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질적 효과 vs. 상징적 의미

부모, 의 상징 차

by 오월

나: 어제 대화에서 또 신경 쓰이는 부분이 있어. 10대 초 딸들은(어제 대화에서는 딸만 등장했네?) 어째서 아빠를 그렇게까지 신경 쓰는 걸까. 심리발달과정 그런 건 전혀 모르잖아 내가. 가족에서 남자가 가지는 상징이라도 있는 걸까?


너: 어제 말한 거처럼 나는 A가 아니라 남편이 공부를 했다면 같은 상황이 벌어졌을 거 같지 않아. A가 여러 상황 속 여유가 없는 와중에 본인이 아니라 남편이 중요한 공부를 하고 있다고 쳐. A는 친정 일과 아이 셋에 정신없어 남편에게 가끔 불만을 토로하겠지만 그 상황을 지켜본 자식이 '아빠 공부 그만했으면 좋겠어'라고 아빠에게 대놓고 말할 것인가, 의문이야.


나: 그렇지. 원래 엄마일을 아빠가 하는 것 같으니까 그렇게 말했겠지.


너: 이상적인 아빠의 모습에 주눅 든 B의 딸은 또 어떻고. 우리가 아는 B는 굳이 나누자면 정서적으로 여유로운 타입이잖아? 초조하고 예민한 캐릭터는 아니니까. (움, 집에서는 다를 수도 있으려나) 사회적으로 아빠랑 엄마의 포지셔닝에 차이도 없는데 왜 엄마처럼 되고 싶다 하지 않고 아빠처럼 되려고 호흡곤란까지 오냐고. '그렇게 하지 않아도 돼'라는 엄마의 말은 안 들리고, 아무 말도 하지 않는 아빠에 짓눌리냐 말이야.


나: 나도 그 얘기들을 들으면서, 딱 맞아떨어지는 건 아니지만, 내 어린 시절 오빠가 아니라 언니가 빌런의 역할을 했다면 뭔가 달랐을까 궁금해졌어. 엄마는 첫째가 언니였어도 초딩 첫째 딸에게 ‘든든한 첫째를 기대하는’ 속마음을 담은 장문의 편지를 건네셨을까.


너: 그 시절엔.. 어머님이 실질적 가장이면서도 '남자 가장'이라는 상징이 필요했던 걸까?


나: 엄마한테 딸만 있었다면 엄마 무게를 나누자라는 제안 대신 무거운 엄마 인생 꾸역꾸역 혼자 짊어지다가 약한 모습 들통나는 단계로 넘어갔을 거야. 머, 가족으로서의 오빠가 ‘실질적으로’ 뭘 했는지 모르겠지만 그래도 엄마한테 여전히 '아들'이 우선인 거 보면 '상징'으로의 역할은 유효했나 봐


너: 어머님은 옛날 사람이라 실체가 아닌 상징만으로 어느 한 켠이 든든할 수 있다고 쳐. A, B는 집에서도, 사회적으로도 남편과 차이가 없는데 '상징' 정도에서 남편을 못 따라가는 기분이야.


나: 여전히 엄마가 '더' 돌봄을 해서 그런가. 돌봄을 받으면서 엄마의 사랑은 이제 알았고, 아빠에게도 인정받으려는 심적 부담인가.


너: 남편이 전업주부인 가정에서는 저 시기에 딸이 다른 경험을 하려나. 아니면 그냥 저 시기의 일시적 단계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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