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 모든 짐을 짊어지고 있는 위대한 신입사원들에게
10년도 더 지난 회사 생활이지만 나는 아직도 가끔 신입사원 때 그 느낌이 기억나곤 한다. 신입으로 어딘가에 들어간다는 것은 참으로 외롭고 고달픈 일이다. 참고로 본인은 외로움을 잘 안 타는 성격이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당시 그런 기억이 있었다는 것은 새로운 조직에 무언가를 책임지기 위해 혈혈단신으로 건 분명 쉬운 일은 아니리라.
어울리기 좋아하는 성격 탓에 사람들과 쉽게 금방 친해졌다. 그래도 기존에 있던 사람들 간의 끈끈한 유대는 나보다 깊지 않을까 라는 쓸데없는 생각도 들고, 직급을 떠나 나보다 오래 다닌 선배들이니 부담감도 생기기 마련이다. 첫 직계 상사를 좋은 사람을 만난 덕에 신입사원의 마음을 잘 헤아려준 터라 항상 이른 시간에 퇴근시켜 줬다. 하지만 퇴근 후에는 항상 피곤해서 눈이 새빨갛게 충혈되곤 했다.
책임감 강하고 긴장을 많이 하는 성격 탓에 처음 몇 달은 자다가도 출근할 시간에 알람을 못 듣는 거 아닐까 번쩍 깨곤 했다. 한 번이라도 실수하는 날에는 세상에 모든 잘못을 다 한 양 바짝 긴장하게 되고, 보고서를 퇴짜 맞는 날에는 한없이 내 능력이 부족해 보이기도 한다. 게다가 텃새 강한 누군가의 한마디는 내가 비호감인 인간은 아닐까라는 고민까지 하게 만든다.
지금 생각하면 참 쓸데없는 걱정도 많았지만, 다시 생각해도 그때는 그럴 수밖에 없었다. 신입사원은 그렇다. 군대 이등병부터 해서 모든 막내는 다 그런 것이다. 내가 예상치 못했던 새로운 세상과의 충돌은 누구에게도 현기증 나는 일이리라.
하지만 모든 세상 사람이 다 그런 것을 이해해 주는 건 아니더라. 기억이 왜곡되는 사람들도 많다. 손가락 빨던 시절 본인의 모습은 잊어버리고 아름답게 미화된 기억들만 날이 갈수록 왜곡이 더해져 라떼가 탄생하는 것이다. 라떼들에게 소싯적 이딴 회사 언젠가 그만둘 거라고 했던 기억들은 저편으로 사라지고 결과가 아름답기에 지났던 모든 과거는 아름답게 미화된다.
그래서 세상에 많은 신입사원들에게 다시금 얘기해주고 싶다. 신입사원은 버티는 게 일이다. 일주일이 한 달이 다 돼가도록 그 자리에 버티고 있다면 당신은 잘하고 있는 것이다. 아무도 당신의 고된 하루를 인정해 주지 않는가? 그렇다고 당신까지 스스로를 부족한 인간으로 볼 것인가. 혼났든 부족해 보였던 오늘 하루를 무사히 이겨냈다면 당신은 회사에 있는 누구보다 큰일을 한 것이다.
아무도 알아주지 않았다면 하루 끝에는 스스로 칭찬해 주는 시간을 갖도록 하자. 그리고 미래를 위한 적금은 당장 지금이 아니더라도 괜찮다. 주말에는 수고한 나를 위해 맛있는 것을 사주든, 비싼 취미 용품을 구매하든 당분간만큼은 이해해 주자. 나중에는 이 힘든 기간을 이겨낸 자신감들이 쌓여 당신을 더 좋은 곳으로 데려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