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 다시 돌아와 그동안 못 만났던 친구들을 서서히 만나기 시작하면서 제일 먼저 떠올린 친구는 공장을 하는 친구였다. 그 친구는 나와의 인연은 끊임없이 깊고 길어 거의 60여년의 관계를 가지고 있다. 같은 국민학교를 졸업하고 서울에서 공동학군으로 같은 중학교 또 공동학군으로 같은 고등학교 대학도 같은 곳을 갈 뻔했으나 내가 친구와 같은 대학 공대에 진학했다 다른 학교 상대로 진학하여 영원한 동창이 될 기회는 놓쳤다.
그 친구를 생각하면 제일 먼저 떠오르는 것은 친구의 부모님이다. 아버지는 의주에서 6.25 이후 인천에 정착해서 그곳에서 학교 야구부에서 공부와 병행해서 운동을 하셨고 어머님은 그 당시 가장 명문여고인 서울에 있는 xxxx에 진학을 하셔서 공부와 육상을 병행하시다가 체육대회에서 만나 결혼한 분들이었다. 고등학교 때 항상 이 친구집에 놀라가면 대학생인 친구형이 수집한 2층 방안에 가득한 LP를 들으면서(Stairway to Heaven, The House of the Rising Sun-- 같은 노래) 또 다른 친구기타에 맞추어 밤새 노래를 불렀던 그 시절은 공부에 찌든 나의 젊음의 발산이고 외침이었다. 학교 시험이 끝나고 별다른 바쁜 일이 없으면 그 친구집에 가서 밤새 노래 부르곤 했는데 그 부모님은 한 번도 눈치를 준 적이 없고 좋은 음식과 잠자리로 제공해 주셔서 집에게 느끼지 못하는 해방감과 자유로움을 우리에게 주셔서 항상 존경의 염을 가지고 있었다.
친구 아버지는 공장을 운영하신 분인데 내가 대학졸업 후에 가끔 공장에 놀러 가면 사장이신 아버지가 반갑게 맞으며 공장건물 2층에 있는 사무실로 우리를 초청해 근황을 묻곤 하셨다. 그때 받은 인상은 공장을 운영하는 회사 사장이신데 항상 기름때 묻은 작업복을 입고 근무하시고 우리가 놀러 가면 직접 차를 내려 주셔서(내가 근무했던 회사와 다르게 외부손님접대를 위한 부서도 사람도 없다) 참 다른 인상을 받았다.
미국에서 오래 오래간만에 돌아와서 그 친구 공장을 제일 먼저 찾았다. 인사를 드리고 싶었던 친구아버지와 어머니는 얼마 전 하느님의 부름을 받으셔 안계시고 전공이 EE(전자공학)인 내 친구는 미국에서 하던 공부를 포기하고 아버지가 쇠약해지고 힘들어하시자 학위를 거의 마치기전에 그것을 포기하고 한국으로 돌아와 아버지 가업을 이어서 하고 있었다.
그 공장은 전형적인 굴뚝산업이고 일본계 고객은 많지만 몇 년 전 방문하였을 때 다른 기업과 같이 저가의 중국산에 밀려 고전을 하고 있었고 코로나 때에는 부품이 늦게 들어와(3개월 걸려 받던 부품이 받는데 1년 걸렸단다) 몇 년의 큰 적자를 기록하였지만 그 아버지는 한 명의 해고도 하지 않고 벌어 놓은 돈 다 까먹어 가면서 집도 줄여가면서 겨우 Survive 하였지만 아버지 전공이 이공계 쪽이 아니고 문과라 새로운 산업에 진출을 못하고 계셔 나는 항상 걱정을 하고 있었다.
마치 적이 서서히 침입해 들어와 함락은 시간문제인데 진지를 지키고 있는 분위기라 할까—
이번에 가보니 몇년 전에 아버지 계실 때 공장과 비교해서 직원도 많이 늘고 새로운 분야로 진출해 있어 (굴뚝 산업에서의 오래된 제조업 know how는 첨단산업에 기본이 될 수 있다) 첫인상은 좋았다. 전철역에서 나와 다른 친구(공장을 도와줄 수 있는 EE를 전공한 다른 친구)를 데리러 사장인 친구가 Tico 같은 차를 몰고 와 놀랐고 예전과 같이 우리가 공장견학 후 차를 마시며 접대실에 있는 동안 공장 유리폼을 입은 사무실에 있는 직원이 커피를 타주어서 아버지때와 똑같이 하고 있고 가업을 잘 잇고 있구나 하는 생각이 잠깐 들었다.
공장견학 시 직원들 나이가 많은 것 같아 물어보니 이 회사는 평생고용(건강이 허락하는 때까지 근무하는 회사)라 모든 직원은 일던 이곳에 오면 건강이 허락하는 한 근무하고 정년이 없다고 하고 얼마 전 고령으로 공장장이 돌아가셔 다른 곳에서 은퇴한 사장보다 나이가 위긴 하지만 건강한 분을 모셔와 공장장을 하시고 계시다고 한다.
사실 나는 내 친구지만 소위 경영학에서 말하는 Organize가 잘 안 된 것 같아(우리가 흔히 보는 세련된 사장 같지 않아) 걱정을 많이 하였지만 이 친구를 보면서 내가 깨닫은 것은 본질만 충실하면 됐지 나머지는 껍데기고 중요하지 않다는 생각을 들었다. 그리고 사장의 진심은 언젠가 모든 사람이 알게 된다는 것을 깨우쳤다.
화려한 사무실과 외부 손님을 위한 별도 조직 그리고 내가 배운 화려한 경영학의 이론들 그리고 카리스마란 하나도 보이지 않는 내 친구를 보면 답답한 마음이 있어 항상 걱정하고 있는데 집으로 돌아오는 전철 안에서 다른 친구에게 감상을 물어보니 아주 잘하고 있다고 이야기해서 안도하였다.
굴뚝산업에서 미래산업의 경쟁력을 찾은 내 친구(전공이 EE이니까) 화려하지도 정돈되지도 않았지만 본질(거의 모든 직원은 기술직이란다)만 추구하는 그를 볼 때 내가 배웠던 그 경영학이론은 그 냥 주변이고 껍데기라는 생각이 들면서 이곳에 계시지는 않지만 다른 곳에 계신 부모님이 흐뭇해하실 것 같아 기분이 좋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