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지금'을 배웠다.
'기억해 놓았다 나중에 해봐야지'
'언젠가 시간이 나면 가봐야지'
'메모해 놓았다 다음 달에 물어봐야지'
지금이다. 나중은 없다.
생각날 때는, 지금 그것을 해야 하는 이유다. 점점 짧아져만 가는 지금의 기억력은 언젠가로 미루었던 것들의 호기심과 열정들을 기억해 내지 못할 가능성이 커 보인다.
어느새 훌쩍 커버린 아이얼굴이 현미경으로 확대한 듯 선명하게 들어오는 날이면 작고 소중한 것들을 어느새 많이 놓친듯했고 자세히 보지 않으면 지금 해볼 수 있는 많은 것들의 내일 또한 없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일이 없을 것만 같은 불안감이 어떤 날은 쓰나미처럼 밀려와 공기에 스며들었고 숨을 쉴 때마다 입속으로 전해져 진짜 같아 무섭고 슬퍼졌다.
많은 사람들은 임종을 눈앞에 두고서야 못다 한 것들을 후회한다. 언젠가 맞이해야 할 임종 앞에서 나는 덜 후회하는 삶이고 싶었다. 그래서인지 무언가 생각이 날 때면 살아생전 그것을 지금 해보라고 알려주는 듯했다. 그래서 철새들이 많은 주남저수지를 다녀오게 되었다. 목적 없는 걸음과, 많은 사람들로 붐비는 장소를 선호하지 않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왠지 가보고 싶어서, 왠지 나도 사람들 속에 들어가 목적 없이 걸어도 보고 싶어서였다.
여기저기 울리는 새소리에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많은 종류의 철새들이 어디론가 끝도 없이 날아갔다. 의자에 걸터앉아 그저 하염없이 바라보았다. 대한민국에 철새들이 저렇게 많았었나... 이정표 하나 없이 무리 지어 수도 없이 날아가는 철새들이 경이로웠다. 얼굴 들어 하늘을 보게 하는 저 많은 새들은 알 수 없는 울림을 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