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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샘비 Jan 19. 2024

마음 둘 곳

어제의 단상_#34

#34_마음 둘 곳


휴대전화 진동소리에 놀라 잠에서 깨어난다. 아이 방에서 깜빡 잠이 같았는데 일어나 보니 내 방 침대에 누워있다.

'언제 온 거지?' 기억을 되짚는다. 전화기는 여전히 '윙윙' 바닥과 마찰하고 있다. '맞다, 전화.'


"번호정보없음"

'이게 뭐지?' 어둠 속에서 밝게 빛나는 글자를 보며 버퍼링에 걸린 마냥 잠시 생각이 멈춘다.

'보이스피싱인가?' '그렇겠지.' 불안감을 털어내려 보이스피싱으로 단정을 하고도 불안감이 깨끗하게 사라지지 않는다. 온갖 걱정이 일시에 일어난다.


'논문을 좀 써야 하는데.' '다음 학기 수업 준비는 어떻게 하지.' '다음 주에는 스터디도 있는데.' '요즘 몸이 왜 이렇게 별로지.' '이번 달 카드값이 얼마더라.' '내일은 자동차보험도 넣어야 하고.' '주말에는 본가에도 가봐야 할 텐데.' '잠을 좀 자야 하는데.' 꼬리를 물고 걱정이 이어진다. 어느새 잠이 달아난다.


소리가 들린다. 불안을 증폭시키는 잡음들. 소리를 구분한다.

이건 거실 시계소리, 저건 주방 냉장고 소리, 아이가 코를 고나, 이건 밖에서 들리는 소리 같은데. 하나씩 하나씩 소리를 구분하고 나마지막에 남은 건 내 숨소리뿐이다. 숨소리에 귀를 기울인다.


'한 번, 두 번, 세 번' 하며 들숨과 날숨을 헤아린다. 일 분에 들숨 여덟 번, 날숨 일곱 번. 살 것 같다. 어떤 순간에도 마음 둘 곳이 필요하구나. 때론 숨소리가 자기를 살릴 때도 있구나.

아직 아침은 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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