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분의 시간

아들을 독일로 보내며

by 준비된화살

3월이 되니

새벽 4시의 바람이 그리 유난스럽게

느껴지지 않을 만큼만 차다.

오늘은 아들의 독일 출국이 기다리고 있다.

이 시간의 날씨 마냥

이 아인, 삶을 그리 호들갑스럽게

살지 않는 것 같다.

그렇게 잔잔히 독일로 갔다.




나름 살만큼 산(?) 96년생 아들이다.

그럼에도 부모의 감정에는

늘 안쓰러움이 베이스로 깔리는 건

어쩔 수 없는 거 같다.

독일 워킹홀리데이를 준비하며

음악 공부를 더하게 될지,

어떤 일을 하게 될지 정하지 않은 채

모든걸 활짝 열어두고 떠나는 곳


부모보다 유튜버나 친구에게 묻고

따지고 떠나는 1년간의 여정이

내가 볼 땐 사서 하는 고생 같긴 했다.




여행사 끼고 가는 여행과는 사뭇 다른 건 맞으니까...

가끔 들르는 쇼핑 패키지만 눈 찔끔 감고 참으면

여행은 그냥저냥 괜찮고 편했다.

그런 나의 취향과는 다르게 돌봐주는, 흔한 친인척도 없는 그곳을 간다는 것이

참 기특하면서도 대견하고 멋져 보였다.

더욱이 부모로부터 땡전 한 푼 요구 하지도 않고 말이다.




자취하던 집 계약기간이 만료되어

2월 중순에 방을 빼고 출국까지 3주간의 시간이 있었다.

그렇게 오랜만에 아들과의 동거가 시작됐다.


먹는 거며 입는 거며 뭐라도 챙겨주고

살뜰하게 돌아보고 싶지만

직장생활에 목을 매고 있다 보니

맘뿐이고 못해주는 것이 영 마음이 쓰였다.

하필이면 가장 바쁜 졸업과 입학 시즌이라

뭘 해주기는커녕 얼굴 보여주기도 어려웠다.




아들은 그렇게 살갑게 표현하는 편은 아니지만

과묵함 속에 가족에 대한 생각과 마음이 많은걸 난 안다. 말하지 않아도 아는 건 <초코파이의 정>뿐만 아니라, 아들의 마음도 플러스다.





9시 출국이다.

3시간 전 공항 도착을 위해 새벽에 나섰다.

남편과 나는 아들의 어깨와 팔을 하나씩 잡고 기도했다.

그것이 우리 부부가 해줄 수 있는 사랑이고 마음이고 정성이다.

남편은 꾹꾹 눌러서 기도하고 안아줬다.


새벽 도로는 한산한 편이었지만

공항 도착 10분 전부터는 차들이 지나치게 많다는 느낌이 들었다.

모두 아들을 독일로 보내는 사람들인 건가?

뭐 눈에는 뭐만 보인다고 하더니 딱 그 짝이다.


아들에 대한 히스토리가 갑자기 스스륵 지나간다.

아이가 3살 때 열경기를 했다.

나는 출근 준비를 해야 했고 남편은 이미 나간 뒤였다. 아들은 열을 못 이겨 아파서 울고 나는 무서워서 울던 일


초등학교 첫 등교 날 손을 꼭 잡고 교실에 데리고 가는데 슬쩍 내 손을 빼고는 교실로 들어가던 일


먼 고등학교를 다니느라 등교 때 먹을 아침을 싸서 보내던 일

여차하면 전철을 놓쳐 그 길로 용감한 쌩얼로 앞뒤 안 가리고 차로 전력질주 하던 일


대학 졸업연주회 때 피아노치는 모습을 보며 나도 모르게 미친 엄마처럼 브라보를 외치던 일


그리고 군대 입대하여 엉거주춤히 겁에 질린 모습으로 내 눈에서 점점 멀어져 점이 되었던 뒷모습까지...


그리고 또 오늘 n번째 이별이 시작됐다.




아들은 알까?

