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건 너의 물음에서 시작되었다_#16 열여섯 번째 밤
#16 열여섯 번째 밤_그러니까 괜찮아
"아빠도 무서운 꿈을 꾸세요? 절벽에서 떨어지는 그런 꿈?"
"그럼 꾸지. 요즘도 어릴 때 꿨던 무서운 꿈을 간혹 꾸곤 해."
나는 어린 시절 밤새 사막을 걷고, 바다를 헤엄치고, 절벽에서 떨어지는 꿈을 자주 꾸고는 했다. 동물이나 괴물에 쫓겨 어두운 산길을 내달리기도 했으며, 누군가를 쫓아 미로처럼 끝없이 이어진 골목길을 헤매기도 했다. 때로는 무언가를 붙잡기 위해 칠흑 같은 어둠 속으로 계속해서 손을 뻗는 꿈을 꾸기도 했다.
사막과 바다와 절벽 그리고 길과 어둠은 일종의 무한세계이다. 끝이 보이지 않아 거리를 감각할 수 없는, 세계와의 거리를 느낄 수 없어 마침내 나 자신을 잃어버리는 그런 공간.
나는 그런 꿈이 무엇보다 무서웠다. 지금도 그렇다.
"어떤 꿈이에요?"
"무언가를 계속 반복하는 꿈. 계속 쫓고 쫓기고, 걷고 달리고, 떨어지고 또 떨어지고. 끝날 것 같으면서도 끝나지 않는 그런 꿈."
"그런 꿈은 왜 꾸는 거예요?"
"잘 모르지만 아마도 불안하기 때문이겠지. 쫓든, 쫓기든 어느 쪽이든 불안한 걸 거야."
그런 무한세계를 헤매다 돌아온 날에는 온몸이 땀에 젖어 있었고, 으레 몸살에 시달렸다. 잡힐 듯, 잡힐 듯 밤새 손을 뻗어도 결국 아무것도 잡지 못했다. 아무리 도망쳐도 괴물은 끝까지 나를 쫓아왔다.
잡을 수 있는 것이 없었기 때문에 밤새 손을 뻗은 것은 아닐까. 도망칠 곳이 없었기 때문에 끝없이 쫓겼던 것은 아닐까. 목적지가 없기 때문에 길을 떠날 수 있는 것처럼.
"아빠도 불안하세요?"
"그럼 당연하지. 불안하지 않은 삶이 어디 있겠어. 누구나 자기도 모르는 어떤 불안을 안고 살아가는 거야. 그건 특별한 게 아니야."
"뭐가 불안한 거예요?"
"가족이나 친구가 많아도 사람은 결국 혼자니까. 자기 생각 속에 다른 사람이 들어올 수는 없는 거잖아. 혼자서 자기 삶을 짊어지고 산다는 게 얼마나 힘든 일이겠어. 누구에게나 이룰 수 없는 꿈과 짊어지기 버거운 무게 같은 게 있으니까."
나는 어둠의 끝을 향해 계속 달렸다. 나의 시선은 줄곧 어둠의 끝을 향해 있었다. 하지만 나는 단 한 번도 발밑을 내려다보지 않았다. 걸음걸이와 보폭, 발자국의 모양조차 기억나지 않는다.
나는 꿈속에서 나를 잃었다.
"그럴 때에는 어떻게 하면 돼요?"
"아들, 무서움은 자기를 잃게 만들어. 그러니까 무서울 때에는 발밑을 내려다봐. 그건 너의 것이니까. 내가 여기에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면 무서운 꿈 따위 아무래도 괜찮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