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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준비된화살 Aug 05. 2023

리더의 이름,  바람

외로운 리더의 자리에서 큰 바람을 일으킬 용기를 내는 그대에게

  [리더-단순 노동이 주는 명쾌함]


  머리가 복잡하고 도통 정리가 되지 않을 때는 단순 노동만큼 좋은 치료제가 없다는 생각을 한다.

노동을 통해 복잡한 생각들이 단순화되어지고 좀처럼 풀리지 않던 문제들이 술술 해결되는 느낌이랄까?


난 이렇게 답답한 마음일 때 어린이집 실내에 있는 화단의 꽃나무들을 찾아가곤 한다.

그동안 바쁘다는 핑계로 꽤 오래 동안 만져주지도, 말 걸어주지도, 쳐다봐 주지도 못한 것이 며칠 전부터 내내 맘에 걸렸었다.


꽃나무들의 모습을 보고 있으면 사람의 내면과 많이 닮아 있다는 생각이 든다.


카랑코에랑 고목나무는 그동안 바빴냐며 안 오는 동안 푸릇하고 예쁜 새순을 내놓았다고 자랑하는 듯 믿음직스럽다.

오션은 투덜투덜 대며 어쩌면 며칠째 물도 안 주고 무심할 수 있냐며 힘 없이 푹 주저앉아 버렸다. 그건 그나마 다행이다.

러브체인은 아예 대꾸도 없고 투정도 없이 이미 바삭 말라 불 품 없이 생명력을 잃고 말았다.

  

[팔로워-리더의 마음을 읽을 수 있을까]  


함께 일하는 팔로워도 마찬 가지다.

어떤 팔로워는 똑같은 환경과 처지에서도 최선을 다하여 감사한 마음으로 처한 환경에서 꽃을 피우듯 아름답게 일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어떤 팔로워는 이런 환경과 복지에서 어떻게 일하냐며 불평과 불만의 아우성을 친다.


이렇게라도 하면 다행이다. 어떤 사람은 아예 시도조차 하지 않고, 성공 바로 앞에서 급하게 포기해 버리는 경우도 있다.


임계점은 바로 코앞인데 말이다.

    

  문득  코로나가 한창이던 해, 함께 일했던 A교사가 떠올랐다.

그날따라 교직원 회의 후 에너지가 소진됐다. 하지만 중간관리자인 A교사와 행사로 인한 회의 계획이 있어 연달아 진행하게 되었다.


”선생님 졸업식 얘긴데요~졸업식 때 교사들이 영상으로 졸업 축하 영상을 간략하게 찍어 보여준 뒤 긴 현수막을 들고 노래를 불러 주는 건 어떨까요? 졸업식 때 우리 아이들 잘 보내고 싶은데, 영상만 하면 우리의 마음 전달이 덜 되고 졸업식장도 썰렁할 것 같은 생각이 드네요~“


이 말을 듣던 A교사는 갑자기 얼굴 표정이 굳어졌다. 그리고는 긴 한숨을 내뱉더니 둘 중에 하나만 했으면 좋겠다며 요새 선생님들이 졸업에 수료준비로 너무 힘들다고 말했다.


그리고는 원장님, 너무 욕심 많으신 거 아니세요? 라며 마른 목소리를 내뱉었다.


[원장님 너무 욕심 많으신 거 아니세요?]


  A교사의 바스락거리는 말이  나의 마음을 후벼 팠다. '원장님 너무 욕심 많으신 거 아니세요?'


그렇다면 나는 왜 욕심을 부리는 걸까? 나를 돋보이기 위해서일까? 아니라면 대체 무엇을 위한 욕심일까?


졸업식을 마지막으로 졸업생 아이들과 부모를 다시는 우리 어린이집 소속으로 만날 수 없다. 그러니 정성스럽게 보내것이 욕심이었을까? 혼란 스러 워 지기 시작했다.

 


 

  우리 직업이라는 게 워낙 2,3월은 정신없이 바쁘다. 농담반 진담반으로 우리 선생님들 어쩌냐며 보약이라도 챙겨줘야겠다는 말을 하곤 한다.

원장인 나는 고사하고 현장에서 아이들과 씨름하는 선생님들이 그렇게 긴장의 연속인 3월을 보내고 4월이 되면 하나 둘 시름시름 앓는다.


긴장도 어느 정도 풀린 간절기를 그렇게 힘겹게 견딘다. 원장도 그 모든 것을 너무도 잘 알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원장인 리더는 졸업생을 또 잘 보내야 하는 책무가 있기에... 


그래! 결심했어!

난 욕심 많은 원장이 되기로 했다.

  

[리더는 바람이다]  


  공자는, 리더를 ‘바람’이라고 표현했다.

<리더는 풀 한 포기 씩 일일이 잡고 그 방향을 바꾸려고 애쓸 것이 아니라 큰 바람을 일으켜 전체 풀의 방향을 바꾸어야 한다.>


나는 그렇게 바로 서 있는 리더인가?

팔로워들의 ‘힘듦’만을 생각하며 주저 않는 연약한 리더인가?


한비자 제34편 외저설 우상에 보면 <리더는 두 개의 눈으로 나라 전체를 보지만 온 나라는 만개의 눈으로 리더를 본다>고 하였다.  


큰 바람을 일으켜 누워있는 풀의 방향을 바꿀 수 있는 영향력이 있는 사람, 만개의 눈이 나를 바라보는 중요한 자리에서 솔선수범하며 의연하고 대범함으로 흔들림 없는 사람,


난 과연 그런 리더인가?


 

 그날 밤부터 편지를 썼다. 40명의 졸업생 아이들에게... 정성껏 한 명 한 명을 생각하며 마치 안 나오는 연필심을 침 발라 꾹꾹 눌러쓰던 내 부모의 학창 시절 그 마음처럼...


그 아이들과 있었던 일들, 추억들을 되새기며 밤새워가며 40통의 편지를 썼다. 팔로워들은 잠든 이 야심한 밤에...


그 효과는 상상 이상이었다. 졸업하는 학부모들은 어쩌면 원장님이 직접 편지를 다 써줬냐며 여태껏 원장님의 편지 받은 건 처음이었다고 너무 감동이라고 했다.


어떤 아이는 졸업 후 나에게 답장까지 보내주었다.


원장 선생님께

안녕하세요? 원장선생님!

저 **에요 원장선생님이 편지 써 주셔서 기뻤어요

제가 소풍 가서 아팠을 때 안아주시고 걱정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어린이집을 다닐 때 정말 즐거웠어요

저희들에게 친절하게 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1학년 가서도 씩씩하게 지내고

공부도 열심히 할게요

원장 선생님도 건강하시고 행복하세요

코로나19도 조심하세요 사랑해요


답장까지 받은 나는 정말 신세계를 맛본 기분이었다. 리더의 열정을 팔로워들이 쫓아오지 않는다고 슬퍼하고 주저앉을 것인가 아니면 선두에 서서 바람을 일으킬 것인가


팔로워들이 따르고, 안 따르고는 그들의 삶이고 그들의 결정이며 그들의 몫이다.


리더인 나는 그저 큰 바람을 일으켜 조금씩... 조금씩... 습관과 관습에 안주하지 않고 바로 세워지려고 움직이는 풀의 방향을 바라볼 뿐이다.    


리더의 이름은 바람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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