매일 쿨 해보이는 엄마지만

사실은 늘 이별을 준비하고 있음을

어떻게 하면 덜 질척거리는 멋진 부모의 모습으로 살지를 늘 고민한다는 것을


어떠한 실수 앞에서도 묵직하게 바라보고, 지지하고, 격려할까를 위해 애쓴다는 것을

독립적이고 자기 주도적인 어른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조금씩 조금씩 손을 놓고 있다는 것을

그것이 때론 서글프다는 것을




공항에 도착하면 짐만 내려주고 빠이빠이를 하기로 했다.

엄마가 공항 데려다 주기 힘들 테니 택시를 타고 가겠다는 걸

그건 쫌 너무 가혹하다는 생각이 들어

'데려다주는 것' 까지만 하기로 했다.

가서 무슨 일 있으면 언제든 연락하고

기도할 일 있으면 따지지 말고 요청해 달라는 얘기를 했다.


게이트 앞에 정차를 하고 짐을 빼려고 했더니

우리에게 주어진 시간은 5분이란다.

5분이 지나면 24시간 주정차한 것으로 간주해

과태료가 부과된다고 하니

서둘러 20킬로가 넘는 케리어 3개와 기내용 케리어 1개를 번쩍번쩍 들어 내렸다.




아들 기특해!!

허그를 하고 들여보냈다.

그렇게 또 붙잡고 있던 손가락 하나를 떼어 냈다.

이후 있을 출국 수속등 모든 걸 아들의 삶에 일임했다.




3월은 어린이집 입학 시즌이라 적응하느라

부모도 아이도 몸살이다.

다행인 건 신입생적응기간이 있다는 것이다.

부모들이 어린이집에 들어와

잠깐씩 자녀들과 시간을 보내고 함께 하원한다.

그러니 아이들의 적응도 안정적이고

교사와의 라포형성도 잘 이루어져

참 좋은 프로그램이라고 생각한다.


신입생 적응기간을 성실히 잘 한 아이들은

이후의 어린이집 생활에 비교적 편안하게 생각 한다.

교사와의 관계는 물론이고

친구와도 훨씬 자신감 있고

여유 있다.

이렇게 처음으로 어린이집을 보내는 부모들도

아이와 헤어질 준비를 차곡차곡한다.




다음 주부터는 신입생 적응기간을 마치고 독립적으로 혼자 어린이집에

들어오는 시간이 시작된다.

아마도

우는 아이

안 가겠다고 떼쓰는 아이가 있을 거다.

해마다 그렇듯이 말이다.




그럴 때

어린이집 앞에서의 헤어지는 시간은 1분이면 족하다. 울거나 안가겠다고 떼쓰는 경우는 더욱 그렇다


부모는 연령에 맞는 아이의 언어로 그동안 엄마 아빠는 무슨 일을 하고 있을건,

하원 후 뭘 하고 싶은지에 대해 충분히 집에서 얘기한뒤

어린이집 앞에서는 (이미 집에서 많은 얘기를 했기 때문에) 심플하게 손을 놔주어야 한다.


하이파이브 또는 즐거운 하루 되자!

긍정적인 인사를 하고 헤어지면

그렇게 헤어지는 것에 익숙해진다.




아이는 의외로 강하고 독립적이다.

이때 감정을 읽어준다는 미명아래, 이미 한 얘기를 반복하며 여지를 준다면 결국 손해 보는 건

부모도,

기관도,

그 누구도 아닌 아이일 테니까 말이다.


감정 읽기는 집에서 충분히!!
어린이집 앞에서의 인사는 심플하게!!


때로는 적절한 단호함이 아이를 살리고 세우는 방법이란 걸 앞으로 결혼도 하고, 부모도 될 우리 아들도 알았으면 좋겠다.


아이는 충분히 유능하다.

아이가 어려움들을 하나씩 하나씩 스스로 극복해 갈 수 있도록

그들이 해볼 기회를 허락하며 존중하는 사회가 됐으면 좋겠다.



공항 배웅은 5분만!

어린이집 배웅은 1분만!

너무 야박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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