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엇을 얻고 무엇을 잃었는가

모든 건 너의 물음에서 시작되었다_#17 열일곱 번째 밤

by 샘비

#17 열일곱 번째 밤_무엇을 얻고 무엇을 잃었는가


“아빠, 말은 언제 만들어진 거예요?”

“언제? 찾아본 적이 없어서 잘 모르겠는데, 공부해보고 말해 줄게. 그런데 그런 건 정확하게는 나와 있지 않을 것 같은데.”


“왜요? 책에 나와 있지 않아요?”

“말이잖아. 말은 어디에 남아 있는 게 아니니까. 입 밖으로 나오는 순간 사라져 버리잖아. 그러니까 말의 시작을 정확히 알 수 있는 방법은 없겠지. 문자라면 모를까.”


“쐐기문자나 갑골문자, 상형문자 같은 오래된 문자는 동굴이나 땅속 유적에서 발견되고는 하는데, 말과 문자가 함께 생겨났다고 보기는 어렵잖아. 모든 건 제 나름의 필요가 있어서 생겨나는 거니까.”


“어떤 필요 말이에요?”

“아주 많은 사람들에게 마음이나 생각을 전해야 할 필요 같은 거.”


말은 왜 만들어졌을까? 언어 이전의 세계를 상상해 본다.


목소리로, 몸짓으로, 사물로 자신의 마음을 전했던 세계는 서로의 생각을 읽으려 더 많은 노력을 기울였을 것이다. 더 많이 보고, 더 많이 들으며 서로의 생각을 이해하기 위해 오래도록 서로를 지켜보았을 것이다.


기다림의 시간이 길었을 것이다. 시간이 지나 그들은 목소리나 몸짓 없이도 서로의 마음을 알아챌 수 있었을 것이다. 때때로 자신의 마음을 담은 투박한 돌덩이나 나뭇조각을 건네며 한 곳을 지긋이 응시했을 것이다.


누군가는 한 사람이 떠난 뒤에도 돌덩이를 손에 쥐고 그곳을 계속 바라보았을 것이다. 해와 달, 나무와 꽃에 수많은 의미들이 새겨진 것은 그래서였을 것이다.


“의미를 담은 말이 생겨나고 사람들은 텔레파시를 잃어버렸을 거야. 그때까지 사람들은 서로 말하지 않아도 서로의 마음을 읽을 수 있었대. 얻는 것이 있으면 잃는 것도 있는 법이야.”


나는 오늘 무엇을 얻고 무엇을 잃었는가. 꿈에서 나마 생각을 이어보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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