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화의 즐거움_#5
#5 좋다
“아빠, 오늘 하루는 어땠어요?”
“그냥 정신없이 바빴고, 어제 잠을 자지 못해서 많이 피곤했고, 써야 하는 글을 며칠 째 쓰지 못해서 스트레스를 심하게 받았고, 많이 예민했던 것 같아.”
“율이는 오늘 하루가 어땠어?”
“늦잠을 잘까봐 걱정했고, 방학 끝나고 오랜만에 학교에 가서 조금 긴장했고, 선생님하고 친구들 만나서 반가웠고, 낮에 아빠한테 혼나서 많이 속상했어요.”
“미안해, 아빠가 낮에 너무 심하게 혼냈지. 아주 작은 일이었는데 말이야. 아빠도 율이가 아직 열 살인데 너무 엄하게 대하는 건 아닌지 고민 많이 했어. 어느 정도가 적당한 건지. 적당히 타협해도 괜찮은 건지 잘 모르겠어. 아들, 미안해.”
"괜찮아요. 제가 잘못한 일인데요."
“사실 아빠도 잘 모르겠어. 율이에게 잘하고 있는 건지. 아빠도 처음이잖아. 물론 두 번째라고 해도 사람이 다르고 관계가 다르고 상황이 다를 테니까 어렵기는 마찬가지겠지만. 언제나 초보일 수밖에 없는 것 같아.”
"저도 초보, 아빠도 초보."
“아빠도 율이가 원하는 내로 내버려 두는 게 좋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 하루 종일 그림을 그리고 싶으면 그림을 그리고, 책을 읽고 싶으면 책을 읽고, 노래를 부르고 싶으면 노래를 부르고. 하고 싶은 대로 마음대로 하는 게 더 좋지는 않을까. 결국 어느 것이 잘한 건지 못한 건지는 먼 훗날 율이가 보여줄 테니까. 요즘은 특히 더 그런 것 같아. 걱정이 많아졌어.”
“그래도 아빠는 숨기지 않고 다 말해주잖아요. 이렇게 말이에요. 그러니까 괜찮아요. 누구도 다 알 수 없잖아요. 아빠는 잘하고 있어요. 걱정하지 마세요. 저도 바르고 좋은 사람이 되고 싶어요.”
“아들, 고마워."
"율이랑 어두운 방에 누워 이런 이야기를 할 수 있어서 참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