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명의 North Korean

내가 만난 그녀들 시리즈2.

by You앤Me Art Place

이름 : 리 ㅇ ㅇ.


2004년.

성이 '리'씨인, 이름에서부터 느껴지는 북한 여성을 만났다.

그녀의 이름엔 '복'자가 들어가 있다.
지금도 선명한 그녀의 이름석자가
지금껏 정확히 기억되는 이유는 그녀와의 만남만큼 특별했던 그녀의 이야기 때문이다.

한 단체의 교육 프로그램에 뒤늦게 신청한 나는, 나처럼 늦게 합류한 그녀와 면접을 보면서 서로의 출신을 자연스럽게 알게되었다.
우리는 면접관 앞에서 각자 자기소개를 먼저하고 공통 질문에 돌아가며 답을 하면서 서로의 이야기에 귀기울이게 되었다.

내가 먼저 자기소개를 끝냈고 그녀도 자신에게 집중하며 "제이름은, 리ㅇㅇ 이고요, 저는 북한에서 왔습니다".라며 첫마디를 떼었다.
나는 순간 고개를 돌려 그녀를 보았다.
아이가 한 둘 있을것같아 보이는 평범한 주부같아 보이는 그녀였다.
성이 '이'씨가 아닌 '리'씨라는 것과, 표준말 속에서도 들리는 특유한 억양에서 그녀가 탈북자라는것을 느꼈다.
'아 ㅡ북한에서 오셨구나...'
나는 속으로 놀라면서 그녀의 답변에 집중했다.
후에 우리는 일년간 교육을 받으며 지냈지만, 첫날 면접볼때만큼 그렇게 자세하게 서로의 개인사를 들은적은 그 후로도 없었다.

그녀는 가족과 함께 탈북했다.
한세대도 아닌 두세대도 아닌 3세대가 함께.
시부모님, 본인과 남편 그리고 그녀의 자녀들까지. 그중에서 그녀의 [시아버지]만큼은 주인공처럼 또렷이 기억난다.
잊을수없는, 있을수없는 스토리.

그녀의 시아버지는 국군포로였다.
6.25 한국전쟁시 북한에 포로로 끌려가 살다가 자녀들과 함께 한국으로 탈출했다.
대부분 탈북자들은 중국이나 다른나라 망명을 원하는것으로 알고있다.
사상교육으로 인해 '한국, 남조선'이라는 땅은 첨부터 배제대상인 경우가 많다.
요즘 북한의 젊은층이 몰래 보고 들은 한국문화에의 동경으로 인해 한국행을 택하는것과는 다르다.
20여년 전에는 그런일이 없었으니까.
그치만 그녀의 시아버지는 한국군이었으니 얼마나 한국으로 오고싶어하셨을까 싶다.
국군포로라는 출신성분으로 늘 감시의 대상이었을텐데 어떻게 그 험난한 탈북을 그것도 삼대가 겪었을지.
그녀 가족의 탈북여정은 기억나질 않는다.
탈북 이후 한국에서 초기정착을 위해 겪은일이 믿을수없이 놀랍기 때문이다.

시아버지가 국군포로였다는 사실이 북에서는 따가운 눈총거리였지만, 한국에서는 자랑스러운 훈장감이며 특별대우감이었겠지만, 국군이었음을 증명할길이 없었다.

군번.
유일하게 신분을 증명할수 있는 증거는 군번을기억해 내는것.
나이드신 시아버지는 기억을 해낼수없었다.
가족모두는 군번을 알아내기위해 정부에 여러가지 요청을 해가며 안간힘을 썼지만 헛고생이었다.
그녀는 억울했으며 속상하고 안타까웠다.
낯선땅 한국에서 국군포로가족이라는 정체성으로 뿌리내리고 싶었지만 오랜시간동안 사라진 군번에대한 답답한 시간들만큼 증명할수 없는 신분은 그냥 보통의 탈북자라는 현실을 받아들여야했다. 그것만으로도 감사한일이니까.
당시 사용하던 기관총이 어떻게 생긴것이었고 사용법은 어떠했으며 어떤식으로 전쟁에서 북한군과 싸웠는지 시아버지는 온갖 군부대의 기억을 떠올려 설명해봤지만 막상 군번에대한 사라진 기억은 삭제수준이었다.

험난한 인생을 견뎌온 시아버지의 실망한모습을 보며 며느리는 기도하기시작했다.

"군번을 되찾게 해주세요"

시아버지가 군복을 입고 늘 설명하던대로 그렇게 생긴 기관총을 들고, 앉아있는 정부관계자들에게 둥글게 둘러쌓여 정중앙에 선채로 총쏘는 모습을 보여주는 젊은 시아버지.

그녀가 꿈에서 본 장면이다.

절실함 때문이었을까.
꿈에서도 얼핏 본 시아버지의 군번!
꿈에서 깨기가 무섭게 시아버지에게 대번 꿈얘기를 하고 군번에 대한 기억의 퍼즐이 맞춰지는 순간. 며느리가 불러대는 희미한 군번호에 때려박듯 선명하게 기억나기 시작한 시아버지의 군번호 [00000] !!!
6.25 전쟁 당시 한국군의 군번은 다섯자리 형식이었고, 각 군별로 시작 번호가 달랐다.
10001번부터 시작되는 육군.
그다섯자리 자신의 군번호가 기억났다.

나는 얘기를 들으면서 그녀가 진술하는 과정과 시아버지의 표정이 머릿속에 그려졌다.
내 가슴은 뛰었고 벅찼으며 성경속의 인물중 유독 억울함을 견뎠던 [요셉의 꿈]이 떠올랐다.
어린시절 특별한 꿈을 꾸어 형들의 시샘을 받고 이집트에 노예로 팔려가 감옥살이 하던중 관원장의 꿈을 해석하는일로 인해 풀려나고 총리까지 된 요셉.
그와같이 믿을수 없는 꿈이야기를 바로 옆에서 들으며 나는 들떴다.
시아버지는 국군포로로 인정되어 그에맞는 환영식과 예우를 받고 며느리와 모든 가족은 하나님을 깊이 신뢰하면서 한국땅에 정착해나간 기가막힌 스토리.

살면서 두번째 만난 북한여성 '리00'씨의 이야기다.
가끔 생각난다.
실명을 거론할수 없지만 혼자 불러보는 '복'자가 들어간 그녀의 이름.
복스러운 며느리. 가족에게 복된 소식을 가져다 준 복덩이 그녀. 그녀덕에 지금껏 심장뛰는 얘기를 대신 전하게되는 나.
갓 블레스 유.

GOD BLESS YOU and YOUR FAMILY !!!

*위에 게재된 그림은 제가 그린것들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