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탐구생활

서로를 잃지 않기 위한 너와 나의 거리

너와 나의 최적거리

by 오월

어떤 힘들은 눈에 보이지 않아도 작동하고 있습니다. 사물과 사물처럼 사람과 사람 사이에도 그런 힘이 있어요. 서로의 거리가 좁혀질수록 그 힘은 점점 더 커지고, 너무 가까워지면 어느 순간 안정이 깨지며 부담으로 다가옵니다. 내 마음의 중심이 너로 인해 흔들리고, 나와 너를 유지하던 균형이 무너지기 때문이에요.


달과 지구처럼 사람 사이에도 최적의 거리가 있는 것 같아요. 대화를 많이 나눠도 이해가 깊어지지 않고, 오래 함께 지내도 신뢰가 쌓이지 않았던 경험, 누구에게나 있을 겁니다. 어쩌면 관계는 어떤 간격에서 가장 안정적인 형태를 유지하는지도 모르겠어요. 그 간격은 서로를 거부하며 밀어내는 게 아니라, 관계를 오래 지속시키기 위한 조정 장치에 가깝습니다. 너무 붙어 있으면 작은 흔들림에도 과하게 반응하고, 그 작은 균열이 큰 진동으로 번지게 되니까요.


모든 관계에는 거리에 따라 달라지는 힘이 있습니다. 멀어지면 약해지고, 지나치게 가까워지면 방향이 불안정해지죠. 우리는 본능적으로 서로가 견딜 수 있는 거리를 감각적으로 찾아냅니다. 누군가와 함께 있을 때 유난히 편안하거나, 반대로 미묘하게 불편한 이유도 이 감각이 작동하고 있기 때문일 거예요. 서로의 무게, 즉 성향이나 가치관, 감정의 밀도가 다르기 때문에 유지할 수 있는 간격은 관계마다 다릅니다.


이 거리 감각이 잘 맞아야 좋은 관계가 만들어집니다. 한쪽이 지나치게 애쓰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중심을 잡는 관계. 서로를 당기는 힘이 적당히 작용하기 때문에 노력하지 않아도 편안합니다. 그 힘은 끊임없이 조율됩니다. 한쪽이 움직이면 다른 한쪽도 조금씩 속도를 맞춰야 해요. 충돌하지 않고 오래 회전할 수 있도록.


이 법칙은 관계뿐 아니라 일상에서도 드러납니다. 일에 너무 몰입하면 시야가 좁아지고, 적당히 떨어져서 봐야 전체 구조가 보이죠. 사람 사이도 거리를 두고 바라볼 때 비로소 상대의 모습이 선명해지고, 그제야 내가 어디쯤 서야 하는지 알 수 있습니다.


거리를 둔다는 건 냉정해지는 일이 아닙니다. 관계가 무너지지 않도록 속도를 조절하는 일에 가까워요. 일정한 힘으로 끌어당기되, 그 힘이 과하지 않게 유지하는 일. 우리는 그렇게 서로를 당기고 다시 놓아주면서 관계를 이어갑니다. 그 균형이 무너지지 않는다면 관계는 계속 유지될 수 있습니다. 물론 균형점은 때에 따라 달라지겠지만요.


진짜 용기는 가까워지는 것보다 거리를 감지하고 유지하는 감각에서 나오는 것 같아요. 가까워지는 건 쉽지만 적당히 머무르는 건 어렵습니다. 적정선을 넘으면 관계는 스스로의 무게에 눌려 깨집니다. 사람 사이의 법칙도 자연의 법칙처럼 단순하기 때문에 가까워질수록 조심하고 멀어질수록 신경 써야 합니다. 우리는 그 단순한 힘의 작용 속에서 매일의 관계를 조율하며 살아갑니다.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우리가 서로를 바꾸는 방식에 대하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