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는 언제나 승리한다
모든 건 너의 물음에서 시작되었다_#40
#40 마흔 번째 밤_정의는 언제나 승리한다
"아빠, 곤충 중에서 제일 센 건 뭐예요?"
"리옥크라는 덩치가 큰 곤충도 있고 헤라클레스 장수풍뎅이나 팔라완 사슴벌레도 강하지. 물에서는 물장군이 강할 테고. 공중에서는 아마도 장수말벌이나 말잠자리겠지."
"그럼 공룡 중에서 제일 센 건요?"
"티라노사우르스나 그것과 비슷하게 생긴 타르보사우르스, 기가노토사우르스 아니면 스피노사우르스? 몸집을 생각하면 브라키오사우르스가 제일 세려나."
"그럼 동물 중에서는요?"
"호랑이 아니다 코끼리가 제일 강하겠다."
대개의 아이들이 그렇겠지만, 내 아이는 초식동물보다는 육식동물에 더 관심을 가졌다. 곤충도 공룡도 마찬가지였다. 크게 염려하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그런 마음을 엿볼 때마다 괜히 신경이 쓰였다.
강한 것에 대한 동경은 어디에서 비롯되는 것일까? 잡아먹히는 쪽이 아니라 잡아먹는 쪽에 끌리는 이유는 무엇일까? 약한 자의 편에 설 수는 없는 것일까? 고백하자면 아이의 그런 성향이 인간에게 내재된 어떤 악한 욕망에서 비롯되는 것은 아닌지 걱정이 되었다.
"율이는 센 게 왜 좋아?"
"멋지잖아요."
"그럼 멋진 건 어떤 거야?"
"항상 이기는 거요."
아이는 강한 것이 멋지고, 멋진 건 항상 이긴다고 말했다. 맞는 말이다. 정의는 언제나 승리해야 하며, 정의가 승리하기 위해서는 누구보다 강해야 하니까.
그러니 아이들의 시선에는 착한 것이 강한 것이고, 강한 것이 착한 것이다. 착하기 때문에 강한 것일까, 강하기 때문에 착한 것일까 따위의 질문은 필요치 않다. 인과관계는 구분되지 않으며, 권선징악은 의심되지 않는다.
아이들에게 세상은 언제나 정의가 승리하는 곳이다. 이런 생각을 부정해서는 안 된다. 현실이야 어찌 되었든 정의로워야 한다고 말하는 것이니까.
"이긴다고 해서 다 멋진 건 아니잖아?"
"그래도 결국 정의가 승리하는 거잖아요."
아이들의 생각이 낯설게 느껴지는 것은 우리가 이미 반드시 정의가 승리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니 강함을 동경하는 아이들에게는 아무런 잘못이 없다.
문제는 언제나 정의가 승리하며, 승리한 자가 강한 것이라는 단순한 진리를 지켜내지 못한 어른들에게 있다. 우리는 반성해야 한다.
하지만 아이의 말처럼 결국 정의가 승리하는 게 아닐까. 비록 아주 오랜 세월이 지나야만 알게 될 사실이라고 할지라도 말이다. 내가 강한 존재였는지, 약한 존재였는지도 백 년 후에나 밝혀지면 좋겠다. 나는 노력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