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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월 Nov 17. 2023

괜찮아요, 제 건 제가 알아서 할게요.

옆테이블에서 '행복'을 보내셨습니다.

너: 최근에 좋아하는 가수들 많이 나와서 행복했겠다?


나: 라이트팬이라 유튜브에 뜨면 보는 정도긴 하지만 그래도 좋았지, 하루가 풍성했다. 뭔가를 좋아한다는 건 기분이 좋아. 기다리고 응원하고.


너: 그래. 덕질을 한 번 시작하면 갈아탈 순 있어도 끊는 게 쉽지 않다더라(?).


나: 그럴 수 있을 거 같아. 맘 쓰고 돈 써서 하는 사람들은 정말 장난 아니더라. 가수였나 배우였나 소식에 달린 팬의 댓글을 하나 읽었는데 완전 충격.


너: 뭐라고 했는데?


나: 네가 행복할 수만 있다면 내 평생의 행복을 다 가져가? 머 그런 거였어.


너: 헐! 싶긴 하다만.. 그냥 주접 아냐?


나: 아니 그게.. 그 마음을 너무 알겠어서 웃기질 않더라고. 그 댓글을 읽는 순간 아 저런 마음의 팬이 참 많은 것 같다 싶으면서 무서웠어. 그들이 무섭다는 건 아니지만 뭔가 이게 서로를 위해 좋은 게 맞나 갸우뚱함.


너: 자기 행복은 자기 걸로, 상대의 행복은 상대의 걸로 했으면 좋겠다 그런 건가?


나: 응 비슷한 맘 같아. 그냥 갑자기 많은 부분에서 사람들이 대리 행복을 추구한다는 생각이 들고 자기가 만드는 자기 행복은 어디들 있는지 아는 건가 싶었어. 아이가 행복하면 부모가 행복하다, 부모가 행복하면 자식도 행복하다 그건 너무 많고.


너: 그건 약간 다르지 않냐? 가족이라는 단위 자체가 저 스타와 팬의 관계랑은 다르니까.


나: 그래도 남의 행복을 확인하길 바라면서 사는 삶은 건강하지 않은 거 같아. 네 말은 아마 가족이 남이냐는 말인 것 같지만 나는 내가 통제할 수 없으면 다 남이라고 봐. 나를 통제하기도 어렵고만!


너: 내가 행복한 걸로 남이 행복한 건 어때?


나: 그건 내가 의도하는 건 아니니까 상관없지. 내가 행복한데 마침 남도 행복하면 좋지 머. 근데 내가 남을 행복하게 하기 위해 애쓰고 상대가 행복한지 확인하는 데 연연하는 건 별로다, 그러다 보면 자기를 행복하게 만드는 법을 모르게 된다.. 그 정도.


너: 그게 진짜 그 스타를 행복하게 만들기는 하는 거야? 그냥 회사만 행복한 거 아니냐.


나: 그 부분이 영 찝찝해. 이용당하기 너무 쉬운 마음인 거 같고 스타가 행복하면 좋겠지만 머 항상 그런 것도 아니니까. 그 팬들은 실제로 스타의 반응에서 행복을 느끼는 거 같아. 하지만 상대의 반응이라는 게 내가 어찌할 수 있는 게 아니니 불만을 품게 되고 주도권을 가지고 싶을 거야. 


너: 누가 그러더라? 행복은 하나의 퉁쳐지는 이미지인데 불행은 각자 다른 모습을 하고 있다고? 요즘.. 누군가의 불행이 주위 가까운 사람들을, 특히 가족들?, 크게 불행하게 만드는 게 아닌가 싶은 생각이 또 강하게 들어. 그래서 내가 불행하면 그게 다른 가족에게 가서 다른 모습의 불행을 만들어내고 그러는 건지 뭔지.


나: 아, 가족들에게 일이 있어도 잘 말하지 않는다고 한 그 얘기 연장선인가?


너: 비슷해. 그냥 언젠가부터 행복은 커지는 기분이 아닌데 불행은 부풀어 오르는 게 아닌가 싶더라.


나: 우리는 어떻게 '같이' 강해질 수 있을까. 우리 각자가 강해지는 거 말고. 그건.. 현실적이지 않으니. 가족뿐 아니라 그냥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이 사회에서.


너: 내가 무너질 때 가족이 같이 무너질 것만 같은데, 내가 무너져도 가족은 튼튼하게 무너지지 않고 잘 버텨서 원래의 일상을 살길 바라. 그래야 나도 다시 그들의 일상을 모델 삼아 그들과의 삶으로 돌아가고 싶을 거야.


나: 근데 그렇게 무너지진 않잖아.


너: 가족이 바라보는 내가 무너지지. 그게 힘든 듯. 


나: 원래 인생에는 행복과 불행이 있잖아, 대부분은 일상이고. 대체로 보통이면 잘 산 인생인 거 같아. 


너: 그러게. 행복이나 불행을 과장할 것도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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