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로잉 일기-01

반에반에 반만큼만 바라보기

by 담장넘어도깨비
드로잉
한자에 먹, 연필, 한국화 분채 부분 채색
눈의 크기만큼만 보고 싶었던 날

2016. 09. 16. 화요일

반에반에 반만 뜬 눈은

딱 그만큼만

볼 수 있는 자유를

나에게 선물한다.




(과거 회상 작가노트)

연필 끝, 자동차 지나가는 소리, 조각도 끝, 붓 끝... 어느 날은 모든 것들이 뾰족한 칼끝이 되어 내 동공 앞을 겨누고 있다. 열려있는 오감들은 지쳐서 피곤했고 극도로 예민했다. 눈을 꼬옥 감는다. 아니, 깜는다. 눈두덩이가 두툼하게 올라와 주름이 생길 만큼 꼬옥 깜는다. 꼭 깜은 눈앞은 울긋불긋 오색찬란, 반짝반짝 별이 떠다니는 우주가 만들어진다. 잠시 내가 만든 우주를 감상하다 보면 주변이 조금은 평온해지고, 마음이 괜찮아진다. 지그시 얼굴 들어, 반에반에 반만 눈을 떠본다.


그려~ 오늘은 딱 요만큼만 보고, 요만큼만 듣고, 요만큼만 느끼는 거재.. 눈의 크기를 자유롭게 뜰 수 있도록 눈두덩이에게 자유의지를 부여한 신에게 감사해야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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