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른은 남이 한 음식이 제일 맛있고, 아이는 내가 한 음식이 제일 맛있다
엄마! 어린이집 가기 싫어!
밥 먹기 싫어!
낮잠 자기 싫어!
오늘도 울며 어린이집에 등원하는 아이들의 눈망울을 보고 있으면 마음이 아프다.
서른 살이 된 내 아들도 저 나이 때 울며 불며 어린이집 현관문에 다리를 뻗치고
고레고레 소리를 지르던 날이 교묘하게 오버랩되기 때문이다.
유아교육기관 원장으로 살아왔던 모든 날들이 참 기쁘고 즐겁지만
유독 3월은 그렇게 짠하다.
선생님들도 모두 긴장 모드 on이다.
어디 교사들 뿐이랴
아이들도 그리고 학부모들도 마찬가지다.
봄이지만 섣부르게 완전한 봄이라고 할 수 없는 쌀쌀함이
선생님들의 마음까지 서늘하게 한다.
아이들도 기관을 낯설어하고 사실 교사들도 그런 아이들이 낯설다.
새로운 신학기의 시작인 3월은 교실도 바뀌고, 교사도 바뀌고, 신발장도 바뀐다.
똑같은 기관을 다닌다고 해도 이렇게 새 학기는 새로운 것투성이다.
아이입장에서 보면 2월까지 함께 생활하던 공간(반)이 바뀐 것도 황당한데 그렇게 간이고 쓸개도 다 줄 것 같던 담임교사가 다른 반 아이들과 함께 있는 모습을 보게 되니 여간 헛갈리는 게 아니다.
교사 입장에서 보면 또 어떤가?
작년까지 겨우 서로 익숙해지고 성격, 성향 모두 알게 되어 이젠 됐다 싶었는데
또 낯선 아이들과 함께 하게 된다.
학부모는?
어설픈 봄바람에 아침 일찍 등원하는 아이의 울음은 어떤 이벤트를 해도 끝나지 않는
돌림노래가 되어 버린다.
아침 출근길 마음도 몸도 무겁다.
일찍 아이를 기관에 맡긴다는 것에 대한 미안함
그리고 또 미안함...
그렇게 적응기간이 끝나고 나면 기관에선 슬슬 특별 이벤트가 시작된다.
몇 해 전, 11월의 어느 날이었다.
김장 담그기 프로그램이 있던 날이었다.
농협에서 절인 배추를 주문하는 것으로 행사준비가 시작됐다.
관건은 얼마나 맵지 않게 그리고 맛있게 담그느냐에 있다.
조리사님에게 배추김치 속을 단단히 부탁드렸다.
드디어 행사 당일,
아이들은 각자 비닐장갑을 끼고 스텐 쟁반에 배추 한 포기를 척 놓고는 천천히, 그리고 정교하게 배추 속을
넣었다. 얼마나 진지하고 열심인지... 하마터면 깔깔거리며 웃을 뻔했다.
모두 오리입처럼 집중의 입이 되어 족히 한 뼘은 나온듯했다.
그날 점심식단은 본인이 담근 배추김치와 수육등이었다.
늘 아이들에게 인기 없던 배추김치였으므로 고기를 더 배식하고 식사를 하는데... 놀라운 광경이 펼쳐졌다.
아이들이 너도 나도 할 것 없이 모두 "김치 더 주세요"를 외치는 것이다.
그리고는 평소와는 다르게 자신감이 넘쳐나는 모습으로 이거 우리가 만든 거다, 진짜 맛있다, 역시 김치가 꿀맛이다, 내가 만든 김치 집에 가져가서 우리 엄마 주고 싶다 등등 김치에 대한 관심도가 폭발했다.
그날 아이들이 얼마나 김장김치를 많이 먹었을까?
담임교사는 놀란 입을 다물지 못했다며 엄청나게 먹어 배탈이 나면 어쩌나 걱정이 됐다며 퇴근 전 아주 리얼하게 내게 전해주었다.
유레카!!
그때부터 확신을 갖게 됐다.
아이들이 음식을 먹을 때, 내가 좋아하는 식재료로 만든 것인가?라는 것을 뛰어넘을 수 있는 것이 바로 조리시 본인의 기여도가 얼마나 있는가? 에 달려 있다는 걸... 평소 좋아하지 않던 음식도 내가 음식을 만드는데 참여하면 특별하고 의미 있기에 맛있게 느낀다는 것을!!
어른은 남이 해준 것이 제일 맛있다고 하고
아이들은 내가 한 것이 제일 맛있다고 한다.
그런데
왜 우린 아이들이 스스로 하는 것을 별로 좋아하지 않을까?
다음화에는 부모가 음식을 할 때 아이들이 기여하도록 돕는 여러 방법에 대해 알아보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