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 친구와 헤어진 까닭

카사노바의 생존심리학

“형, 저 헬스 대회 4등 먹었어요.”


얼마 전, 예전에 알고 지내던 O주무관으로부터 전화가 왔다. 순간 뒤 귀를 의심했다. 내가 알던 이 공무원은 키 170에 몸무게 50kg인, 소위 어좁이 멸치였기 때문이다. 장난이겠거니 하고 넘겼다. 그래도 반가운 마음에 저녁에 만났다.


“이룸이형”


약속한 식당으로 가는 길에 누군가 나를 불렀다. 순간 나의 동공에서 심한 지진이 일어났다.


‘헉, 이 친구가 정말 내가 알던 그 친구인가?’


2년 만에 본 O주무관은 완전히 다른 사람이 되어 있었다. 몸이 전체적으로 커져 있었다. 특히 확 트인 어깨가 눈에 먼저 들어왔다.


순간 나의 두뇌 각 피질에서 해마(hippocampus)를 거친 후 작업기억(working memory)으로 소집된 이전의 O주무관에 대한 기억이 현재의 O주무관의 바뀐 모습으로 인해 큰 혼란이 일어나기 시작했다. 즉, ‘O주무관은 어좁이에 멸치 찐따여야만 한다’는 나의 믿음이 무참히 깨진 것이다.


‘헉, 이 자식, 안경을 벗어니 더 잘생겨 보이네.’


순간 질투감이 확 들었다. 나보다 못생겼던 놈이 환골탈태를 하여 내 앞에 다시 나타났기 때문이다.


“우와, O주무관, 몰라보겠다.”

“에이 형도 여전히 동안이신데요, 뭘”


이후 함께 식사를 하며 그동안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는지 물어봤다.


“2년 전에 사귀던 여친에게 영문도 모른 채 차였어요. 이후 일이 손에 안 잡히고, 자꾸 회계상의 실수를 하게 되더군요. 정말 엉망진창이었어요. 그러다 우연히 보게 된 유튜브가 나를 이렇게 바꿔버렸어요.”

여성에게는 어깨가 넓은 남성을 보면 안기고 싶은 무의식적인 본능이 있다.


“순간 제가 차인 이유를 알았어요. 당시 여친은 헬스장을 다니기 시작했고, 그곳 남자 관장에게 PT를 받기 시작했어요. 이후 관장의 몸이 정말 좋다고 칭찬을 하더군요. 분명 몸 좋은 관장과 어좁이인 저의 어깨를 비교했을 거예요.”

“음, 그래서 너도 헬스장을 다녀서 이 몸을 만든 거구나.”

“아니에요. 헬스장을 다닌 지는 1년이 채 안 돼요. 저는 헬스를 다니기 전에 이미 이 몸을 만들었어요. 그것도 정말 필사적으로.”

“어떻게?”

“철봉으로요.”

“뭐, 철봉만으로 이 몸이 가능하다고?”

“저도 처음엔 안 믿었어요. 그런데 유튜브를 보니 철봉과 식단으로 이런 몸을 만든 사례가 넘치더군요. 그래서 그들의 방법을 그대로 따라 했어요.”


O주무관은 턱걸이와 팔굽혀펴기 만으로 40대 초반이라는 결코 적지 않은 나이에, 어깨 95에서 105, 몸무게 50에서 70이라는 놀라운 신체 변화를 만들어냈다. 이후 헬스장을 다니며 시니어대회에도 출전해 무려 4등의 성적을 거두었다.


그의 말에 따르면, 자기를 버리고 헬스장 관장에게 마음을 돌린 여친에게 복수하고 싶었다고 한다. 여기서 말하는 복수란, 관장만큼 좋은 몸을 만든 후 전 여친앞에 당당히 서있는 자신의 모습을 말한다. 이 복수심이 있었기 때문에 정말 필사적으로 턱걸이를 했다고 한다. 물론 살을 찌우기 위해 식단도 정말 철저히 지켰다.


태생적으로 위장이 약한 멸치들은 일명 살크업(단기간에 살 찌우기)에 애를 먹게 된다. O주무관 역시 마찬가지였다. 원래는 근육의 주원료인 단백질이 많은 고기를 먹으려 했지만 소화가 잘되지 않았다고 한다. 그러다 우연히 자신처럼 멸치였다가 단기간에 살크업에 성공한 남성의 건강 식단을 그대로 따라 했다고 한다.


그렇다면 턱걸이로 어깨가 넓어지는 이유는 뭘까? 바로 턱걸이를 하면 상체의 모든 근육을 골고루 사용하기 때문이다. 턱걸이에는 다양한 자세가 있다. 손의 위치에 따라서 언더그립(손바닥을 자신에게 보이도록 철봉 잡기)과 오버그립(손등이 자신에게 보이도록 철봉 잡기)이 있다. 그리고 철봉의 바(bar)에 턱을 올리는 지와 가슴까지 올리는지에 따라서 정자세 턱걸이와 아치형 턱걸이로 다시 나뉜다. 이러한 다양한 자세를 통해 여러분은 상체에 있는 모든 뼈와 근육에 수축과 이완을 줌으로써, 자연스럽게 가슴과 어깨가 넓어지는 효과를 거둘 수가 있다.


실제로 헬스 전문가들이 상체 발달에 빼놓지 말고 하도록 권장하는 운동이 바로 턱걸이다. 턱걸이는 지구의 중력 방향을 역행하여 나의 모든 몸무게를 그대로 끌어올려야 하기 때문에, 정말 빠른 기간 안에 상체 근육을 비약적으로 발달시킬 수가 있다.


물론 랫풀다운 머신 (Lat Pulldown Machine)이나 시티드 로우 머신 (Seated Row Machine)처럼 턱걸이와 비슷한 효과를 볼 수 있는 기구도 있다. 하지만 헬스장에 갈 시간이 부족한 대한민국의 바른생활 청년들에게 철봉만큼 수시로 쉽게 할 수 있는 운동은 전무하다.


하지만 야외 공원에 흔하게 있는 철봉에서 턱걸이를 하는 사람들은 무척 드물다. 왜냐하면 경험이 없는 사람들에게 턱걸이는 무척 어렵고 재미없는 운동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턱걸이만큼 단시간에 몸에 강하고 건강한 부하(負荷)를 줄 수 있는 운동은 전무하다. 사실 철봉은 요즘 유행하는 러닝(running)이상의 유산소 운동이기도 하다.


만약 여러분이 어좁이에 멸치라면 무조건 턱걸이를 해야만 한다. 그래야 여러분의 여자친구를 지킬 수 있다(고 나는 생각한다).


O주무관은 내게 이런 재밌는 말을 남겼다.


“형, 저는요. 다시는 예전의 멸치로 돌아가지 않을 거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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