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는 내 작은 세상, 나의 삶
난 고양이 키우면서 살 거야!
동물은 동물이지 반려할 수 없다는 생각을 가지신 두 부모님 아래 30년 동안 늘 반항할 때마다 했던 멘트.
반려라는 것이 어떤 건지 어떤 책임감을 안겨주고 또 어떤 행복감을 주는 건지 정말 고양이 손톱각질의 반의 반도 몰랐던 나.
왜 강아지도, 토끼나 금붕어도 아닌 꼭 고양이여야 했는지는 아직도 모르겠지만 언젠가부터 자리 잡고 있었던 애묘의 자질은 결국 내가 온전히 부모님으로부터 경제적으로나 심리적으로나 독립한 단계가 되어서야 현실성을 가지기 시작했다.
2019년, 그렇게 작지만 존재감만큼은 확실했던 나의 아몬드, 나의 만델이 우리에게 와주었다.
2019년, 5월의 결혼식 이후, 우연한 계기로 만나게 된 브리티시숏헤어 고양이.
아기 고양이가 웅크리고 있는 뒷모습이 꼭 아몬드 같아서 독어로 아몬드를 뜻하는 '만델'이라는 이름을 붙이게 되었다.
만델을 데리러 가던 날, 왕복 5시간이 걸려도 하나도 피곤하거나 힘들지 않았던 그 시간을 나는 잊을 수 있을까?
야옹 거리며 빽빽거리며 승질머리를 가득 세운 너를 집안에 들였을 때, 여기저기 냄새 맡고 탐색하며 바쁘게 돌아다니던 널, 그 밤을 언젠가 잊게 될까?
눈을 마주치면 소파밑으로 숨다가도 새벽에 나와 우리 머리맡에서 골골거리며 자던 널 아직도 선명히 그릴 수 있을 것 같다. 그 새로운 세상이 그 밤, 나에게 왔다, 새로운 조그마하지만 나를 발끝부터 머리끝까지 바꿀 네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