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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월 Nov 21. 2022

남의 욕망에 휩쓸리지 말고 내 욕망은 내맘대로

초보욕망자 입니다

너: 얼마 전에 2022 키워드를 뽑아봤거든, 이제 와서 생각해보니까 뭔가 빠진 것 같아.


나: 어떤?


너: 욕망.


나: 욕망?


너: 응 욕망. 욕구나 바람보다는 조금 더 강한 어떤 것. 예를 들어 올해는 람보르기니 사고 싶었는데 못 샀다 아니면 샀다 그런 거? 모, 왜 떠오르는 게 이거니!


나: 그래, 람을 조금도 욕망하지 않는 우리 둘에게 적당한 예는 아니다만 이해됐어ㅎㅎㅎ. 연초에 하고 싶었던 게 뭐였는데?


너: 뭘 하고 싶었는지 리뷰해봤자 나올 게 없었을 거야, 그때도 욕망하는 건 없었거든.


나: 움.. 나한테는 일상이 무리 없이 돌아가는 게 가장 중요한 일인데.


너: 우리 일상이 큰 무리 없이 돌아간 게 벌써 몇 년 째야, 그건 욕망보다 조건?


나: 그럼 뭘 생각해봐야 하지.


너: 가지지 못했지만 강렬하게 가지고 싶은 거? 그걸 가진 누군가를 보면 대리만족을 하든 질투를 하던 그런 거. 어디 가서 말하면 다들 어이없어해도 나한테는 중요한 그런 거!


나: 아이템이 아니더라도?


너: 응 꼭 아이템일 필요는 없지, 아파트 옥상에서 번지점프를 할 수도 있잖아. 그건 일탈인가?ㅎㅎ


언젠가부터 내가 뭔가를 욕망하는 게 없는 거 같아서 던져보는 거야. 어렸을 땐 뭐 친구가 입은 옷, 먹는 과자 이런 게 탐나서 몰래 머리도 잡아당기고 훔치기도 하고 그러다 혼났겠지. 그런데 지금은 그렇게 빼앗고 싶을 만큼 탐나는 게 있냐고 했을 때 난 잘 모르겠어. 문제를 일으키지 않는 삶을 살기 위해 욕망을 숨기다 보니 이제 흔적도 없이 사라졌어. 혼자서 몰래 꾸는 꿈도 없어.


나: 훔, 그래 생각해보자..


너: 남편은 스포츠카를 가지고 싶어 해. 누구나 꿈꾸는 그런 정도보다는 좀 더 강하게. 이제 우리 가족이 두 명이 아닌데도 두 명이 타는 그런 거 말이야. 내 머리로는 영 이해가 안 되잖아? 그래서 나는 그 욕망의 방해꾼이야.


나: 그래, 전에 얘기했던 거 기억난다야.


너: 더 솔직히 고백하자면 나는 방해꾼이 아니라 그의 그 욕망을 인정하지 않아. 남편이 차 얘기할 때마다 '너 그거 진짜 원하는 거 아니야, 지금 스트레스가 심해서 그럴 뿐이야'라고 말해.


나: 가스 라이팅 아니냐고!


너: ㅎㅎㅎㅎ 먹히지도 않지만 아니라고는 못하겠다야.


나: 움.. 나 역시 욕망 거세자로서, 주변 사람들이 무언가를 이루고 싶어 할 때 '남 보고 따라 하는 거 아니냐, 다 마케팅이다'라면서 후려치거나 스스로를 의심하도록 부추겼어. 여기 가스라이터 1인 추가야.


너: 알고 보니 우리가 진짜 욕망하지 않거나 줏대가 강한 사람일 수도 있겠지. 그런데 그게 아니고 생겨나는 욕망을 없애느라, 그 와중에 자신을 지키느라 누군가의 욕망을 허영, 허세, 사치라며 깔보고 있다면 그건 건강하지 않은 거 같아. 만약 남편이 그 차를 말할 때 '지금 우리 형편에?'라며 경제공동체로서 그 시점의 실현 가능성에 대한 의견을 낸 거였거였다면 차라리 괜찮았을 거야. 그동안 선을 많이 넘었다는 생각이 드네.


나: 내 것뿐 아니라 내 사람들의 욕망까지 억누르고 있다는 걸 이제야 처음 인지하게 됐네, 세상에... 난 지금까지 그게 다른 의견이나 조언이라고만 생각했어.


너: 우리는 왜 그 욕망이 진짜인지 판단하고 싶었던 걸까? 가짜면 좀 어때. 힘들게 가져보니 '정말 좋더라', 아니면 '이게 뭐라고' 등 다 경험일 테고 어떤 욕망은 살아가는 원동력일 텐데 말이야.


나: 얼마 전에 가정형편이 좋지 않은 한 대학생이 학교에 장학금을 신청해놓고 고가의 공연을 본 게 화제였었어. 아니지, 그게 화제가 아니라 그 학생을 학교 담당자에게 신고한 친구가 화제였다. 그런데 나는 그걸 보면서 너무 좋다고 생각했어.


너: 응? 친구가?


나: 아니지 아니지, 그 학생이. 그 꿈을 현실에 맞춰서 없애지 않았잖아. 그만큼 보고 싶었다는 거 아냐. 친구는.. 하.. 진짜 친구 허들 너무 낮은 거 아니냐..


너: 그동안 우선순위가 가장 높았던 것들이 있었어. 회사가 그랬고, 가족이 그렇고. 가족이야 그렇다 쳐도 회사 관련 일이 생기면 그 어떤 것도 기꺼이 포기하면서 현생과 거리가 있는 모든 다른 것들을 싹둑 잘라 재단했어.


나: 회사 다닐 때 한 부장이 음악을 정말 좋아했어. 일렉트로닉 포함 대중음악부터 클래식까지 다. 어느 날 중요한 보고가 며칠 후에 잡혀서 예매해놓은 콘서트를 못 가게 됐는데... 그런 게 한두 번이 아니지, 중요한 보고는 맨날 잡히니까. 그때가 겨울이었는데 그 부장이 회사에서 일하다가 셔츠만 입은 채로 그냥 콘서트장에 달려가서 보고 온 거야! 그러고 나서 늦게까지 일했지.


너: 오, 말 그대로 충전이네 충전.


나: 그렇지 그렇지. 오늘 요가 중에 소원을 빌라는 거야, 소원보다는 소망에 가깝겠지만. 그런데 나는 너무 당연하게 가족의 안녕과 건강을 빌더라고. 훔.. 물론 내가 가장 바라는 거긴 하지만 지금은 내가 내 욕망을 고민하고 있으니까 나를 위한 소망을 빌어볼까 하고 방금 내 맘을 열심히 뒤져봤거든, 비어있네.


너: 우리 가족은 생일 때면 항상 케이크에 초를 켜고 소원을 빌거든. 내년 내 생일에는 진짜 나를 위한 소원을 함 빌어봐야겠다.


나: 그래. 우리, 일부러 욕망하자.


나는 좀 더 생각과 반대되는 길을 가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너무 일관되고 내 논리로 설명 가능한 삶을 사느라 인생이 착하고, 그 무엇도 하지 않을 이유가 끝도 없이 많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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