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대로 남아 있는 것들
이사 가던 날
집은 말없이 조용하고
벽에 남긴 못 자국들은
우리가 머물고 간
흔적이 되어 남았다
이사 가던 날
창문으로 들어 오던
익숙하던 햇빛도
처음 보는 얼굴 처럼
낯설기도 했다
괜히 까불고 웃던 날들
혼자 울다 잠들던 밤도
짐보따리 속에 들었고
자꾸 돌아보게 되는
그제야 넓어져 보이는 빈 방들...
아무 일도 없던 날들이
더 많았을까
고맙기도 하고
서운하기도 하여
쉽게 떨어지지 않는 발길
알고 지내던
옆집 앞집 뒷집 이웃들
어색할 만큼만 친하던 주인집
그리고 함께 하던 친구들
모두 잘 지내길
트럭이 출발하고
점점 작아져 가는 집
어떤 방 하나는
여전히 내 안에서
불이 켜친 채 있었다
이사 가던 날
나는 집을 떠났지만
집은 나를 떠나지 않고
가끔 한 번 와 보라고
말하는 것 같다
*위에 게재된 그림은 제가 그린것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