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성보다 생성, 선보다 공간
요즘 저는 제 자신이 하나의 완성된 구조보다 콜라주에 더 가깝다는 생각을 자주 합니다. 기억의 파편, 감정의 조각, 시간이 지나며 변색된 장면들이 앞 뒤 연결 없이 서로 다른 결로 겹쳐 있는 것 같달까요. 잘 설계된 구조물이 아니라, 크기가 없는 점들이 이유도 모른 채 흩어지고 붙고 다시 흩어지는 과정을 거쳐 만들어진 불규칙한 표면- 어떤 조각은 입자처럼 또렷하고, 어떤 감정은 파동처럼 번져나가며 흔들리며 매번 다른 에너지를 발산합니다. 완전함을 가장하지 않는 불완전함, 그렇게 제가 있어요.
저를 이루는 건 이야기의 흐름보다 순간을 캡처한 장면들에 가까운 것 같아요. 콜라주의 조각처럼 다른 질감과 온도로 제 안에 남아, 완벽하게 이어지지 않는 불연속의 틈새에 새로운 의미가 자라납니다. 감정이 겹치는 부분에는 미묘한 색이 나타나고 기억이 어긋나는 자리에 빛이 스며들어요. 그 빛의 방향은 늘 달라서 같은 기억이라도 바라보는 순간마다 다른 온도로 느껴집니다. 흩어진 기억과 감정이 각자의 방향으로 움직이며 에너지를 응집하기도, 마구 발산하기도 하면서 내면의 공간은 움직입니다.
모두에게는 불안정한 무언가가 있습니다. 분명하게 설명되지 않는 것들이 자기 리듬으로 움직이며, 둥둥 떠있기도 가라앉기도 하면서 고정된 형태로 머무르지 않아요. 관찰하는 바로 그 순간이 되어서야 새로운 의미가 생겨납니다. 입자처럼 또렷한 순간들이 파동처럼 모였다가 퍼지면서 새로운 공간을 만들고 나를 움직입니다. 그 안에서 멈추지 않고 흔들리며, 흩어지면서도 사라지지 않으면서, 완성보다 생성, 선보다 공간, 그리고 불안정 속의 빛을 받아들입니다. 이런 흔들림은 사라짐이 아닌 살아짐의 증거입니다.
사회 역시 개인들의 콜라주로 이루어진 거 같아요. 각자의 기억과 감정이 겹치고 비껴가며 만들어내는 거대한 표면, 그것이 사회의 얼굴 같습니다. 누군가는 입자처럼 또렷한 존재감을 남기고, 누군가는 파동처럼 흐르며 전체의 결을 부드럽고 유연하게 만들곤 해요. 예전에는 사람과 사람을 직접 이어주는 선이 사회의 기본 구조라고 생각했는데, 반드시 선의 형태일 필요는 없어 보입니다. 보이지 않는 파편적 교차들이 우리가 사는 사회를 구성하며, 직접적이지 않지만 분명히 존재하는 진동들이 모여 공동의 리듬을 만드는 거 같아요. 어쩌면 사회란 거대한 고리나 네트워크가 아니라, 서로 다른 파편들의 에너지적 공존일지도 모르겠어요.
사회는 완벽히 맞물린 톱니가 아닙니다. 맞닿을 듯 비껴 흐르는 빛과 에너지, 파편의 집합체라, 각자의 결이 모여 잠시 하나의 장면을 이루고 다시 흩어지고는 합니다. 불안정한 조합을 만드는 우리는 모두 자신만의 콜라주를 만들며 살아가면서, 서로 다른 시간과 감정 기억의 파편들을 모아 그 조각들을 섞고 반사하며 순간적인 장면을 연출합니다. 절대 완성되지 않는 모든 장면들- 거기 우리가 있습니다.
https://youtube.com/shorts/Tuk4ueOCGMw?si=HbK_beNq69mnqGU5
https://youtu.be/qAYbP0uJiso [출처: Sister's Barbersh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