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로잉 일기-05

즐거운 곳

by 담장넘어도깨비
눈 달린 고양이 - 디지털 작업


2025. 02. 04. 화요일

몰라이씨

어쩔


(과거 회상 작가노트)

눈앞에 있는 현실이 쪼끔은 힘겨운 순간이 있다. 그런 날은 귀와 입을 닫고 마음이 조용해지고 싶은 날이 된다. 이런 순간은 특히나 다운된 우울감을 보이고 싶지 않다. 우울감에 깊이 젖어드는 걸 스스로 원하지 않는 데다, 타인에게 그런 에너지를 전달하고 싶은 마음은 더더욱 용납되지 않기에, 그런 상황이 오면 감정의 폭이 커지지 않도록 스스로에게 과제를 내어준다. 그 과제는 유쾌하고 엉뚱한 상상을 하거나 자연스러운 이치에 질문을 하고 그냥 마음대로 바꾸는 방법이다.


예를 들어 눈, 코, 입은 왜 꼭 얼굴에 다 붙어있어야 하는가? 눈, 코, 입을 자석으로 띠었다 붙였다 상황에 맞게 그림처럼 배치하고 전시할 순 없는 걸까? 마침 고양이를 작업 중이었고 내 마음에 맞춰 귀한 소품처럼 이동시켰다.

'고양이의 눈썹과 눈, 입을 떼어다 어디로 이동하면 유쾌할 수 있을까? 힘이 들면 동굴에 숨어 잠수를 타듯, 눈썹과, 입도 잠수 타는 권리는 필요하지 않을까.'


나는 붙어있는 눈이 아닌 달려있는 눈으로 이동하고 싶었다. 상체는 웃옷을 입기만 하면 진짜 잠수를 탈 수 있는 최적의 장소였다. 또한 가슴에 달린 눈이 만들어내는 동적인 움직임은 설치미술처럼 즐거운 작품이 되어 기분전환이 될 것 같았다. 섬뜩하고 기묘할 수 있겠지만 상황과 감정에 따라 이목구비의 위치가 각기 다른 사람들을 상상해 보았다.


기분을 읽어내는 눈썹, 눈, 입을 자신만의 은밀한 장소로 옮겨놓는다면 누가 되었건 함부로 들춰볼 수도, 마음대로 기분을 읽어낼 수도 없을 거라 생각했다. 필요한 순간 마음껏 울어도 마음껏 웃어도 마음껏 화내도 들키지 않는 가장 자유롭고 안전한 장소가 될 것이라 생각했다.


고양이 동상이 되어 예쁜 오방팬티 안에 아기처럼 손을 넣고 있는 나는 표면상 평온하고 유쾌한 사람으로 보이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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