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와 나의 최적거리
어떤 힘들은 눈에 보이지 않아도 작동하고 있습니다. 사물과 사물처럼 사람과 사람 사이에도 그런 힘이 있어요. 서로의 거리가 좁혀질수록 그 힘은 점점 더 커지고, 너무 가까워지면 어느 순간 안정이 깨지며 부담으로 다가옵니다. 내 마음의 중심이 너로 인해 흔들리고, 나와 너를 유지하던 균형이 무너지기 때문이에요.
달과 지구처럼 사람 사이에도 최적의 거리가 있는 것 같아요. 대화를 많이 나눠도 이해가 깊어지지 않고, 오래 함께 지내도 신뢰가 쌓이지 않았던 경험, 누구에게나 있을 겁니다. 어쩌면 관계는 어떤 간격에서 가장 안정적인 형태를 유지하는지도 모르겠어요. 그 간격은 서로를 거부하며 밀어내는 게 아니라, 관계를 오래 지속시키기 위한 조정 장치에 가깝습니다. 너무 붙어 있으면 작은 흔들림에도 과하게 반응하고, 그 작은 균열이 큰 진동으로 번지게 되니까요.
모든 관계에는 거리에 따라 달라지는 힘이 있습니다. 멀어지면 약해지고, 지나치게 가까워지면 방향이 불안정해지죠. 우리는 본능적으로 서로가 견딜 수 있는 거리를 감각적으로 찾아냅니다. 누군가와 함께 있을 때 유난히 편안하거나, 반대로 미묘하게 불편한 이유도 이 감각이 작동하고 있기 때문일 거예요. 서로의 무게, 즉 성향이나 가치관, 감정의 밀도가 다르기 때문에 유지할 수 있는 간격은 관계마다 다릅니다.
이 거리 감각이 잘 맞아야 좋은 관계가 만들어집니다. 한쪽이 지나치게 애쓰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중심을 잡는 관계. 서로를 당기는 힘이 적당히 작용하기 때문에 노력하지 않아도 편안합니다. 그 힘은 끊임없이 조율됩니다. 한쪽이 움직이면 다른 한쪽도 조금씩 속도를 맞춰야 해요. 충돌하지 않고 오래 회전할 수 있도록.
이 법칙은 관계뿐 아니라 일상에서도 드러납니다. 일에 너무 몰입하면 시야가 좁아지고, 적당히 떨어져서 봐야 전체 구조가 보이죠. 사람 사이도 거리를 두고 바라볼 때 비로소 상대의 모습이 선명해지고, 그제야 내가 어디쯤 서야 하는지 알 수 있습니다.
거리를 둔다는 건 냉정해지는 일이 아닙니다. 관계가 무너지지 않도록 속도를 조절하는 일에 가까워요. 일정한 힘으로 끌어당기되, 그 힘이 과하지 않게 유지하는 일. 우리는 그렇게 서로를 당기고 다시 놓아주면서 관계를 이어갑니다. 그 균형이 무너지지 않는다면 관계는 계속 유지될 수 있습니다. 물론 균형점은 때에 따라 달라지겠지만요.
진짜 용기는 가까워지는 것보다 거리를 감지하고 유지하는 감각에서 나오는 것 같아요. 가까워지는 건 쉽지만 적당히 머무르는 건 어렵습니다. 적정선을 넘으면 관계는 스스로의 무게에 눌려 깨집니다. 사람 사이의 법칙도 자연의 법칙처럼 단순하기 때문에 가까워질수록 조심하고 멀어질수록 신경 써야 합니다. 우리는 그 단순한 힘의 작용 속에서 매일의 관계를 조율하며 살아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