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경의 일부가 되고 싶다
모든 건 너의 물음에서 시작되었다_#41
#41 마흔한 번째 밤_풍경의 일부가 되고 싶다
"아빠, TV 조금만 더 보면 안 돼요?"
"이미 많이 봤잖아. 너무 늦었어."
"TV는 주말에만 볼 수 있잖아요. 조금만요."
"아들, 그런 게 아니고 … 다음에 우리 저기에 직접 가보자."
"저는 보는 게 더 좋아요."
"아빠는 네가 보는 것에 길들여지는 게 싫어."
"왜요?"
"모든 것을 직접 경험할 수는 없겠지만, 그래도 할 수만 있다면 직접 보고, 듣고, 만지고, 맛볼 수 있으면 좋겠어."
저는 아이의 말에서 간접화된 삶의 서글픔을 떠올렸습니다. 오렌지를 오렌지맛 주스로, 레몬을 레몬맛 사탕으로, 베이컨을 베이컨 맛 과자로 처음 만났던, 그런 어린 시절의 기억 말입니다. 지나친 생각일지도 모르겠지만, 성장하면서 그러한 간접화된 삶이 초라하게 느껴질 때가 많았습니다. 잘 설명하기는 어렵지만 무언가 거짓된 삶을 축적해왔다는 생각이 들었다면 지나친 것일까요?
저는 단 한순간일지라도 내 머리 위로 쏟아진 단비와 햇살만이 내 삶의 일부가 되는 법이라고 믿습니다. 아름다운 풍경을 보는 사람이기보다 아름다운 풍경의 일부가 되고 싶습니다. 아름답지 않은 곳이라도 괜찮습니다. 중요한 건 내 삶의 주인이 되어 세상을 더 가깝게 느끼는 것이니까요. 보는 것에 길들여져 그것을 잊어버리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우리는 매개가 필요하지 않은 삶을 살아가야 합니다. 세상과의 거리를 만들지 않도록 노력해야 합니다. 거리에 익숙해질수록 그만큼 자기 삶에서 멀어지게 되기 때문입니다.
자기 삶의 구경꾼이 되지 않기를 바랍니다.
"아들, 어렵겠지만 보는 것에 길들여지지 않았으면 좋겠어."
"아빠, 그럼 불 끄고 어디에 갈지 이야기해요."
"그래. 좋아."
"아들, 아빠는 네가 아름다운 풍경을 바라보는 사람이 아니라 아름다운 풍경의 일부가 되었으면 좋겠어. 그랬으면 좋겠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