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 Bonnie Scotland

스코틀랜드의 추억

by You앤Me Art Place

My Bonnie Scotland
나의 보니(사랑스러운) 스코틀랜드.

나의 노오란 장미는 아직도 스코틀랜드 한나할머니 집 뒷마당 정원에 깊이 뿌리를 박고 있다. 내 영혼이 깊이 거기에 박혀서 비바람에도 끄떡없이 흔들리지 않는다는 뜻이다.
내가 그 노란 장미를 두고 온 것은 오래전의 일이다.
나의 친애하는 벗 세라에게 선물로 받은,
플라스틱 화분에 심긴 작은 장미.
그 장미는 나의 영혼을 닮았다.
정착하고 싶어도 할 수 없던 떠돌이 선교사가 되어버린 내가, 스스로 불안해서 사지 못했던 화분의 꽃. 그 꽃이 우리 집에 하나둘씩 왔을 때 나는 다시 불안해졌었다.

결국 나는 또다시 짐을 꾸렸고 나의 장미는 눈물을 흘려야 했다. 장미가 눈물을 흘릴 거라고 생각할 수 없겠지. 식물에 무심했던 내가 마음 붙이고 살뜰히 살펴 제법 탄탄한 장미로 자리 잡았는데 이것저것 아끼던 것들을 나눠주고 차마 줄 수 없어 남겨 둔 사랑하는 나의 노란 장미. 어린 왕자에 나오는 장미는 왕자가 자신의 별에서 멀리 떠날 때 분명 눈물을 흘렸다.
나의 장미도 슬플까.

한나 할머니의 정원이 떠오른 건 며칠밤 무겁게 고민한 뒤였다.
오직 분갈이 생각에 꽉 막혀있던 내가, 처음으로 그분의 정원을 생각해 낸 것은 아마도 뿌리를 내리고 나도 심기 우고 싶다는 애절한 열망 때문이었던 것 같다.
거친 비바람을 맞고 볕을 받아 뿌리 깊이 스코틀랜드 땅에 박히고 싶어서.
나는 사랑하는 한나의 정원에 마치 처음부터 살았던 것처럼 그렇게 머물고 싶었나 보다
나의 마음도 함께 다정한 나의 친구 한나 힐머니의 정원에 둔 채 나는 그곳을 떠났다.

이듬해 내가 멀리 이사 간 곳에 한나할머니가
찾아왔다. 나의 장미는 잘 있나요?
그럼. 내 정원에 잘 옮겨 심었고 잘 자라고 있어. 아무 걱정 말아라. 고마워요 정말로.

나는 마음을 두고 가는 거야.
나는 떠나는 게 아니야.
나를 거기에 심고 나는 잠시 떨어져 있는 것뿐인 거야.
한국으로 가는 비행기에 올라 나는 속으로 울었다.
다시 꼭 돌아올게.
나의 사랑하는 보니 스코틀랜드.

그해 한국의 겨울은 무척이나 추웠고
나의 장미가 가끔 떠올랐지만 내 사랑이
떠돌지 않고 심긴 것에 나는 마음 놓이고 보상받는 기분이었다.
한 해가 더 가고 나와 우리 가족은 또다시 낯선 지역의 게스트 하우스로 옮겨졌다.

어느 날 밤 나는 슬프게 울었다.
대서양 한가운데 떠있는 외로운 작은 배 한 척이 떠올랐다. '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중에 그 배아래에 깊게 깊게 한없이 내려진 튼튼한 닻줄을 보았다. 나를 붙들고 떠내려가지 않게 길게 심해에 내려진 닻.
그것은 나를 붙들고 있는 보이지 않는 '사랑'이었다.
여기저기로 여정을 떠나도 내 배는 길게 심해 깊이 닻을 내려 떠내려가지 않고 자유롭고 평안하게 붙들려 있었다.

한나 할머니와 연락이 된 것은 그녀의 손녀 마리를 통해서였다.
나를 보고 싶고 사랑한다는 메시지와 함께
나의 장미가 그녀의 정원에서 다른 꽃들과 함께 얼마나 잘 자라고 있는지, 한껏 자라 단단해 보이는 그 사진을 보았을 때, 나는 눈물을 흘렸다. 나의 사랑하는 노란 장미가
정말 잘도 뿌리를 내렸구나. 작고 약해 보이던 꼬마 장미가 화분 속에서 실내에서만 자라다가 '과연 자연의 일부가 될 수 있을까'
나의 애틋한 마음과 다르게 씩씩하게 뿌리내린 그 모습이 사랑스러웠다.
나는 그렇게 거기서 자리하고 있었다.

나의 장미를 다시 만나게 된 것은 그곳을 떠난 지 3년 만이었다.
잉글랜드로 오게 되었을 때 젤 먼저 스코틀랜드로 달려갔다.
그때 나는 한나할머니의 정원에서 나의 장미들을 찾았다. 누가 누군지 알아볼 수 없을 만큼 나의 장미는 그곳의 일부가 되어있었다. 더 이상 작고 약한 실내에서 키워진 작은 간이 화분 속 장미가 아니었다.
이파리도 꽃도 줄기도 야성미를 풍기며 건강하게 잘 살고 있었다.
기쁘고 고마웠으며 반가웠다.
매일아침 다정한 한나할머니의 안부를 들으며 그 손길을 느끼면서 그렇게 나는 살아 숨 쉬고 있었다. 나는 그렇게 나의 사랑하는 땅 보니 스코틀랜드에 뿌리
내리고 있었다.

*게재된 사진과 그림은 제가 직접 찍고 그린것들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