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고 빠지는 것에 익숙해져라
일에 미친 사람
그렇게 일하는 것이 옳은 줄만 알았다.
아니 옳고 그름을 떠나 일을 하다 보면 그렇게 되는 걸 어떻게 막을 길이 없었다.
그러다가 한순간에 번아웃이 왔다.
마치 뚫어지게 한 곳만 바라보고 있는데 숨이 막혀 주변을 보니 천천히 똬리를 틀고 소리 없이 강하게 나를 조이는 뱀을 만난 것처럼. 그 존재를 알아챈 순간 이미 독기를 머금고 나를 가격하듯이 그렇게 급박하고 강하게 다가왔다.
그때 나의 유일한 친구이자 아픔을 치유해 주는 대상이 있었다.
바로 텃밭이었다.
시인이며 농촌지도사인 작가 이상명은 [이상명의 치유농업-cafe 텃밭의 반란, 마음의 혁명 그리고 詩]에서
텃밭치유의 광의의 의미인 원예치료에 대한 경험을 아래와 같이 말했다.
체험학습 담당자로서 어린이집, 초등학생, 중학생, 교정시설, 장애우의 집, 치매 어르신등 10,000~12,000여 먕을 대상으로 다양한 원예치료 프로그램을 운영하였다.
원예 치료의 효과는 지적 효과, 사회적 효과, 신체적 효과, 환경적 효과, 정서적 효과 등 다양하지만
무엇보다 지속적인 다양한 원예활동을 통한 클라이언트(원예치료 대상자)의 정서적 안정감과 성장에 있음을 발견하였다.
텃밭은 솔직했다.
내가 물을 주면 즐거워했고 물을 못 먹은 날은 애타게 기다렸다.
너무 잎이 커서 열매로 갈 영양분을 뺏어갈세라 잎을 제거해 주면 어김없이 열매가 더 크게 성장했고,
초록색이었던 토마토는 빨개졌으며 고추는 아삭아삭해졌다.
거짓말하지 않았고 속이지 않았다.
나의 말을 오해하여 듣지 않았고, 검은 속내를 꼭꼭 감추지도 않았다.
텃밭은 그냥 텃밭이었다.
그래서 그때부터 다짐했다. 일에 올인하지 말고 적당히 열심히 하자!
10월에서 11월이면 마늘을 심는다.
마늘은 좋은 종자 마늘 한쪽씩을 쪼개 심으면 된다.
엄마가 귀농한 지 몇 년이 지난 후 제일 좋은 마늘 한 접을 주시며 내년에 씨로 사용하라는 말씀을 하셨다.
그 말씀에 난색을 표했더랬다. 우리 먹을 마늘도 없는데 아까워서 어떻게 씨로 심냐며 그냥 먹을 거라고 했다. 엄마는 웃으며 네가 하고 싶은 대로 하라고 하셨다.
그 후 몇 년이 흐른 후 알았다.
마늘의 씨가 좋으면 내년에 나올 온전한 마늘도 실한 육쪽마늘이 된다는 걸
작년 10월, 마늘을 한쪽씩 줄 맞춰 심었다.
반신반의하며 촘촘히 10cm 간격으로 심었다. 마늘은 사계절 동안 땅속에 있는 작물이다.
10월인 가을부터 추운 겨울을 보낸다. 그리고 3월이 되면 푸릇푸릇한 마늘 대가 땅속을 뚫고 올라온다.
6월쯤 되면 마늘대에서 마늘종이 나온다. 전문가들은 마늘종을 잘도 뽑는다. 그러나 초보자에겐 영 어려운 작업이 아닐 수 없다. 그래서인지 마늘종을 뽑을 때가 오면 미리부터 허리가 아프다.
맘처럼 잘 뽑이지 않는 마늘 쫑을 살살 달래 가며 뽑다가 조금이라도 마음을 급하게 먹으면 중간에 똑! 하고 부러지기 십상이다.
마늘종은 건새우등과 볶아서 먹거나 식초:간장:설탕을 1:1:1로 섞어 끓인 후 부어 장아찌를 만들어 먹어도 좋다. 그러나 나는 마늘종을 뽑은 날 그냥 깨끗이 씻어 고추장에 살짝 찍어 밥반찬으로 먹는 걸 좋아한다.
마늘종의 알싸한 매운맛이 느껴지며 입맛을 돋우기 때문이다.
우리에게 건강식은 밭에서 금방 따서 바로 먹는 것 그것이면 충분하다.
마늘은 마늘대가 3/2 정도 누렇게 변하면 수확한다.
마늘의 수확은 재미가 있다.
땅속에 숨어있던 마늘이 쏙 하고 나와 마늘의 껍질을 까면 또 툭하고 탱탱한 베이지색 알맹이가 나온다.
너무 신기한 건 아이들이 마늘의 껍질을 꽤 잘 깐다는 것이다.
그만큼 햇마늘은 잘 벗겨진다.
자, 이제 마늘로 우리 아이들 어떤 먹거리를 만들어 보면 좋을까?
바로 감바스알리오올리오다.
마늘을 올리브유에 튀기듯 익히면 감자보다 더 맛있는 훌륭한 마늘요리가 된다.
아린맛도 매운맛도 전혀 없는 감칠맛 나는 마늘이 요리로 완성된다. 선입견 없는 아이들은 끊임없이 부담 없이 먹는다. 이때 파스타를 넣어도 좋고 빵에 얹어 먹어도 좋다.
감바스 알리오올리오 파스타 만들기
마늘, 새우, 굴소스, 올리브유, 토마토, 버섯, 파스타면(또는 바게트빵)
1. 올리브유를 넉넉히 두른다.
2. 마늘을 넣고 튀기듯 익힌다. (마늘은 만 3세~5세 아이들에게 라텍스 장갑을 끼운 후, 껍질 벗기는 방법을 알리고 함께 벗기도록 한다. 햇마늘은 껍질이 두꺼워 아이들이 의외로 잘 깐다.)
3. 새우를 넣고 튀기듯 볶는다.
4. 토마토, 버섯을 넣고 볶는다.
5. 파스타면을 8분 정도 삶는다.(취향에 따라 더 길게 삻아도 좋다. 아이들이 먹기에는 꼬들한 느낌보다 조금 오래 삶는 걸 추천한다. 물론 개인취향에 맞춰 다르게 해도 ok)
6. 마늘, 새우, 토마토, 버섯을 볶은 펜에 파스타면과 면수를 넣는다.
7. 굴소스와 소금으로 간을 맞춰가며 무치듯이 볶는다.
8. 접시에 담아낸다.
아이들은 마늘을 까며 선입견을 아예 갖지 않는다.
그냥 나의 노력이 들어간 재미있고 특별한 식재료 일 뿐이다.
가을을 지나 겨울, 봄 그리고 여름을 바라보며 사계절을 열심히 그리고 적당히 성장한 마늘을 보면
참 대견하고 기특하다.
어떻게 사계절을 땅속에서 그렇게 아무 소리 없이 있을 수 있단 말인지...
그래서 마늘의 효과는 우리가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훌륭한지도 모르겠다.
적당히, 열심히 일하며 제 몫을 하는 마늘처럼
그렇게 on과 off를 잘 사용하여야겠다.
너무 열심히 하면 본전 생각이 난다.
난 뭐지 왜 안 알아주지?
그런 후회로 실망하고 주저앉지 말고
적당히, 열심히 하면 어떨까?
롱런하기 위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