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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일 Jun 28. 2024

성공하는 유전자

과연 나의 안에도 성공할 수 있는 유전자가 잠들어 있을까

 20대 초반에 영국의 진화생물학자 리처드 도킨스가 쓴 '이기적 유전자(The Selfish Gene)'라는 책을 읽은 적이 있다. 전공이 이과 계열이라 아예 생소한 내용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당시 작가가 필터 없이 쓴 생물학적인 내용에 적잖게 충격을 받았던 기억이 있다. 가장 충격적인 내용 중 하나는 '인간은 유전자들이 모여있는 유전자풀(Gene pool)로 이루어져 있고, 우리들의 모든 생각이나 행동은 오로지 유전자 명령의 영향만을 받는다'는 것이다.


 그야 충격을 받았을 수밖에 없는 게 나는 운명론자가 아니라 인간의 자유의지를 존중하는 사람이었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책의 내용대로 유전자에 의해 우리의 모든 행동이 결정된다면 내 조상 중 성공한 사람이 없다고 했을 때 나는 영원히 빛을 볼 수 없다는 뜻 아닌가. 또한, 그 이론대로라면 뉴스 보도에나 나올 법한 범죄자들의 자식들은 다 요주의 인물로 지탄받아야 하는 것이다.

 운명론자나 결정론자를 비난하고 싶은 생각은 없다. 누군가 정해진 흐름과 주변에 일어나는 현상들 속에서 당연히 예정된 일임을 받아들이고 안락함을 느끼며 산다면 그것도 꽤 괜찮은 일일 것 같다. 단지, 나는 그런 사람이 아니고 나와 내 주변에 소중한 것들을 내 의지와 노력으로 행복하고 해줄 수 있다고 믿어 의심치 않던 사람이었다.


 그래서 당시 나는 오랜 생각 끝에 한 가지 이론을 떠올렸다. 그것이 바로 '성공하는 유전자'이다. 당신의 아버지가 당신이 원하는 삶을 살지 못하셨던 분일 수도 있다. 물론, 그 조상의 조상까지 내가 생각하기에 우리 집안은 내가 원하는 목표 이상의 삶을 살았던 분들이 하나도 없다 그럴 수 있다.


 그렇다면 내가 그 성공의 증명이 되면 어떨까? 내가 원하는 목표 이상으로 성공한다면 그것은 곧 나의 유전자의 증명이 되는 것이다. 어쩌면 나의 조상은 원하는 바가 달랐을 수도 있고, 우리가 했던 만큼 반복적인 노력을 하지 않았을 수도 있다. 그렇다면 내가 그 역할을 하면 되는 것이다.


 그런 나의 이론의 증명을 위해 10여년 전부터 끊임없이 노력해 왔다. 가끔 다시 돌아보면 정말 많은 것들이 변했기도 하지만 고질적인 나의 문제들은 여전히 내 발목을 잡고 있는 것들도 있다. 어쩌면 문제를 해결하려는 나의 방법이 틀렸을 수도 있고, 앞으로 100년은 더 노력해야 할지도 모른다.


 그래서 설령 원하는 바를 다 이루지 못하고 늙어 죽는다 하더라도 나는 지금처럼 '성공하는 유전자'에 대한 나의 믿음을 가지고 살아가려고 한다. 패기와 치기 넘치던 어린 시절과는 다르게 이제는 결혼해서 와이프도 있고 아이도 있지만 어쩌면 조금 유치한 나의 가치관은 바꾸지 않을 생각이다.


 후에 나의 인생을 돌아봤을 때 내가 원하는 성공을 이룬다면 그것은 나뿐만이 아니라 내 자식에게는 무엇보다 큰 자산이 될 것이라고 믿는다. 언제든 사라질 수 있는 물질적인 것이 아니라 성공할 수 있는 가능성을 물려준 것이니까.

 행여 내가 원하는 곳에 도달하지 못했다고 하더라도 지나온 시간을 후회하지는 않을 것 같다. 니체도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에서 그러지 않던가. "인간의 위대함은 그가 다리일 뿐 목적이 아니라는 데 있다"

아직도 가끔 작은 실패에서 어둠에 갇히고, 잘못된 방향으로 가는 것을 깨달았을 때는 지나왔던 모든 것들은 다시 되돌아가면서 좌절하고 싶을 때도 있지만 나는 늙어 죽을 때까지 나의 유전자의 증명을 위해서 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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