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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NAMI Dec 18. 2022

교사라서 행복하세요?

학생, 교사 성장과 행복의 원천

“저희 가르치셔서 행복하세요?”


수업 중 한 학생이 질문했다. 뜻밖의 질문이라 당황했다.

그 순간, 반사적으로 대답하는 나를 발견했다. 어깨와 팔을 들어 올리며 두 손 활짝 펴는 제스처와 함께였다.


“너~무 행복하죠!”


진심이다. ‘너~무’에 악센트가 실려있었다. 사실 요즘처럼

교사라서 행복한 적이 있었던가?


“정말요?”


내 즉답에 눈이 둥그레진 학생도 있었다. 교실 공기가 갑자기 달라졌다. 힘있게 답하는 나를 본 학생들의 호흡이 깊어지는 듯했다. 다소 놀란 듯도 하다. 다음 말을 기다리듯 나를 쳐다보며 침묵의 시간이 흘렀다.


“여러분을 만나서 행복하죠~”

“여러분을 지도할 수 있어서 감사하죠~”


내 학생들은 사범대학 재학생들이다. 미래 교사를 꿈꾸고 있다. 그래서 이런 말도 덧붙였다.


“ 여러분이 훗날 학교에서 제가 느끼는 이런 행복을 똑같이 느낄 수 있다고 상상하면 더 행복하죠.”

“제겐 교육자 동지가 될 사람을 지도하는 기쁨이 있어요.”

“ 10년 뒤, 20년 뒤, 같은 길을 가면서 여러분과 이런 생각과 감정을 함께 공유할 수 있다면 더욱 감격스러울 것 같아요.”


글을 쓰면서 느꼈다. 학생이 교사에게 얼마나 소중한 존재인지를. 그래서일까? 요즘은 수업도 예전처럼 아주 힘들지는 않다. 내 마음이 학생에게 확 열린 느낌이다. 수업 중에는 여전히 무참여, 무기력, 무동기 학생들이 있어서 마음이 아프다. 그런데 예전처럼 화가 나거나, 그 이유로 수업을 어수선하게 하지는 않는다. 왜 그럴까? ‘무슨 이유가 있겠지. 나름의 이유가 있을 것이다’라고 생각을 달리 해본다. ‘그 이유는 뭘까?’ 학생 입장에서 생각하려 노력해본다. 일단 그 상황을 인정하고 수업을 즐겁게 한다. 그런 학생을 몰라라 하며 일부러 외면하는 것은 절대 아니다. 적당한 기회를 만들어 개인적으로 부른다. 코칭을 위해서다. 물론 불러도 안 오는 학생도 있다. 그것도 나름의 이유가 있을 것이다. 학생에게 내 마음을 전달하며 다시 시도한다. 그리고 기다린다. 뭐든 내 맘대로 되는 것은 없다. 그것을 깨닫고 나니 교육이 더 편해지고 내 마음에 여유 공간이 생긴다. 이전보다 학생 지도가 더 잘되는 느낌이다.


수업 마치고 깨달은 것이 또 있다. 학생이 “저희 가르치셔서 행복하세요?”라고 내게 질문해 준 것이


'정말 고맙다'


라는 생각이다. 손짓, 몸짓, 표정까지 과감하게 표현하며 “너~무 행복하죠.”라고 말할 수 있었던 나를 발견한 것이다. 그리고 교사의 행복이 어디에서 오는 것인지 자연스럽게 전한 것이다. 질문한 학생 때문에 나를 발견했고, 장차 교사가 될 학생에게도 행복 씨앗을 심어준 느낌이다. 수업 전, 전혀 의도했던 상황은 아니었다. 학생의 뜬금없는 질문 하나에서 시작했는데 결과는 대단했다. 그 이후 학생들과 나의 관계가 한층 발전한 느낌이다. 결과적으로 학생이 교사인 나에게 행복을 선물한 셈이다.


나는 안다. 소통이 잘되고 교감이 잘되는 수업 중일 때 저런 순간들이 탄생한다는 것을.  학생의 갑작스러운 질문에 당황하지 않고 자연스럽게 대응한 나 자신이 대견하게도 느껴진다. 다른 교사들은 어떨까? 문득 궁금해진다.


오늘 수업에서 “너~무 행복하죠!”라고 말했을 때 학생들 눈빛과 표정이 달라짐을 느꼈었다. 저 말을 하고 나니 왜 이렇게 기분이 좋을까? 내가 성장과 행복의 씨앗을 학생 마음속에 심어 놓았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뿌듯하기까지 하다. 오늘 수업은 왠지 오래 기억될 것 같다. 그래서 이렇게 글로 남기고 있는지도 모른다.




질문하기: 나는 ‘교사라서 행복한가?’ 스스로 물어보고 답해 보아요.




저서 '교사라서 행복하세요?' 17쪽~24쪽에서

(작가의 책은 여기서 확인해보세요 -> 클릭 )

(책을 쓴 계기를 작가가 직접 설명하는 영상입니다. 여기를 클릭하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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