받아 복용하고 나서야 컨디션을 되찾았다. 최대한 따듯한 물을 많이 섭취하고 휴식을 충분히 하라는 말도 잊지 않았다. 젊어서는 약을 먹고 하룻밤만 지나면 몸이 거뜬했는데, 몸도 예전 같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봄비 내린 다음날 점심식사를 하고, 몸이 컨디션이 좋지 않다는 것을 느꼈다. 목이 아픈 것이다. 침을 삼키면 목에서 통증이 느껴졌다. 괜찮겠지 생각했는 데, 다음날 아침 더 심해서 출근하는 것조차 불편할 정도였다. 그렇게 감기는 시작되었다.



몸이 아파봐야 건강의 중요성을 알고, 큰 병이 들어봐야 건강관리에 신경을 더 쓸걸... 후회하고, 아내가 곁에 있어 잔소리를 해 줄 때가 행복한 시절이란 것을 모르고, 떠나면 후회한다고 한다. 또한 아이들과 힘들고 어려워도 지지고 볶고, 아웅다웅 울고 웃으면서 살 때가 진정 사는 것인데... 이렇듯 삶의 진정한 맛을 생각해 보게 해 준 감기가 또한 고맙고 감사하다. 감기가 걸리지 않았다면 그냥 생각 없이 다람쥐 쳇바퀴 돌 듯 그렇게 살았을 것이다. 가끔은 감기도 걸리고, 몸이 아파 봐야 평범한 일상이 행복이라는 것을 느낀다. 코로나로부터도 이젠 완전히 벗어 나는 듯하다. 일상생활에서 마스크도 서서히 벗어 버리고 생활하는 사람들이 늘어났다. 코로나 팬데믹의 3년은 우리의 삶을 뒤돌아 보게 하기에 충분했다. 몇 년 주기로 전 세계가 전염병으로 한바탕 곤욕을 치른다. 그렇게 몇 년에 한 번씩 주기적으로 오고 있다. 수많은 사람들이 우왕좌왕하고 혼돈의 시기를 견디어 내어야만 했다. 그동안 수많은 사랑하는 사람들과 갑자기 이별을 해야 했다.



그렇게 3년이란 세월이 흘렀다. 우리는 그동안 무엇을 배우고 느꼈는가. 불안한 미래에 언제든지 나도 이별을 할 수도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러면서 어떻게 사는 것이 잘 사는 것인가,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지는 시간 이 잦아졌다. 운이 좋게도 이번 전염병에 살아남았다. 평소 건강한 사람들도 어느 날 갑자기 이별을 하는 것을 보고, 건강관리도 중요하지만 잘 사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생각을 해 본다. 하루를 살더라도 후회하지 않는 인생을 살아갈 수 있을까. 백 년 천년을 살더라도 지나고 나면 한바탕 꿈을 꾼 것 같다고 노래하던 옛 시인들의 말이 떠 오른다. 인생은 일장춘몽이라 했던가. 한바탕 꿈을 꿀 때처럼 흔적도 없는 봄밤의 꿈이 인생이라고 한다. 인간 세상의 덧없음을 노래하지만, 그래도 한번 왔다 가는 인생길에 무엇인가 의미를 부여하고, 즐겁고 행복한 인생을 만들어 가야 한다. 의미 없이 왔다가는 인생길은 너무나 불행하지 않은가. 주변 사람들에게 향기 나는 사람으로 기억되도록 살아가야겠다고 다짐을 해 본다.



한번 왔다가는 인생길이 너무 허무하게 왔다 가는 인생길이 아니기를 바라본다. 지금까지 살아온 인생을 참고 견디며 살아온 시간과, 즐겁고 행복한 시간을 저울에 달아보면 과연 어떻게 될까. 생각을 해 본다.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나는 행복하고 즐거운 쪽이 더 많았다고 생각한다. 매 순간순간 어떤 일을 함에 있어서도 즐겁게 감당해 내어야 한다는 긍정 속에서 살아왔다. 그래서인지 더 즐겁고 행복한 시간들이 더 많았다고 자부하고 싶다. 동전의 앞, 뒤 면중 어떤 면을 볼 것인가는 각자의 생각에 달려있다. 이왕이면 긍정적이고 즐거운 쪽으로 세상을 바라보며 살아가자. 내가 지금 불안하고 불편한 마음을 가지고 있는 것이 지옥이다. 힘들고 고통스럽고 참기 어려운 것도 다 지나간다. 그 순간들도 어떻게 마음먹느냐에 따라 세상은 달라 보인다. 천국과 지옥은 죽은 후에 있는 것이 아니라, 지금 내 마음속에 있다는 것을 생각하며 살아가자. 마음속에 천국을 품은 사람에게는 백 년의 인생길이 꽃길이다. 비록 일장춘몽으로 끝날 우리네 인생이라지만, 멋진 나일락 향기 한 줌은 남겨야 하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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