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대 철학과 - 대학교 때 내 친구가 나에게 붙여준 별명이다.
부모가 내게 요구하였던 의과대학은 피를 보고 그리고 아픈 사람들을 보면서 일생을 살아야 한다는 것에 자신이 없어 일찌감치 포기하고 나는 문과 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그리하여 내가 선택한 전공은 상대 경영학과이었는데 그 학교는 경영학과에 인문교양 과목을 많이 개설해 놓고 있었다. 경영에서 요구되는 실무에 가까운 교육(회계, 재무, 생산관리, 인사관리, 경영전략, Marketing)을 받기 전에 경영자에게 요구되는 필요한 소양을 갖추기 위해서 인문교양과목을 전공선택으로 들으라고 많이 개설한 것 같다
그렇게 하여 내가 2학년 때 수강한 과목은 조직행동론이라는 과목이었는데 이곳에서 처음으로 심리학이라는 과목을 접하게 되었다. 그때 나는 심리학이라는 학문에 푹 빠져 다른 문과대학 개설 과정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고 고학년에 올라가서는 문과대에서 개설된 강좌(철학, 심리학, 사회학, 역사학)를 먼저 선택해 신청하고 신청 못한 몇몇 강의는 교수님께 청강한다는 양해를 얻어 수강과목을 확정하고 나서 경영학과에서 요구하는 전공필수 과목을 신청하였다.
그때 학교에서 제일 유명한 철학과 교수님 강의를 듣고 있으면 우리가 살아가면서 던져지는 화두"나는 누구인가"에 대해 나를 성찰할 수 있었고 사회학 강의를 듣고 있으면(특히 그때에는 미국에서 갓 학위를 받고 돌아온 교수님들이 많았다) 인간과 사회라는 주제에 대해서 깊은 고뇌 그리고 심리학 강의를 듣고 있으면 나를 포함한 인간의 마음에 대한 지식과 역사학을 듣고 있으면 우리 전에 살았던 사람들의 삶을 배우면서 미래에 내가 어떻게 살아야 하는 것에 대한 기본 방향을 잡을 수 있었다.
거의 하루에 6시간쯤 강의를 돋고 나면 배우는 것에서 오는 희열을 느끼고 그리고 배우고 싶었던 교수들한테 강의를 듣고 있으면 시간 가는 줄 모르게 행복한 대학 시절을 나는 보낸것같다. 그렇게 상대건물에서 거의 수업을 듣지 않고 문과대에서 계속 수업을 듣는 나를 보고 친한 친구 하나가 나를 상대철학과 학생이라는 별명을 그때 붙여 주었다. 지금도 만나고 있는 그 친구는 핵심을 한눈에 파악하고 표현을 잘하는 혜안에 가끔 나는 감탄한다
이렇게 공부를 하고 고학년에 들어가서 실무위주의 교과과정을 배울 때 미리 공부한 인문교양이 많은 도움이 되었다.
지금도 활동 중이신 그 철학교수의 책을 꾸준히 사보면서 그분의 가르침을 계속 Update 하고 있으며 독서도 내가 대학시절에 배웠던 인문학서적을 꾸준히 보고 있다.그 철학과 은사는 평소에 내가 그분 책을 많이 사서 보고 있어 원작의 내용을 더 잘 이해할수있어 행복했고 소탈하시고 인자하신 성품에 나도 많이 감화를 받았다. 특히 철학시험 볼 때 항상 Open book으로 시험을 보게 해 시험준비하는 나의 마음을 가볍게 해 주었지만 시험당일 철학주제를 칠판에 시험과제로 내 주시고 감독도 안 하시고 그리고 시험시간도 무제한으로 주고 나가시면 그 주제를 가지고 머리를 짜내가면서 답안지 작성을 하려고 애쓰던 내 모습이 가끔 생각난다.
그때 만난 내 철학과 학우의 불교철학을 들었을 때 경험담은 항상 나를 불교에 대해서 경외를 염을 가지게 만들었다.그 친구는 진짜 철학을 좋아해서 열심히 공부하는 학생이었는데 학기말 시험 바로 전날 오랫동안 사귀었던 여자친구와 이별을 하고 말았다. 우리가 청춘시절에 겪였던 예고도 없는 이별은 그 친구가 감당하기에 너무 힘들어 밤새워 친구들과 술을 마시고 아침에 실시되는 시험장에 들어왔다. 몰골은 밤새 한잠도 안 자고 술을 마셔 우리가 아는 그런 얼굴로 술도 덜깬 상태로 그래도 학기말 시험은 보아야 하니까 들어왔다.시험제목은"불교란 무엇인가"이었는데 평소에 공부를 열심히 하던 학생이 힘들게 좌석에 앉아 시험답안지를 작성하는 것이 안쓰러웠는지 교수님(승려)는 걱정스러운 눈초리로 쳐다보고 있었고 그 친구는 시험종료 때까지 교실을 떠나지 않고 답안지를 작성하다가 결국에는 백지로 이름만 쓰고 제출하고 시험을 끝냈다.결과는 답안지가 모자라 몇 장을 요구해서 열심히 쓴 대부분의 학생들은 C를 받았고 그 친구는 B를 받았다.그때 그 친구가 그 이야기를 했을 때 무언가 한 대 맞은 기분과 불교는 무언가 다른 것이 있다고 그냥 느끼며 지나갔다.
세월이 흘러 나이가 60이 넘어 그 교수님(승려)의 가르침을 곰곰이 생각해 보니 인생의 무상함과 무위 그리고 색즉시공 공즉시색이라는 단어가 가끔 떠오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