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무엇을 배우셨나요?

with『시와 산책』-읽고, 쓰고, 걸으며 비우기를 배우다

by 글 쓰는 멍

2025년은 시작부터 글쓰는 멍에게 쉽지 않았어요. 새해를 알리는 제야의 종이 울리고, 새벽 5시가 되자, 어둠 속에서 일어나 마니산으로 가족들과 향했던 저는, 1월 1일 새벽부터 시련을 맞이했어요. 며칠 전 내렸던 눈으로 길도 미끄럽고 평소에 산을 잘 타지 못하는 저라, 남편과 막내딸은 새해 첫 해를 보러 산 정상으로 가는데, 큰딸과 함께 자진해서 낙오를 선언했어요. 새해 첫날 새벽부터 포기를 선언한 저는 산 중턱에 앉아서 생각해 봅니다.


"아무래도 올해는 망한 것 같아. 포기의 연속이겠는데?" 그날 보았던 산의 어둠과 우듬지들이 저를 조롱하는 것 같았어요. 올해의 저의 운수를 예언하면서, 비웃는 것 같았습니다.


2025년 1월 1일 새벽 마니산 우듬지

하지만 올해의 저를 돌아보면 생각보다 포기를 많이 하지 않았어요. 오히려 새로운 경험을 많이 하게 되었고요, 시간을 많이 낭비하지 않은 한해를 보내게 되었던 것 같아요. 지금 생각해 보면 그날은 포기가 아니라 새로운 경험의 시작이었던 것 같아요. 항상 새해 첫날은 집에서 맞이하거나 바다로 갔던 저에게 마니산조차 처음이었고 산행을 시도하는 것조차도 처음이었어요.



"새해 첫날 새벽의 포기는 새로운 경험이 되었고, 그 경험은 저를 특별한 2025년으로 안내해 주었던 것 같아요."


한해동안 제가 배운 것은 읽고, 쓰고, 만보를 걸으며 마음을 비우는 것이었어요. 읽는 속도가 느려 다른 사람들 보다 더 많은 시간을 한 권의 책에 할애해서 천천히 읽고, 생각나는 것들을 쓰고, 만보 걷기를 하면서 마음을 비웠고요, 그렇게 반복된 시간들이 이 글을 쓰는 25년 12월 첫날로 저를 데리고 왔어요.


제가 애정하는 한정원 작가님의 『시와 산책』에 나와있는 글귀가 있어요.

온 마음을 다해 오느라고, 늙었구나
-세바르 바에호, 여름, 오늘처럼 인생이 싫었던 날은, 다산책방(2017)
-한정원,시와산책,시간의흐름(2020),p68


『시와 산책』


2025년 저는 읽고, 쓰고, 걸으며 마음을 비우느라 온 마음을 다했고요, 이제 나이가 한 살 더 많아지게 되는 경계선에 서 있어요. 어쩌면 25와 26은 우리가 정해놓은 경계이지 실제로는 무한한 연장선상에 있는 건 아닐까요? '25년의 글쓰는 멍과 26년의 글쓰는 멍이 다른 사람이 아니듯이 2025년과 2026년은 동일한 연장선상에 있는데, 우리의 고정관념에 의해서 경계선을 그어 두는 건 아닐까?' 매년 새로운 해를 맞이할 때마다 생각해 보아요.


작년까지의 글쓰는 멍은 비우기보다 채우려고 했었고, 마음대로 되지않아 힘든 나날의 연속이었어요. 올해는 읽고, 쓰고, 걸으며 마음을 비웠더니 오히려 무언가가 더딘 속도로 채워지는 마법이 시작되고 있어요. 든든한 2026년도가 저에게 다가오고 있습니다.


다가오는 새해에는 무엇을 배우게 될까요? 저에게 다가올 새해가 수줍어하지 않게 온 마음을 다할 준비를 하면서 살포시 먼저 고개를 내밀어 기다려 봅니다.바투 저에게 다가오기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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