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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준비된화살 Aug 04. 2023

좀 적당히 해라

바쁘고 정신없이 살아가고 있는 그대에게

 [ 성공한 사람들의 삶을 보다 ] 


TV를 보면 꽤 유명하고 잘 나가는 성공한 부류 사람들의 집을 보게 된다.


대부분 으리으리한 단독주택에 여럿이 모여 가든파티도 하고 넓은 풀밭에서 반려견과 뛰어노는 평온한 모습을 본다. 그들의 여유로워 보이는 삶을 보면 참 부럽다.


매일 저렇게 자연에서 산다면 그들의 삶의 질은 분명 아파트의 그것과 다를 것이리라

그러니 많은 이들의 선망의 대상이 되기에 충분하다.


위의 사람들과는 비교 불가이지만 나 또한 정원이 있는 작은 단독주택에 살고 있다.


그저 6인용 벤치 하나 두고 2~3개 정도의 밭고랑이 있는 텃밭이 전부인 작은 정원에 불과하지만 말이다.

 

[ 시어머니의 정원이 나의 정원이 되다 ]


몇 해 전 돌아가신 시어머니는 정원 꾸미는 솜씨가 좋았다.


정원의 한편엔 텃밭을 만들고, 조그만 수돗가도 놓고, 가시오갈피 나무, 왕 벚꽃나무 등을 심어 놓았다.


봄이면 가시오갈피 나뭇잎 순이 나의 건강을 책임진다.

우리 가족은 시어머니가 돌아가신 그다음 해부터 개나리도 더 심고 장미도 심어 정원을 관리했다.


정원은 1년을 놓고 보면 열두 달 중 4월~10월까지 총 7개월 정도만 누리기에 적합하다. 

그 전과 그 후엔 휴지기이기 때문에 나무도 황량해지고, 꽃나무도 메마르고, 밭도 횅하다.

물론 부지런한 주인이 적극적으로 관리하거나, 전문가의 도움을 받는다면 좀 더 그 기간이 길어지겠지만...


우리 집은 늘 바쁘게 일하는 맞벌이라는 핑계로 관리를 잘하고 있지 않다.

 

 [ 드디어 꾸미기 시작한 정원 ]


4월의 어느 휴일 날,

딸과 함께 큰맘 먹고 정원을 예쁘게 단장하기로 했다.

마당에 심을 꽃도 몇 그루 사고 밭에 심을 모종도 샀다.

한 참을 심고 나니 마당도 꽤 단장이 되어 예뻐지고 깨끗한 것이 마음에 들었다.


벤치 테이블에 꽃무늬 식탁보도 깔고 커피 한잔의 여유와 함께 그동안 미뤄뒀던 책도 읽었다.

물론 빠질 수 없는 음악도 틀었다.

펼쳐 든 책 위로 가시오갈피 잎 그림자가 바람에 살랑살랑 인다.


한 사람의 인생에 '행복 총량의 법칙'이란 것이 있다면 그날 제법 많은 양의 행복을 당겨 썼다는 느낌이 들었다.  


[ 본업에 집중하다 빼앗긴, 소소한 행복 ]


그렇게 짧은 행복의 일상을 뒤로하고 그 후  또 열심히 일에 몰두했다.

집에만 있다면 느낄 수 있는 그 행복감을 뒤로한 채 말이다.


어느 날 바쁘게 외부 업무를 보다 집에 두고 온 서류가 급히 필요해 잠깐 들렀다.

그런데 우리 집 1층 세입자가 친구와 그 벤치에 앉아서 오순도순 이야기를 하고 차를 마시고 있다.

그것까지야 뭐... 쿨한척한다.


그런데

가시오갈피 새순을 모조리 다 딴 게 아닌가! 4~5월에 만 딱 먹을 수 있는 가시오갈피 새순... 순으로 나물을 하면 쌉쌀한 맛과 향이 얼마나 좋은지 그리고 인삼의 효능처럼 여러 가지 좋은 약성분이 있고, 무엇보다 내가 워낙 좋아하는 나물이라는 것이 문제였다.


나의 식구들도 아닌 다른 사람에게 나의 행복을 빼앗긴 느낌이랄까?  

난 은근 맘이 상했다.


정원을 가꾼 것도 우리 가족이고 며칠 전부터 애써 가꾼 정원의 꽃들이 우리 가족만의 것들인 줄 알고

있었는데 정작 그것들의 혜택을 입는 사람은 따로 있었구나...


  그때 알았다.

주인인 나는 고작해야 1주일 중 한 두 번 그 벤치에서 차 마시고 음악 듣고 책을 읽고 나물을 딴다는 것을...


텃밭의 고추며 가시오갈피 나무의 새순들은 주변의 사람들이 다 따간다는 것을...     


작디작은 정원 주인인 나도 이렇게 제대로 누리며 살지 못하고 있는데 그 유명한 CEO나 제법 성공한 사람들 저택의 정원을 그들은 과연 얼마나 누리고 있을까?


나보다 훨씬 더 바쁜 사람 일 테니 모르긴 몰라도 한 달에 한두 번 정도?


아마도 전투적으로 활동하고 외부 일을 하는데 열정을 쏟느라 정작 소소한 행복을 즐길 틈이 없을 것 임에 틀림없다.


[ 내가 주인이 되는 행복을 찾다 ]


 우리는 이렇게 무엇이 더 중요한지 무엇이 나를 행복하게 하는지 모르고 그저 열심히 만 살아간다.

주위에 행복의 요소들이 분명 많이 있을 텐데 말이다.


정원이라는 것을 비유로 행복에 대해 이야기했지만 우리 주위의 행복감을 주는 것들이 어찌 그것뿐 이겠는가.


누군가는 가족과 함께하는 순간이 행복일 수도 있고, 자연을 찾아 힐링하는 캠핑 일수도, 그리고 내가 좋아하는 취미생활 그 무엇일 수도 있다.


다만 현재 내게 주는 그 행복을 느끼고 만끽하고 즐겨야 하는데 다른 일들을 하기에 바빠 정작 바로 옆, 사정거리에 있는 행복을 즐길 여유가 없다.


[ 좀 적당히 해라 ]


누군가 그런 말을 한다.

“좀 적당히 해라~”

너무 심하게 행동하거나 자신의 한계를 넘어설 때 또는 오버하며 행동하면 하는 흔한 조언이다.


이젠 가시 박힌 말투가 아닌 부드러움으로 우리 스스로에게 한 번쯤 해도 좋을 말 같다.


“좀 적당히 해라”


나의 주인은 나이므로. 주인답게 즐기고, 주인답게 살아가야지 하지 않을까?


정작 중요한 것이 뭔지 꼼꼼히 생각해 봐야 할 것 같다.

작은 행복을 소홀히 하다면 노력하여 가꿔봤자

내 것이지만 내 것이 아닌 꼴이 될 테니


이젠 좀 적당히 하자! 때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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