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 Bonnie Scotland [3]

스코틀랜드의 추억

by You앤Me Art Place


Thistle. 띳쓸. 엉겅퀴꽃.

어떤 꽃을 가장 좋아하세요?

그 흔한 질문을 받을 때 나는 "엉겅퀴꽃"이라고 답했다.

손바닥 만한 하얗고 반질반질한 엽서에 색연필로 그린 듯한 소박한 이국적인 꽃 그림들.
뜻도 모르는 릴케나 바이런의 시가 귀여운 글씨체의 영어로 적혀있던 그 엽서들이 나는 멋지고 좋아서 문방구에서 한 장에 백원주고 사서 모았다. 참 근사해서 종류별로 다 갖고 싶었다.
그중에서도 엉겅퀴가 그려진 그 엽서가 단연코 멋지다.

화려한 찐 분홍에 보랏빛 강하게 도는 꽃을, 야성미 넘치는 진초록의 가시 달린 꽃대가 기사처럼 단단히 둘러 받쳐 주고 칼날 같은 녹색 잎들은 한껏 뻗어 있다.
어딘가 인적 없는 돌들 사이에 숨어 피어도 스스로 한껏 기개를 펴고 보란 듯이 꼿꼿이 서 있을게 분명하다.
좋아하는 꽃이 엉겅퀴라고 말하는 나에게 그게 무슨 꽃이냐고 되묻는 이들이 많았다.
그럴 때면 귀찮아서 그냥 들국화를 좋아한다고 에둘러 고쳐 답하곤 했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꽃.
그 꽃이 스코틀랜드 국화였다는 것은 스코틀랜드로 가게 되면서 알게 되었다.
보니 스코틀랜드는 나의 운명인 것인가.
보랏빛, 남빛, 분홍, 진분홍빛의 다양한 띠 쓸을 그려서 지인들에게 기도를 부탁하며 나눠주었다.
'한송이의 엉겅퀴 꽃이 되어 스코틀랜드를 위해 기도해 주세요'.
[Please pray for Scotland as a thitle]
잉글랜드는 영국 여왕의 품격답게 예쁜 장미 가 국화인데 왜 스코틀랜드는 흔한 야생의 꽃 엉겅퀴일까.

"Thistle"이 나라를 지켜준 전설을 가진 꽃. 그리고 강인하고 자존적인 민족의 정신을 상징하는 역사가 되었기 때문이다.

중세 시기, 노르웨이 군대가 밤중에 사람들이 자고 있을 때 몰래 스코틀랜드를 침입하려 했는데, 그때 그들이 발소리를 줄이기 위해 신발을 벗고 숨어서 이동하던 중에 한 병사가 엉겅퀴 가시를 맨발로 밟고 비명을 질렀고 그 소리 때문에 들통이 나서 스코틀랜드 병사들이 그들의 침입을 알아차리고 공격하고 물리쳐 스코틀랜드를 지킬 수 있었던 것이다.
나도 몇 번 찔려 본 적이 있는데 장미 가시와는 비교도 안 되는 솜털같이 수많은 예리한 가시들이라 박히면 빼내기도 힘들다. 엉겅퀴는 “가시”가 특징적인 식물이라서 쉽게 말해 거의 전신무장이다.
잎 가장자리의 톱니 부분에는 날카로운 가시가 촘촘히 박혔고 잎맥 주변에도 작은 가시가 돋아 있다.
게다가 줄기 표면에도 세로로 날카로운 가시가 자라나 있어서 만지면 피부가 쉽게 긁히거나 찔린다. 꽃이 피는 밑동을 감싸는 비늘 모양의 꽃받침에도 단단한 가시가 나 있어서 동물들이 꽃을 뜯어먹기가 힘들다.
한마디로 식물 전체가 공격적이고 방어력이 아주 강하다는 것이다.

엉겅퀴는 스코틀랜드를 지켜준 식물로 여겨져 국민들의 사랑을 받아서 13세기부터는 문양이나 문장에 많이 쓰였다.
15세기 제임스 3세 왕 때, 기사단의 상징으로 공식 채택되어 왕상징이나 화폐, 군대 문양 등에 사용되면서 “스코틀랜드의 상징”이 되고 국화로 지정되었다.

엉겅퀴가 수놓아진 예쁜 보라색 브로치와 어떤 할머니가 손수 수놓은 듯한 액자 속의 한송이 엉겅퀴 꽃 그리고 작은 찻잔에 아로새겨진 엉겅퀴.
내가 가지고 있는 몇 안 되는 소품들 속에 빛나는 엉겅퀴. 어찌 보면 질기고 강인한 우리 정서와도 많이 닮은 것 같아서 한국에서 만나는 엉겅퀴가 반갑고 이 땅 스코틀랜드가 낯설지 않게 느껴지기도 했다.
엉겅퀴가 보기에는 투박하고 가시도 많지만, 꿋꿋하게 찬바람 속에서도 어디에서든 야생에서 자라나고 또 강인하고 독립심이 강해서 스스로를 지키고 방어를 잘하는 나와 비슷한 기질의 자존심과 저항 정신이 있는 것이 아닐까.

나는 세 가지를 참지 못해 항변하곤 했는데
외국인이 내 나라를 욕하는 것, 남이 내 부모를 함부로 하는 것 그리고 누군가 나에게 하나님을 모욕하는 말을 하는 것.
그럴 때면 어느새 가시 돋친 날 선 엉겅퀴 꽃처럼 들고일어나 나도 모르게 저항하고 사나운 야생화처럼 기개를 펼치기도 한다.
엉겅퀴 꽃이 나라를 지켰다는 것이 그렇게 멋지게 느껴질 수가 없다.
영화 "브레이브 하트"의 자유를 향한 몸부림이 느껴지기도 한다.
나도 이 꽃처럼 굳세게 전사처럼 아름답게 서고 싶다.

*게재된 그림은 모두 제가 직접 그린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