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를 이야기한다는 건

피자

by 길여우

가장 먼저 이야기가 나온 것은 내가 늦게 끝난다고

근무 스케줄을 말하던 날이었다.

동생과 어머니께서 두런두런 이야기를 나누다

동생이 내게 말했다.

"이번 주 늦게 끝난다고?"

"어, 왜?"

"어머니가 피자 먹자고 해서"

"그래? 나야 좋지."

그때부터였다. 내 머릿속에 피자라는 단어가

크게 박힌 것은.

일주일이 너무 멀게만 느껴졌다.

하루하루 버티며 피자만 생각했다.

마감하는 날.

시간은 느리게만 흘러갔다.

퇴근 시간이 되고 어머니가 오시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어머니는 조금 늦게 마무리될 것 같다는 연락이 왔고

시간 계산을 마침 나는 피자 집으로 연락해

주문을 넣었다.

특별히 도우 끝에 고구마 무스도 추가했다.

어머니께서 드시고 싶다고 말했기에

뺄 수가 없었다.

오랜만에 내가 일해서 번 돈으로

어머니 드시고 싶으신 음식을 사드리고 싶었다.

이제부터 시작이다.

더 열심히 해서 맛있는 거 많이 사드릴 거다.

어머니가 오시고 차 조수석에 앉은 나는

주문한 피자를 받아오라는 미션이 주어졌다.

어차피 계산하려면 내가 내려야 했다.

시간을 잘 맞춰 온 덕분에 피자는 따끈따끈했다.

바닥에 손을 대면 뜨거웠다.

여러 토핑 냄새가 차 안에 가득했다.

집에 들어오자마자 손을 씻고

밥상을 꺼내 먹기 위한 준비를 마쳤다.

동생도 몸을 움직이며 도와줬다.

금방 상이 차려지고

다 같이 둘러앉아 피자 한 조각씩 맛을 보았다.

치즈가 쭈욱 하고 늘어나는 것이 재밌었다.

새콤한 토마토소스의 맛이 느껴지면서

그 위로 올라간 여러 토핑들이 한데 어우러지면서

입 안을 풍성한 맛과 식감들로 채워졌다.

먹다 보니 배고팠는지 평소 2조각 먹던 피자를

오늘은 4조각이나 먹었다.

진짜 배부르다. 아직도 빵빵하다.

내가 배부른 이유는 피자를 먹은 것도 있지만

하루를 나눈 것도 있다.

각자 오늘 겪었던 일들, 일이 많아 피곤하다는 등의 감정 표현,

기분을 한 마디씩 먹으면서 조금 나누다 보니

어느새 내 몸과 마음은 가득 차 있었다.

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

하루를 다 같이 이야기한다는 건

그런 것일지도 모르겠다.

내가 고민하고 있던 답을 찾기도 하고

답을 주기도 하고 위로받기도 하고

격려해주기도 하고.

하루를 이야기한다는 건

내가 당신을 정말 좋아하고 신뢰한다는 것을

알리는 신호이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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