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마(Hippocampus)를 통한 영생의 방법(1)
영원한 삶(永生)의 비밀
by 카사노바의 실전 뇌과학 Apr 8. 2026
이처럼 두뇌 속에 존재하는 천문학적인 수의 뉴런과 양자론적 한계로 인해, 과학자들이 꿈꾸어 온 컴퓨터 속에서의 사이버 영생은 아직 실현 불가능한 목표로 남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가까운 미래에 제한적인 형태의 영생은 충분히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그 이유는 두뇌 전체를 그대로 재현하는 방식이 아니라, 인간의 기억 작업에서 가장 핵심적인 역할을 수행하는 특정 부위만을 선별해 영생에 활용하면 되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부위가 바로 해마(hippocampus)다.
우리의 삶에서 중요한 기억, 특히 장기기억이 형성되기 위해서는 해마의 역할이 반드시 필요하다. 여기서 해마가 관여하는 장기기억이란, 말이나 글로 설명할 수 있는 의식적인 기억인 서술기억(declarative memory)을 의미한다. 앞서 설명했듯이 약 30초 정도까지만 유지되는 단기기억은 주로 작업기억을 담당하는 배외측 전전두엽에 잠시 저장된다. 이 가운데 생존과 직접적으로 관련되거나 감정을 강하게 자극하는 단기기억은 해마로 빠르게 전달된다. 이후 해마에서 선별·가공된 기억은 두뇌의 여러 피질 영역으로 분산 저장되며, 이 과정을 거쳐 최종적인 장기기억으로 굳어지게 된다.
그렇다면 두뇌의 각 피질에 저장된 장기기억은 어떻게 다시 떠올려지는 걸까? 이때도 역시 해마가 관여한다. 우리가 특정한 장기기억을 떠올리려 할 때, 그에 해당하는 두뇌 각 피질의 기억이 다시 해마로 모인다. 이후 이 기억의 모임이 다시 작업기억으로 옮겨져 원래의 기억을 떠올릴 수 있게 된다. 이처럼 우리가 기억을 저장할 때나 다시 떠올릴 때 모두 해마가 필요하다. 이런 의미에서 해마는 일종의 기억의 중계소라고 볼 수가 있다.
그렇다면 내가 말한 것처럼 해마를 인간의 영생에 사용할 수 있는 이유는 뭘까? 바로 인간의 모든 의식적인 기억들은 장기기억이 되기까지 2~3년 동안 해마에 저장되기 때문이다[『인간의 뇌 (The Brain Book)』의 저자 리타 카터(Rita Carter)의 주장이며, 나 또한 그렇다고 본다]. 내가 볼 때 이 기간의 기억은 재생된 인간이 다시 새로운 삶을 살아가기에 충분하다고 본다. 또한 해마는 두뇌 전체에 비해 뉴런의 전체적인 숫자가 훨씬 적다. 따라서 두뇌 전체의 커넥톰에 비해 신경 지도를 완성하는 데 훨씬 적은 시간이 걸릴 것이다. 사실 현재의 과학기술로는 인간의 두뇌에 있는 모든 뉴런의 신경 지도를 그대로 재현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하지만 두뇌 전체에 비해 뉴런의 숫자가 훨씬 적은 해마라면 충분히 가능하다. 만약 해마의 뉴런만을 컴퓨터로 옮긴 후 두뇌에서의 전기화학적인 메시지 교환을 그대로 재현한다면, 이것이야말로 인류가 그토록 꿈꾸던 영생을 완성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지금부터는 이러한 해마에서의 모든 뉴런의 분석이 완성되었다는 가정하에, 어떤 방식으로 한 인간의 영생을 이룰 수 있는지를 설명하겠다.