꼬막 무침
지금 이 계절, 겨울이 되면 우리 집에 유일하게 보이는 반찬 있다.
바로 꼬막 무침이다.
겨울에만 먹을 수 있는 맛있는 별미.
장에 가셨을 때 장조림 재료들과 함께 사 오신 것 같다.
오동통하니 제법 살이 오른 꼬막.
껍데기에서 살을 쏙 빼먹는 재미는 이 계절에만 느낄 수 있다.
사온 꼬막을 씻어 뜨거운 물에 삶아준다.
삶는 동안 집안에서는 한동안 비린내가 가득했을 것이다.
비리다고 꿍시렁거리는 어머니의 모습이 눈앞에 훤하다.
다 삶았으면 이제 껍데기를 까주는 일만 남았다.
보통은 입이 다 벌어지지만 한 두 개씩 꼭 그렇지 않은 것들이 있다.
그러면 숟가락 하나를 가져와 오므린 부분이 아닌 그 뒷부분을 숟가락으로 똑 벌려주면
숨어있던 꼬막의 살이 번지르르하게 나타난다.
은근히 까는 재미가 있다.
꼬막 껍데기를 까면서 어머니한테 한 마디 뚝 던져본다.
"이거 살만 따로 모아서 밥 비벼 먹으면 맛있을 텐데."
그렇게 먹을 게 어디 있냐면서 말은 해도
결국 따로 조금 살을 모아 무쳐주셨다.
얼른 밥 한 공기 가져와 대접에 넣고 꼬막살 무침을 넣어
참기름과 함께 비벼주면 정말 냄새에 침이 꼴깍 넘어간다.
맛있게 한 그릇 비우고 나면 어느새 옆에 껍데기가 산처럼 가득 쌓여 있다.
그 사이 어머니께서 다 해놓은 것이었다.
내 손에 비린내만 남기고 꼬막들을 떠나갔다.
같이 하면 좋을 텐데 꼭 그 새를 못 참는다.
손질을 다 하면 파, 긴장, 고춧가루 등 양념을 넣어
꼬막 살에 양념이 밸 수 있도록 휘익 숟가락으로 섞어준다.
먹는 것은 좋은데 주의할 점은 가끔씩 해감이 덜 된 것이 있어
먹을 때 와그작하고 모래나 다른 것들이 씹힐 때가 있다.
나는 그냥 먹는다.
어머니에게 말하면 돌아오는 대답은 늘 이렇다.
"괜찮아, 안 죽어."
무뚝뚝하고 매정하다고 느낄 수 있겠지만
나는 그 안에 어머니의 걱정과 사랑이 들어 있다는 것을
이제는 안다.
손이 많이 가고 먹을 때 번거로움이 있지만
그것을 지나고 나면 이 계절에만 맛볼 수 있는
특별한 맛이 기다리고 있다.
우리들의 인생과 음식은 닮은 점이 많다는 생각이 든다.
오랜 인내와 충분한 시간을 들이고
맛이 들 때까지 수시로 확인해 봐야 한다.
상한 곳은 없지, 잘 익어가고 있는지
우리들의 마음처럼 말이다.
잠깐이라도 좋다.
가만히 누워 자신을 들어다 보라.
그럼 자신의 맛과 음식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