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엇이 더 무서운 것일까
모든 건 너의 물음에서 시작되었다_#45
#45 마흔다섯 번째 밤_무엇이 더 무서운 것일까
"아빠, 너무 무서워요."
"그래 너무 깜깜하지. 조심해서 천천히 걸어."
아이와 함께 불빛도 인적도 없는 밤 바닷가를 걸었습니다. 바닷바람은 차가웠습니다. 파도가 거칠게 밀려왔다 다시 그 속도만큼 빠르게 밀려갔습니다.
제 무게만큼 푹푹 빠지는 모래의 느낌이 좋았습니다. 그 정직한 깊이가 참 좋았습니다. 한참 동안 파도와 모래가 만든 경계를 걸었습니다.
"그런데 율아, 여기에는 아빠랑 율이 말고는 아무도 없는데 뭐가 무서워?"
"아무도 없으니까 무섭죠."
"그런가? 걱정 마. 아빠가 지켜줄게."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무도 없는 '어둠'과 낯선 이와 함께 있는 '밝음' 중에서 어느 것이 더 무서운 것일까. 눈에 보이지 않는 것과 눈에 보이는 것 중에서 어느 것이 더 무서운 것일까. 상상과 현실 중에서 어느 것이 더 무서운 것일까.
어릴 적에는 눈에 보이지 않는 것이 무섭고, 어른이 되고 나서는 눈에 보이는 것이 더 무섭지 않을까요.
"그런데 아빠는 사실 잘 모르겠어. 여기는 사람도 없고 동물도 없고 파도와 모래밖에 없잖아."
"그래도 어두우니까 무서워요. 꼭 뭐가 나올 것만 같아요."
"아무도 없어서 무섭다며?"
"아빠는 어떻게 알 수 있어요? 여기에 아무도 없다는 걸. 혹시 모르잖아요."
큰 파도가 몰려와 나를 덮치지는 않을까, 저기 희미하게 보이는 물체가 나쁜 사람이거나 굶주린 야생동물은 아닐까, 아니면 정말 귀신이 있지는 않을까. 생각이 꼬리를 물었습니다.
"그래도 아빠가 있으니까 괜찮아요."
아직 어른이 되지 못한 걸까요. 저는 무서워졌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