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사칼리아적 힘
나이프로 캔버스에 처음 닿는 결심
주제보다 감정보다,변치않고
이 작업을 끝까지 하겠다는 결심.
나이프 잡는 손의 각도,첫 색을 올리는 순간
오늘 이 그림을 피하지 않겠다는 태도.
캔버스는 비어 있지만
이미 정해진 방향.
같은 바닥 위에서만 변하는 작업
한 번 긁어낸 자리 위에
다시 덮고 다시 밀어내며
같은 색이 다른 색이 되는 찰나.
갑자기 다른 그림이 되지 않아.
나의 그림도 돌아가지 않아.
오직, 겹칠 뿐...
절제된 격정
과감하지만 무너지지 않는 손
감정을 쏟아 붓지도 차갑지도 않은,
힘은 들어가 있으나 손목은 흥분하지 않고
수직의 압력은 정확하다.
이건 분노가 아니라 집중.
휙 그은 선은 우연처럼 보이지만
중심에서 벗어나지 않고,
중반부의 밀도로 이제 물감이 말할 차례.
숨이 차기 시작하고 물감이 두꺼워지고
손이 먼저 빨라지고 반응하는 시간
내가 그리는 그림인지 그림이 나를 이끄는지
경계가 흐려지는 가장 파사칼리아적인 순간.
낯설고 너무 멀리 온걸까,
내가 알던 그림이 아니야.
변화는 많아졌고 장식은 복잡해져
처음의 단순함은 멀어진다.
그러나...
캔바스는 여전히 그 자리에 있고
그래서 멈추지 않는 작업.
이방인처럼 느껴질 때 작업은 실패가 아니라
통과 중 이니까...
“됐다”가 아니라“여기까지 왔다.
헨델의 파사칼리아는 승리처럼 끝나지 않는다.
나이프를 내려놓고 한 발 물러서서
숨을 고른다.
이 그림을 설명하지 않아도 되는 건,
이미 그리는 과정을 견뎌냈기 때문.
나이프로 긋는 한 번의 결심을
끝까지 배신하지 않는
헨델의 파사칼리아 같은 작업.
감정을 과장하지 않고
절제된 슬픔을 유지한다.
완성보다 '서 있음'으로 끝맺음!
*위에 게재된 그림은 제가 그린것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