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기로운 첫 집사생활이 시작되다
만델이는 냥발랄한 아깽이로 우리 집에 도착했다.
고양이 액체설을 실제로 경험하지 못했었던 두 집사는, 그래, 거실에만 있게 하는 거야, 안방이랑 주방은 못 들어오게 할 거야,라는 멋진 포부를 가지고 강아지용 (응?) 문 가림막을 사서 야무지게 세팅한 터였다.
거실에 내려놓은지 1분도 지나지 않아서 만델이는 유유히 그 창살이라면 창살 같은 가림막 사이로 쏙 지나갔고 주방이며, 안방이며, 화장실까지 꼼꼼히 입주 검사를 마쳤다.
어떻게 저기를 지나가지? 황당한 두 집사는 긴 여정으로 바로 곯아떨어졌고 아침이 되었을 때 밥그릇 물그릇이 비워진 것을 보고 안도의 한숨을 내 쉴 수 있었다.
전날 빽빽거리면서 오고 소파밑에 계속 숨어서 혹시 무서워하는 걸까 걱정했던 일이 무색하게 만델이는 그날부로 우리 집 왕좌에 앉게 되었다.
캣타워 하나, 고양이 화장실 두 개로 시작한 우리의 동거 생활. 여느 집사들이 그렇듯 하나둘씩 고양이 짐이 늘어나고, 주방엔 아주 당당히 만델이 간식이며 습식캔, 사료들이 놓인 코너가 만들어졌다.
만델이는 무릎냥이는 아니었어서 안기거나 몸이 서로 닿지는 않았지만 집사 둘도 처음 고양이를 만져 보는 탓에 그저 바라만 보는 것으로도 만족했다.
아무것도 바라지 않고 보고만 있는 것. 그래도 내게 엄청난 에너지와 살아가는 힘을 주는 존재. 그것이 반려하는 이유라는 것을 많은 시간이 지나지 않고서도 깨달을 뿐이었다.
그루밍하는 모습을 보고 있자면 누가 고양이세수라 했는지 그 꼼꼼한 모습에 감탄할 뿐이고, 배를 까고 누워 한 잠자는 만델이를 보면 이 시간, 이 공간에는 어떠한 나쁜 일도 생기지 못할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너를 만나길 참 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