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진웅이라는 배우는 이대로 떠나보낼 수 없다

by 원우

영화는 고등학교 때부터 좋아하였던 것 같다. 학교에서 시험이 일찍 끝나는 날은 친구들과 삼청동에 있는 프랑스문화관에 가서 영어자막은 나오지만 뜻도 잘 모르는 그리고 어디서 끝나는지도 모르는 프랑스 영화를 끝날 때까지 버티고 보고 있으면 무언가 알 듯 말 듯한 메시지가 내 주위를 맴돌곤 했다.


평소에도 한국 영화를 좋아해 1년에 4-5편은 상영관에서 보고 있으며 그렇게 우리나라 배우와 감독들을 관심 있게 지켜보다가 조진웅이라는 배우를 발견한 것은 고지전이라는 영화에서였다, 주연은 신하균과 고수로 나왔지만 내가 그 영화에서 발견한 배우는 조진웅과 김옥빈과 이제훈이었다. 류승룡은 이미 최종병기활에서 발견해서 이영화에서 기쁘게 다시 만났다,


김옥빈이라는 인민군 전사를 보면서 저렇게 가녀리고 귀여운 여자가 인민군에 복무하면 많은 젊은 남자들이 인민군에 지원했겠고 그리고 인민군대는 그 같은 사람들로 넘쳤겠다는 생각을 했고 이제훈이라는 배우는 거대한 국가폭력아래서 여린 인간이 무너지는 모습을 신랄하게 표현하여서 그때부터 주목해 보았다.


그리고 조진웅이라 배우는 국군장교의 역할 즉 모든 부조리의 화신인 역으로 나에게 다가왔다. 약간 허스키하고 현상을 무시하고 불합리한 명령을 내리고 추종하는 그것은 우리 모두가 주변에서 겪은 적이 있는 누구의 역할이었다.


누가 나에게 조진웅을 대치가능한 배우가 누군가라고 묻는다면 능글맞은 웃음으로 편안해서 악인 연기를 하는 곽도원 같은 배우인데 그 배우는 음주운전으로 보내 버렸고 다른 기골장대하고 인상 특히 눈이 강렬하고 카리스마가 뿜어 나오는 험상궂은 배우를 아무리 생각해 보아도 찾을 수가 없다. 그런 역할은 악마의 화신이 되어야 하는데 몇 명 악인연기로 유명한 분을 생각하다가 멈추었다. 눈가에 선함이 묻어있어서 강력한 카리스마에서 표현되는 부조리감을 표현하기에는 약할 것 같아서였다.


그래서 내린 결론은 그만이 그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것이 아닐까 싶다. 우리가 주위에서 겪었고 겪고 있는 부조리- 잘못된 권위로 누르고 높은 위치로 누르는 불합리-는 누군가 표현해 주어야 하고 그래야 우리들도 그것의 실상을 정확히 파악하고 이해하게 되어 같이 공감할 수 있고 대항할 수 있지 않을까—


중국에 비해 인구도 아주 적은 조그만 나라에서 이것저것 떠져서 사람을 내치지는 말자, 그리고 과거에 철없는 시절에 잘못으로 그 사람을 판단하지 말고 그 사람이 성장할 수 있는 기회와 시간을 주자. 사람들이 말하는 장발장도 기회를 주어서 그 사람이 변한 것이 아닌가?


이렇게 다 보내년 마지막에는 누가 남을까? Jewish Joke가 떠오른다.


공장에 굴뚝 청소부가 한 명 있었는데 공장이 잘 돌아가 1명 더 고용하였는데 둘이 싸워 관리인도 고용하게 되었다. 경제 사이클처럼 공장도 침체기에 접어들어 청소부 1명을 해고하고 나서 계속되는 경기 침체로 공장이 어렵게 돼서 남은 청소부 1명도 해고하고 관리인 1명만 남게 되었다는---


그리고 영화배우에게 좌파냐 우파냐를 따지는 것은 심한 일이라 생각한다. 영화배우들은 민중의 고통을 대변하는 것에 자부심이 있는 직업이라 그쪽에서 오히려 우파가 나오는 것은 약간 예외적인 일이고(할리우드의 유명배우들도 좌파가 대다수이지 않은가?) 일반 국민도 영화배우의 사상을 그대로 쫓아 추종할 정도로 의식 수준이 낮지 않다고 생각한다. 따라서 배우에게 좌파 우파의 굴레를 씌우지 말고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그들이 맡은 배역에 대해서만 비평을 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세간에 나온 소식을 보면 연기하다가 피해본 분이야기 그리고 2차 피해가 있을까 봐 염려하시는 분도 있어 공감이 갔지만 배우가 연기하다가 의견이 달라 다툰 것은 연기를 잘하기 위한 것이니 일탈행위에서 뺏으면 한다.


그리고 그 배우로 고통을 받는 분들에게 나 같은 fan이 대신 사죄할 테니 노여움을 풀었으면 한다. 과거에 국가폭력이 지배하는 억눌린 시대에 그런 일들이 발생하였으면 가해자나 피해자나 모두 다 피해자이고 지금부터 우리는 그런 것을 고쳐나가야 하지 않을까?


그 배우가 불합리하고 부조리한 국가폭력을 제일 잘하는 연기자라고 생각한다면 한 번만 기회를 더 주면 안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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