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디에나 균형은 있다
모든 건 너의 물음에서 시작되었다_#44
#44 마흔네 번째 밤_어디에나 균형은 있다
"아빠, 이 그림 어때요?"
"좋은데, 잘 그렸네. 그런데 좌우가 딱 맞네. 일부러 그런 거야?"
"네. 오른쪽과 왼쪽이 다른 건 이상해 보여서요."
"왜 그렇게 생각했어? 세상에는 오른쪽과 왼쪽이 겹쳐지지 않는 게 더 많잖아. 오른쪽과 왼쪽이 똑같은 게 더 이상하지 않아?"
"그래도 그런 걸 보고 있으면 불안한 마음이 들어요. 저는 딱 맞지 않는 게 싫어요."
아이의 말에 쉽게 고개를 끄덕여주지 못한 건 대칭의 강박을 엿보았기 때문이었을까. 아니면 그러한 강박을 부정해야만 하는 나의 강박 때문이었을까.
아이와 나의 이런 강박은 대칭일까, 비대칭일까?
고개를 들어 눈앞에 놓인 물건들을 바라본다. 노트북, 책 받침대, 책, 포스트잇, 휴대전화, 충전기, 프린터, 사전, 연필꽂이, 볼펜, 연필, 지우개 …. 대략 140°, 나의 시야를 가득 채우고 있는 사물들.
이 시야에서 불안의 씨앗이 싹트고 있지는 않은지 한참을 바라본다.
모든 물건이 질서 없이 흐트러져 있다. 하지만 다시 보면 모든 것이 제자리에 있다. 마치 억만 년 전부터 그랬다는 듯이 모든 물건이 제자리다. 안정되고 균형이 잡혀 있다.
"율아, 방 안을 자세히 봐. 아무렇게나 놓여 있는 것 같지만, 모든 게 제자리에 있잖아."
"그냥 처음부터 있던 거잖아요."
"손가락을 들어 물건들을 선으로 이어 봐. 그러면 모든 게 균형 잡혀 보일 거야."
"진짜네요. 우와 신기하다."
어쩌면 균형은 비대칭의 불안을 털어내려는 욕망, 행복의 구도를 향한 과잉된 자의식에서 비롯된 것이 아닐까. 그러니 문제는 대칭이 아니라 균형이다. 비대칭의 세계에 살을 채우는 균형이다.
"그러니까 세상 어디에나 균형은 있는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